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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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코하쿠토 젤리와 태닝 헬로키티

[김상하의 이게 뭐Z?] 예전 유행도 살짝만 바꾸면 다시 Z세대 유행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11-2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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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어제까지 구하기 힘들었던 제품이 오늘은 쉽게 내 손 안에 들어올 때 유행이 끝났음을 직감한다. 숏폼 등장 이후 Z세대 유행은 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콘텐츠 제작이 예전처럼 어렵지 않고 많은 사람이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의 일상을 습관처럼 공유하는 만큼 신기한 물건도, 따라 하고 싶은 트렌드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문구처럼 꺼진 유행이 다시 뜨기도 한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 다시 Z세대 곁에 돌아온 유행을 살펴보자.

    # 직접 만드는 코하쿠토 젤리

    코하쿠토 젤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유튜브 쇼츠. [유튜브 캡처]

    코하쿠토 젤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유튜브 쇼츠. [유튜브 캡처]

    코로나19 사태 당시 ‘달고나 커피의 민족’이 된 이후 Z세대는 누군가의 레시피를 따라 하는 데 친숙하다. KBS 예능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 나오는 야식 레시피, 중국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의 ‘건희소스’(아이돌 ‘원어스’ 멤버 건희가 만든 땅콩소스)가 Z세대 사이에서 한창 유행했다. 요즘은 틱톡, 릴스 같은 숏폼에서 디저트 레시피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중 ‘코하쿠토’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코하쿠토는 우뭇가사리(한천가루)를 물에 푼 뒤 끓여 사탕이나 색소, 레몬 등을 섞어서 식힌 과자를 말한다. ‘호박당’이라는 이름으로 디저트 마니아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음식이다.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면서도 영롱한 비주얼이 눈에 띈다. 특이한 식감 때문에 2017년 무렵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유튜브 영상으로도 유행했다.

    사실 코하쿠토는 집에서 직접 만들기 쉬운 디저트는 아니다. 설탕, 한천가루, 물, 색소 등 재료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비율을 조금만 잘못 넣어도 맛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전히 굳기까지 1주일이나 걸린다. 하지만 요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하리보로 코하쿠토를 만드는 레시피가 유행이다. 이 레시피대로라면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다.

    준비물로 하리보와 사이다만 있으면 된다. 우선 하리보를 6시간 동안 사이다에 잠기게 넣어 불린다. 내용물을 통에 옮겨서 서로 붙지 않게 일정 간격을 두고 배치한 뒤 냉동실에 하루 넣어두면 끝이다. 후기에 따르면 코하쿠토 식감을 완벽하게 재현한 건 아니지만, 꽤 먹을 만하다는 반응이다. 사이다 대신 레모네이드나 주스 등을 넣는 ‘꿀조합’ 레시피도 등장하고 있다. 더 많은 디저트 유행은 유튜브 채널 ‘이상한 과자가게’ ‘젼언니’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경주에서만 살 수 있는 미피 인형

    12월 5일부터 판매하는 미피 석굴암 에디션. [네이버 블로그 ‘쇼니’]

    12월 5일부터 판매하는 미피 석굴암 에디션. [네이버 블로그 ‘쇼니’]

    SNS에서 종종 보이는 각 지역 기념품 중 Z세대가 가장 탐내는 건 인형이다. 같은 헬로키티(키티), 미피, 둘리라 해도 다 같지 않다. 겉모습은 Z세대의 어린 시절에 유행하던 것과 같아 친숙하지만, 지역 특색이 담겨 있어 입소문이 났다. 하와이에서 판매하는 ‘태닝 키티’가 대표적 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새하얀 키티와 달리 연한 황토색으로 태닝한 모습이다. 독특한 색 때문에 하와이 필수 쇼핑 목록 중 하나가 됐다. 키티뿐 아니라 산리오 대표 캐릭터들도 태닝한 모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비슷한 제품으로 경북 경주 미피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미피 석굴암 에디션이 있다. X(옛 트위터)에서 화제가 돼 인형을 실제로 보려고 가게로 향하는 사람이 많다. 미피 석굴암 에디션은 석굴암처럼 회색에 승복을 입고 있다. 12월 5일부터 판매 예정이다. 요즘 가방에 키링을 달고 다니는 ‘백꾸’(bag 꾸미기), ‘가꾸’(가방 꾸미기)가 유행하는 만큼 판매가 시작되면 품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 랜덤박스에 이은 랜덤여행

    2세 딸과 랜덤 기차 여행을 떠나는 두잇부부. [유튜브 채널 ‘두잇부부’ 캡처]

    2세 딸과 랜덤 기차 여행을 떠나는 두잇부부. [유튜브 채널 ‘두잇부부’ 캡처]

    랜덤박스는 과거 뷰티·의류 브랜드가 진행해 인기를 끌던 상품 판매 방식이다. 어떤 상품이 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가격에 비해 다양하고 좋은 상품을 가질 수 있어 구매하는 사람이 많았다. 최근 이 랜덤 유행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예전에는 랜덤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콘텐츠에서 랜덤 형식을 찾아볼 수 있다. 아무 음악이나 틀고 그것에 맞게 춤을 추는 ‘랜덤 플레이댄스’ 콘텐츠는 이미 익숙하다. 중고교 축제에서는 아이돌 노래나 숏폼에서 유행하는 챌린지 음악 등을 틀어놓고 랜덤으로 춤추게 하는 콘텐츠도 종종 보인다.

    요즘 쇼츠에선 랜덤 여행 콘텐츠가 많이 보인다. 여행지를 정하는 것부터 랜덤이다. 지도에 다트를 던져서 찍힌 장소로 떠나거나 어린이에게 어디를 가면 좋을지 질문해 여행 장소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무작위로 여행지를 정한 후 당일치기로 ‘퀵턴(Quick-Turn)’ 여행을 떠난다. 퀵턴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 곧바로 다시 출발하는 일정을 뜻한다. 주로 항공 승무원들이 사용하는 용어였다. 1분 안에 정리된 각종 여행 숏폼에서 여행지 결정 방식부터 노는 방법까지 엿볼 수 있다. 아무 계획 없이 떠날 수 있고, 따라 하기도 쉬운 랜덤여행으로 새로운 재미를 찾아보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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