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이미 높은 상태였다. 고금리 장기화와 물가인상으로 취약한 시장에 관세가 트리거로 작동했다.”(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국내외 평가다. 협상 전략 중 하나라고 봤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미국 증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월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표로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는 이날 모두 하락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ca/83/0b/67ca830b00fbd2738250.jpg)
3월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표로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는 이날 모두 하락했다. [뉴시스]
캐나다·멕시코 보복 관세
트럼프는 3월 3일(이하 현지 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3일 중국산 수입품에 10%p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지난달 10%p 추가 관세 부과에 이은 조치로 중국은 20%p 추가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각국은 보복 조치에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발효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이 부과한 관세와 관련해 “오는 일요일(3월 9일) 관세 및 비관세 조치에 대응하기로 했다”며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중국 역시 3월 10일부터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에 15% 관세를, 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 등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한 발 물러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3월 5일 기자들에게 “북미에서 생산된 차량 중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준수한 차량의 경우 한 달간 25% 관세 부과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캘린더는 빼곡히 차 있다(표 참조). 3월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가 부과되고,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4월 2일부터는 ‘상호관세’도 시행될 예정이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 수준에 맞춰 동등한 관세를 매기는 것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았던 조치다.

“PER 높은 기술주 낙폭 주의”
트럼프발(發) 관세 폭격에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5일 ‘트럼프 관세 롤러코스터(The Trupm Tariff Roller Coaster)’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관세 폭격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투자를 둔화하고 있다”며 “1분마다 스릴이 느껴진다”고 썼다. 관세정책을 발표한 다음 날인 3월 4일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1.57포인트(-1.22%) 내린 5778.15에 마감했다가 5일 5842.63으로 반등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일인 11월 5일 종가(5782.76)보다 낮은 수치로 ‘트럼프 상승분’은 모두 반납한 상태다.
관세 리스크는 매그니피센트7(M7: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아마존닷컴·알파벳·테슬라)부터 덮쳤다. 특히 엔비디아는 3월 4일 8.69% 폭락했다. 애플은 5일 여타 M7 주가가 반등할 때 홀로 0.08% 하락했다. 미국 밖에서 제품을 조립·제조하는 엔비디아나 애플의 경우 관세 영향으로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칩 대부분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서 생산한다. 애플은 자사 기기 대부분을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 경기는 트럼프 리스크를 받아줄 만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을 기록했다. 전월(50.9)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도 밑돌았다. 2월 21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전월 대비 약 10% 낮아진 64.7로 나타났다. 2023년 11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월 4일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히 고려하고 있다”면서 “연내 그 일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발언할 때마다 흔들리는 미국 증시 투자에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에게 엄포를 놓고 공포에 질리게 한 뒤 원하는 것을 받아내는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한다”며 “이에 따라 미국 증시도 함께 출렁이고 있어 그나마 변동성을 거슬러 투자하는 게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가 2023년부터 고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현재 취약성이 커진 상태”라면서 “특히 지금까지 밸류에이션이 높았던 기술주 위주로 낙폭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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