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내각’ 면면을 속속 발표하면서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선거 기간 ‘마가(MAGA) 세계의 왕세자’로 불린 그는 트럼프 2기 최고 실세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가는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지지층으로 선거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의 황태자’로 불리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일찌감치 내각 인선 경쟁에서 탈락한 것 역시 트럼프 주니어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행정부 재앙이 될 사람 막겠다”
10월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CBS가 주최한 부통령 후보 TV 토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스핀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트럼프는 과거 함께 일했던 사람 중 일부를 2기 내각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11월 9일(이하 현지 시간)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1기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무장관 등 중책을 잇달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독자 출마의 뜻을 접으며 트럼프를 도왔지만, 트럼프 주니어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주니어는 “‘폼페이오 배제 운동’은 훌륭하지만 충분치 않다. 지금 우리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전쟁 매파들을 트럼프 행정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마가 추종자의 글을 공유하면서 “100%, 100%, 100% 동의한다”고 쓰기도 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기간 트럼프의 핵심 참모로 활약하며 아버지로부터 신임을 받았다. 마가 세계의 왕세자라는 별명답게 대선 기간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수많은 캠페인을 통해 정치기부금을 쓸어 담았다. 이외에도 경쟁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도리어 트럼프 지지를 표명하도록 힘쓰는 등 다방면에서 트럼프의 선거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인 킴벌리 길포일 역시 대선 당시 캠프 모금 책임자 겸 법률 고문으로 활동했다.
슬하에 3남 2녀를 둔 트럼프는 이전부터 가족을 중심으로 참모진을 꾸렸다(이미지 참조). 트럼프 1기 당시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백악관 수석보좌관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백악관 선임고문을 맡으며 막후 실세로 군림했다. 당시 이방카는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다. 이방카 부부는 이번 대선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았고 정치 참여 의사가 없다고 거듭 밝힌 만큼,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트럼프 2기 실세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방카는 2022년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결정하자 “나는 항상 아버지를 사랑하고 지지하겠지만 앞으로는 정치 무대 밖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의 사람들’이 트럼프 2기에서 힘쓸 수 있도록 판을 짜놓았다. J.D. 밴스 상원의원(40)이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발탁되도록 도운 일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밴스처럼 젊은 정치인이 공화당에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공화당 텃밭인 인디애나주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 짐 뱅크스 하원의원(45)이 당내 경쟁자를 물리치고 출마해 당선한 데도 트럼프 주니어의 역할이 컸다. 뱅크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주니어를 두고 “누구보다 운동의 미래, 새로운 공화당 건설, 나와 밴스 같은 젊은 세대가 주요 자리에 선출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WSJ는 폼페이오 축출 이면에 밴스의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트럼프 주니어의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밴스 밀며 존재감 보여
전문가들은 ‘트럼프 충성파’를 중심으로 2기 내각이 꾸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주니어 역시 대선 직후 폭스뉴스에 출연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확히 실현할 수 있는 진짜 선수인 사람들을 아버지의 내각에 기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구갑우 북한대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는 더는 대권 도전이 불가한 상황이라 정책 실현에 중점을 두고 인력을 배치할 것”이라며 “트럼프 1기는 워싱턴 엘리트 그룹으로 백악관과 내각이 충원됐는데, 2기는 트럼프 충성파를 중심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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