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가 올해 3분기(7~9월) 어닝서프라이즈로 11월 7일(이하 현지 시간) 주가가 34% 급등했다. 3분기 매출은 1240만 달러(약 174억3800만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온큐 성장세는 양자컴퓨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본격화하면 인공지능(AI)부터 신약 개발, 금융, 방위, 통신, 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면서 큰 가치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지금 당장 양자컴퓨터에 투자하라’를 쓴 권중현 작가는 “AI 혁명에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은데, 이 문제들은 양자컴퓨터가 풀어낼 것”이라며 “지금은 다양한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양자컴퓨터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 작가 또한 양자컴퓨터가 미래에 큰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판단하고 그 분야 선두 기업인 아이온큐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전문가인 권중현 작가. [홍태식]
양자컴퓨터 발전, 모든 산업 성장 견인
양자컴퓨터 투자는 언제 시작했나.
“사회초년생일 때 국내 테마주, 파생상품 등 다양하게 투자하다가 쫄딱 망했다. 이후 3개월간 쉬면서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법을 공부하다 보니 미래 혁신 산업 가운데 1등 기업에 장기적으로 적립식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당시 미래 혁신 산업으로 UAM(도심항공교통), 이차전지, 전기차, 양자컴퓨터 등이 유망해 보였는데, 결국 이 모든 산업이 성장하려면 양자컴퓨터가 발전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2021년부터 양자컴퓨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도대체 양자컴퓨터란 무엇인가.
“원자에서 일어나는 양자역학적 현상들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다. 쉽게 설명하면 복잡한 미로를 풀 때 고전컴퓨터는 1명이 경로를 찾지만 양자컴퓨터는 수많은 사람이 들어가 동시에 출구를 찾는 병렬 연산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현재 양자컴퓨터는 가장 큰 약점인 오류율이 극복되지 않아 실질적인 상용화 사례가 아직 없다. 하지만 지금도 빅테크 클라우드(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 수수료를 내면 누구나 초기 양자컴퓨터를 경험할 수 있다. 양자 전문가들은 늦어도 2~3년 안에 고객이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컨설팅그룹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30년 양자컴퓨터 시장이 800억 달러(약 112조4560억 원)에서 1700억 달러(약 238조9350억 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현재 니스크(NISQ: 잡음이 존재하는 초기 양자컴퓨터 시대) 양자컴퓨터 시장인 50억 ~100억 달러(약 7조~14조 원)와 비교해 16~17배에 해당한다. 연평균 33%씩 성장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 및 기업은 양자컴퓨터에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나.
“양자컴퓨터 기술은 핵무기 암호를 해킹할 수 있고, 군사적으로나 산업적으로도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서 미국, 중국, 유럽 등이 사활을 걸고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국가양자주도법(NQI)을 통과시켜 12억 달러(약 1조6900억 원)를 투입했다. 최근에는 이 법안을 확장해 18억 달러(약 2조5300억 원)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미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허베이성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큰 양자연구소를 설립했다. 건축 면적이 축구장 35개 크기와 맞먹는 25만㎡로 총 11층 규모다.”
한국 양자 기술 선도국에 7년 뒤처져
외국과 비교해 한국 양자 기술 수준은.
“정부는 현재 한국 양자 기술이 선도국에 비해 65%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 양자컴퓨터 기술은 선도국에 최소 7년 이상 뒤처져 있다. 한국은 올해 1월 20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시연했는데 미국 IBM은 이미 이 수준을 2017년 상용화했다. 이를 단순하게 계산해도 7년 차이가 난다. 물론 한국도 지난해 6월 양자 주간에 정부 2조4000억 원과 민간 6000억 원을 투자해 양자 기술을 선도국의 85% 수준까지 추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안타깝게도 이 계획 또한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양자컴퓨터 시대가 오면 AI 또한 급속도로 진화할 것 같은데.
