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둔화·고용시장 냉각에 ‘빅컷’… 내년까지 1.5%p 추가 금리인하 예고

선제적 정책 대응으로 경기 연착륙 기대 의미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4-09-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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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컷(0.5%p 인하)을 단행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이뤄진 첫 금리인하로, 정책금리는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낮아졌다. 경기 상황은 아직 양호하지만 노동시장 둔화 징후가 이전보다 가시화되고 있음을 우려해 선제 대응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펼친 것으로 보인다.

    9월 18일(현지 시간) 회의가 끝난 후 발표된 성명서를 살펴보면 연준은 경제 상황과 관련해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종전 평가를 유지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일자리 증가율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또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향해 더욱 진전된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해 연준의 통화정책 초점이 물가에서 고용으로 이동했음을 분명히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9월 18일(현지 시간) 금리인하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9월 18일(현지 시간) 금리인하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경제성장률 전망 소폭 변화, 실업률은 상승

    9월 FOMC 정례회의에서는 연준의 경제 전망치와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가 함께 발표됐다(그래프1 참조). 먼저 2024년 경제성장률(GDP)은 2.0%로 6월보다 0.1%p 소폭 낮췄지만 2025년 전망치는 2.0%로 유지했다. 실업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4.4%로 전망하면서 종전보다 각각 0.4%p, 0.2%p 높였다.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와 근원 PCE(에너지와 식료품 제외) 물가는 종전보다 0.2∼0.3%p 낮추면서 내년에는 2% 초반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경로에 대한 전망은 강화된 반면,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는 커졌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점은 연준의 경기 연착륙 전망이 아직 유효함을 의미한다. 연준의 선제적 정책 대응을 통해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점도표에서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연말까지 50bp(1bp=0.01%p)를 더 인하하고 2025년 100bp, 2026년 50bp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2026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75~3.00%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9월 FOMC 정례회의 이후 뉴욕증시는 소폭 약세를 보이고,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화는 반등했다. 회의가 진행되기 전 이미 올해 100bp 인하를 선반영한 영향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금융시장 흐름은 어떻게 진행될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연준의 금리인하 성격과 대내외 여건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즉 연준의 금리인하가 선제적 성격으로 완만하게 진행되는지, 아니면 경기침체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가파르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다르며, 단기적으로 대내외 경기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났다.

    이를 미국달러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최근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는 곧 달러 약세”라는 공식이 과거 금리인하기에는 잘 맞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속도가 완만하게 진행된 1995년과 1998년에는 미국달러화가 횡보 또는 완만한 강세를 보였던 반면, 금리인하 폭이 가팔랐던 2001년과 2007년에는 약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6개월씩 단기적으로 끊어서 살펴보면 다시 차이가 나타난다(그래프2 참조). 1995년과 1998년을 놓고 보면 1995년에는 제한적인 달러 강세를, 1998년에는 금리인하 직후 약세를 보인 후 낙폭이 축소됐다. 2001년과 2007년도 다르지 않다. 2001년에는 미국달러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2007년에는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하기에 달러 흐름이 이처럼 달랐던 이유는 달러 방향성이 통화정책이라는 단일 변수로 결정되기보다 대내외 여건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였기 때문이다. 1995년과 2001년 달러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인 기간에는 공통적으로 미국 경기 사이클이 둔화되고 글로벌 수요도 약화하면서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졌다. 미국과 주요국 간 펀더멘털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달러가 안전자산 수요 측면에서 우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1998년과 2007년에는 미국 경기 사이클이 확장기 후반부에 있었고 글로벌 수요도 비교적 양호해 주요 통화가 강세였던 반면, 미국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에서도 단순히 미국달러화가 연준의 통화 이완에 맞춰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4분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 위축 가능성

    그렇다면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달러는 어떻게 움직일까. 우선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를 살펴보면 경기침체 우려보다 선제적 대응 측면이 강한 만큼 금리인하가 완만한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도 연준은 추가 100bp 인하를 전망하지만 경제성장률이 2%로 유지되고 실업률도 올해 4.4% 수준에서 변함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 폭이 연준의 예상 수준보다 적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기 사이클을 비교하면 최근 미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기준선(100)을 하회해 둔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수요를 잘 반영하는 중국의 주요 지표들은 부진한 상황이다. 미국과 주요국의 수요가 약화된 과거 1995년 경기 사이클이 현 상황과 비교적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국달러화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추가적으로 하락폭을 확대하기보다 바닥을 다진 뒤 제한적인 강세 흐름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4분기에는 미국 대선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 내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말 주식시장이 기업이익 및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박스권에서 등락을 보이면서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기 어렵다면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미국달러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미국달러화 흐름을 고려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흐름이 지속될 수 있으며, 연말로 갈수록 현 수준보다 높게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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