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갈아타기 1주택자, 기존 대단지 아파트 급매가 현실적 대안

서울 알짜단지 청약 ‘하늘의 별 따기’… 7~8월 8개 단지 청약 경쟁률 135 대 1

  •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입력2024-09-22 09: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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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청약시장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울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강남권, 마포 지역에서 아파트 청약이 잇따르자 시장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8월 서울 8개 신축 아파트 단지 1775채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순위 청약통장 23만8732개가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134.5 대 1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치(97.7 대 1)보다 높았다. 그중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7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였다. 178채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청약 9만3864건이 접수돼 평균 527.3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402 대 1), 마포구 공덕동 마포 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163 대 1)도 세 자릿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 [삼성물산 제공]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 [삼성물산 제공]

    가점 70점 이상 강남권 알짜 청약 노려볼 만

    올해 서울 분양시장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이유는 뭘까.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호 지역과 외곽 지역, 신축과 구축 아파트 간 가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축비 상승이 분양가로 전이된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청약이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쟁률이 높아지자 여러 번 청약에 실패한 수요자 사이에선 “기약 없는 청약에 얽매여 진입 기회를 놓치기보다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신축 청약과 기존 아파트 매입의 갈림길에 선 수요자가 참고할 만한 전략을 분석해봤다. 최근 청약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결혼 3년 차 A 씨와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직한 B 씨 사례를 살펴보자.

    #1 A 씨는 운 좋게 전세 가격이 하락한 시기 마포에 신혼집을 차리고 2년 후 서초구 잠원동 전세로 갈아탔다. 그 후 서초, 강남, 송파 신축 아파트 분양 때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약가점은 32점으로, 서울 인기 지역 청약 당첨을 기대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강남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고 마음먹은 A 씨는 향후 아이를 낳으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 확률도 높아지는 만큼 가능한 한 계속해서 청약에 도전할 계획이다.

    #2 B 씨는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했으나 오래된 구축 단지인 데다, 주거 여건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새 아파트로 이사하길 바라고 있지만, 입지 좋은 곳으로 옮기려면 적잖은 자금을 보태야 하기에 청약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B 씨의 가점은 37점이다. 1주택 보유자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서 17점 만점을 받아도 3~4인 가구는 30점대를 넘기가 어렵다. 추첨제 공급 물량은 동순위 타입의 20~30%로 제한되기 때문에 가점이 낮은 청약자는 경쟁률이 높아지고 당첨 확률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최근 B 씨가 청약에 도전한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의 경우 전용면적 85㎡ A타입 일반 1순위 경쟁률이 77.59 대 1, 추첨제 경쟁률은 258 대 1이었다. B 씨는 인근 재건축 일반분양에 한두 번 더 도전해볼 요량이다. 하지만 분양에서 계속 떨어진다면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쪽으로 선회할지, 노후 대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입을 포기할지 고민이 많다.


    올해 서울 인기 단지에 당첨되려면 청약가점이 어느 정도여야 할까. 최근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일반공급 청약 지원자 20만1567명 중 가점제 당첨자는 655명이었다. 당첨자의 평균 점수는 65.72점, 점수가 가장 낮은 사람은 63.68점이었다. 가점별 당첨자 수는 각각 △80점 이상 11명 △70~80점 209명 △60~70점 미만 287명 △50~60 미만 점 98명 △40~50점 미만 36명 △30~40점 미만 12명 △20~30점 미만 2명이었다. 이 중 강남권 당첨자는 △80점 이상 9명 △70~80점 157명 △60~70점 미만 35명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당첨을 기대하려면 가점이 최소한 60점은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결혼 3년 차 A 씨와 1주택자 B 씨처럼 가점이 30점대인 사람은 서울 인기 지역 당첨을 기대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A 씨 같은 신혼부부는 특별공급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긴 하지만, B 씨 같은 중장년 유주택자는 청약을 통해 좋은 곳으로 갈아타는 전략이 사실상 불가한 것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당첨 결과에서 입증됐듯이, 강남권 당첨자 중 70점 이상 가점을 받은 사람의 비중이 83%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청약가점은 △무주택 기간(만점 15년 이상) △부양가족 수(만점 본인 제외 6명 이상) △통장 가입 기간(만점 15년 이상)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서 만점이 되면 각각 32점, 17점으로 총 49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5인 이상 가구라야 70점을 넘을 수 있는 셈이다. 15년 이상 무주택 자격을 갖춰 청약을 준비하더라도 부양가족이 적은 경우에는 강남권 등 좋은 입지에서 당첨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非강남 급매물 주목

    7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87만1644명이다. 이 중 329만3925명(12.3%)이 15년 가입 기간을 채웠다. 앞으로 5년 뒤엔 청약통장 가입 기간 만점자가 되는 가입 10년 이상 청약 대기자가 715만821명이 된다. 물론 청약통장 가입자 모두가 서울 강남 지역 청약 대기자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강남을 비롯한 알토란 입지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서울 아파트 청약 열풍은 주택시장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추석 이후 서울에선 래미안원페를라(방배6구역), 아크로리츠카운티(방배삼익), 잠실르엘(미성크로바),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등 강남권에서도 입지 좋기로 소문난 대단지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수요자는 인근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청약에 관심이 높은 이유다.

    따라서 청약가점 70점 이상이라면 올해 하반기 알짜 강남권 청약을 적극 노려볼 필요가 있다. 일반분양 물량도 적잖아 70점 이상이라면 당첨을 기대해볼 수 있다. 60~70점 미만이라도 단지나 타입에 따라 분양 물량의 10%는 당첨 커트라인으로 진입 가능한 만큼 연내 분양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다만 청약가점 60점 미만인 대기 수요자라면 강남권 분양에서 가점으로 당첨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주택평형 이하 중소형의 경우 20~30%가 배정되는 추첨제 물량에 희망을 갖고 도전해볼 수 있다. 다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라 큰 기대를 갖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갈아타기를 노리는 1주택자는 청약보다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이나 기존 아파트 급매를 노리는 게 현실적이다.

    그런 점에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 수요자라면 9월 이후 가격 조정기에 나오는 급매물 매입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도 강남권이나 도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여전히 2022년 전 고점 대비 저렴한 곳이 수두룩하다. 특히 거래가 줄면서 호가가 하락하면 전 고점보다 20% 넘게 저렴한 곳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서울 지역 준공 10년 이내 대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온다면 갈아타기나 내 집 마련 전략으로 선회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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