12월 18일 오후 2시에 갓 나온 더파네의 천 원 빵. [더파네 제공]
좋은 재료 고집하며 싸게 판매
천 원 빵 역사는 2023년에 시작됐다. 그 전에는 1200~1300원에 팔던 단과자(설탕, 유지, 달걀 등을 식빵 배합 비율보다 많이 써서 만든 빵)류를 코로나19 사태 시기에 모두 1000원으로 내리면서 입소문을 탔다.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졌는데 빵 가격이 오르면 사는 사람이 더 없으리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러자 구매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모든 빵을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공장에 하루 물량 3만 개가 몰리기도 했다.
천 원 빵은 가격이 저렴해 ‘싸구려’가 아니냐는 의심을 종종 받는다. 김 대표는 “가격이 싸도 품질을 타협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더파네는 신선한 우유와 달걀, 고품질 마가린을 넣어 빵을 만든다. 유통기한을 억지로 늘리려고 방부제를 넣지도 않는다. 김 대표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천 원 빵이 인기를 얻자 비슷비슷한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그는 “우리 빵은 유명 빵집에서 파는 1600~1700원대 빵과 비교해 재료 수준 차이가 없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자부심은 단골손님 후기로도 뒷받침된다. 20대 김모 씨는 출근길에 천 원 빵을 종종 사 먹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 메뉴는 소보로빵과 단팥빵이다. 김 씨는 “처음엔 천 원이라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샀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두어 번은 꼭 사 먹는다”며 “지하철을 타기 전 얼른 빵을 사고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면 3000원 정도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도 1000원짜리 카스텔라를 구매해봤다. 투명색 비닐을 벗기니 달콤한 냄새가 풍겼다. 빵 시트도 퍽퍽하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파는 2000원대 카스텔라에 견줘도 손색없는 맛이었다.
천 원 빵을 찾는 주요 고객층은 10대 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천 원 빵이 젊은 세대에게까지 인기를 얻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더파네에서 주로 만드는 단팥빵, 상투과자, 크림카스텔라 등은 장노년층이 젊은 시절에 먹던 ‘옛날 빵’이다. 고전적인 빵을 요즘 중고교생들이 찾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 김 대표는 유행이 한 바퀴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고물가 시대에 10대부터 30대 젊은 층까지 값싼 옛날 빵을 자주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팍팍한 지갑 사정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옛날 빵 먹는 젊은 층에 불경기 체감
매일 신선한 빵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철칙을 지키는 데는 김 대표와 공장 직원들의 노고가 뒤따른다. 직원 30여 명이 손으로 직접 빵을 만들다 보니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밤 9시가 넘어서야 퇴근하고, 종종 사무직 직원도 공장으로 출근해 팔을 걷어붙인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적자를 넘나들고 있다. 3년 전과 비교해 재룟값이 약 30% 올랐지만, 한번 낮춘 가격을 다시 올릴 수도 없다. 납품 단가를 올리면 소매점에 바로 타격이 가기 때문에 공급가를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천 원 빵이 서민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빵을 ‘천 원 빵’으로 기억하는 소비자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전화 인터뷰는 밤 10시부터 진행됐다. 퇴근한 지 30분도 안 됐다는 그에게 가장 뿌듯한 순간을 묻자 그는 잠시 망설였다. 사실 하루 종일 빵 냄새를 맡으며 일하다 보면 빵이 너무 지겨워진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빵이 맛있다는 칭찬이다.
누군가의 바쁜 일상에 천 원 빵이 소소한 기쁨이 된다는 얘기를 들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고품질의 빵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크림소보로 같은 달달한 빵이 주요 상품이지만, 소시지를 넣은 식사대용빵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공장 규모가 더 커져 다양한 빵을 만들어도 천 원 빵은 계속 만들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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