“양자컴퓨터는 기존 GPU(그래픽처리장치)와 CPU(중앙처리장치)에 양자칩 QPU를 붙여 만든다. 실제로 엔비디아나 일본 국립연구소들은 이미 슈퍼컴퓨터에 양자컴퓨터를 붙이는 시도를 시작했다. 이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양자 머신러닝’은 기존 머신러닝 방법보다 10분의 1 훈련으로도 기존 수준만큼 AI를 훈련시킬 수 있다. 또한 AI 가속기를 돌리려면 많은 전력이 필요한데, 이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가 사용하는 전력의 1% 이하만 써도 같은 학습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AI와 양자컴퓨터는 서로 도우면서 함께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도 양자칩을 만들려고 노력 중인가.
“전 세계적으로 양자 기술을 연구하는 엔지니어가 극소수이고, 그 사람들은 이미 양자 기업에 소속돼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높은 이 분야에 뛰어들 필요가 없어 보인다. 돈 주고 사면 되지 않나. 다만 엔비디아는 GPU의 쿠다(CUDA) 같은 양자를 개발하는 컴퓨터 언어를 만들고 있다. 만약 양자컴퓨터에 투자하고자 하는데 어디에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엔비디아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향후 유망한 양자컴퓨터 기업을 꼽는다면.
“양자컴퓨터는 기본 단위인 큐비트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방식이 나뉜다. 주류는 극저온을 활용하는 초전도체 방식과 자연 원자 그대로를 활용하는 이온 트랩 방식이다. 초전도체 방식에서는 IBM이 대장이다. IBM은 전 세계 뛰어난 연구기관이나 정부와 협력해 현재 4개국에 양자컴퓨터를 설치하고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이온 트랩 방식에서 앞선 기업은 어딘가.
“아이온큐와 허니웰의 자회사 격인 퀀티넘이다. 아이온큐는 유럽 퀀텀바젤연구센터와 미 공군연구소에 양자컴퓨터를 판매했고, 미 공군연구소와 정보응용연구소 같은 정보기관들과 최근 각각 700억 원, 5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계약을 체결해 기술력을 증명했다. 퀀티넘 또한 많은 연구 성과를 자랑하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왜 양자컴퓨터 기업 가운데 아이온큐에 집중 투자하나.
“현재 양자 기업 가운데 매출을 공개한 기업은 아이온큐 퀀티넘, 리게티, 디웨이브 4개 기업밖에 없다(표 참조). 그 가운데 아이온큐 누적 매출이 4100만 달러(약 576억1300만 원)로 압도적이다. 매출도 매년 100%씩 성장 중이다. 또한 아이온큐는 미국 시애틀에 양자컴퓨터 제조 공장을 세우는 등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네트워킹 분야로까지 사업을 넓히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온큐가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어 집중 투자하고 있다.”
아이온큐에 어느 정도 규모로 투자하고 있나.
“2021년 9월부터 아이온큐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투자금은 2억~3억 원, 평단가는 7달러 정도다. 현재 아이온큐 주가는 25달러대인데, 한때 3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그래프 참조). 최근 아이온큐가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두면서 주가가 상승해 수익률이 250%까지 올라 투자금이 10억 원 이상으로 불었다.”
주가가 바닥에 있을 때 어떻게 견뎠나.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아이온큐 본사를 직접 방문하고, 올해 10월에는 아이온큐의 시애틀 양자컴퓨터 제조 공장을 둘러보면서 아이온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이온큐의 성장 가능성을 믿었기에 10달러 이하 가격에도 주식을 매집하며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었다. 결국 좋은 기업은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아이온큐 주가 고평가 영역
아이온큐 주가가 많이 상승했는데, 신규 투자자는 어떤 전략으로 투자에 나서야 할까.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30년 양자 기업의 전체 매출은 150억~300억 달러(약 21조~42조16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 가운데 아이온큐가 시장점유율을 10% 정도 차지한다고 가정하고, 매출의 10배 정도를 시가총액으로 평가받는다면 예상주가는 70~140달러다. 또한 아이온큐는 매년 100%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어 이 추세라면 2030년 예상 매출은 약 25억 달러(약 3조5100억 원), 시가총액은 250억 달러(약 35조1450억 원)가 될 전망이다. 이를 주가로 환산하면 115달러 정도다. 다만 현재 아이온큐 주가 23~25달러는 매출의 130~140배로 엄청난 고평가 영역이다. 따라서 조정이 나올 때마다 아이온큐 주식을 조금씩 모아가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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