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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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황에도 지난해 9억 이상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 역대 최고치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현재 부동산 심리는 ‘안정적’… 15억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도 최고치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입력2024-02-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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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하반기 이후 줄곧 서울 집값이 하락한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집값이 더 무너질 것이라는 폭락론자가 대거 등장했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서울 집값은 여전히 내 월급으로 감당하기 난망한 수준이다. 과연 집값이 얼마나 떨어져야 하락할 만큼 하락한 것일까. 혹은 집값이 얼마나 올라야 오를 만큼 오른 것일까.

    미국의 미세한 금리 움직임이 시차를 두지 않고 국내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며 지난해 초 회복되던 거래회전율이 연말에 다시 급락했다. 이 때문에 현재 얼마 되지 않은 거래량으로 가격 적정성을 판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시 찾아온 ‘거래량 극소’ 국면에서 어떻게 가격 적정성을 판단해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을까. 관건은 가격 데이터가 ‘분포도’를 얼마나 정확히 그려내느냐에 달렸다. ‘분포’의 사전적 정의는 ‘일정한 범위에 흩어져 퍼져 있음’이다. 이를 가격 분포도에 대입해보면 가격 오르내림의 척도인 가격 변동률이 어느 구간에 집중돼 있는지, 혹은 극단적으로 어느 구간까지 퍼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분기 매매가 변동률 -3% 이하 확률 1%

    지난해 15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1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뉴시스]

    지난해 15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1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뉴시스]

    “어느 지역 아파트 값이 얼마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이 정도 가격이면 싸다” 혹은 “더 떨어져야 한다”는 그 나름의 판단을 하게 된다. 문제는 그 판단 잣대가 철저히 개인 경험치로 편향된 분포도라는 점이다. 부동산 활황기를 길게 경험한 사람과 갑작스러운 경기침체로 부동산의 깊은 어둠을 목도한 사람은 집값 기준이 양극단에 치우쳐 있기 마련이다. 결국 개인 경험치를 뛰어넘는 분포도의 객관성과 정확성은 오랜 기간 연속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만이 담보해줄 수 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23년간 분기별 서울 매매가 변동률을 살펴보면 0~3% 구간에 전체 통계치의 45%가 집중돼 있다(그래프1 참조). 즉 어느 시점의 분기별 매매가 변동률이 0%에서 3% 사이 수준을 기록했다면 서울 집값은 평년 수준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 집값 변동률이 어느 수준까지 치달았을 때 극단적 상황이라 판단할 수 있을까.

    23년간 분포도에 따르면 분기별 매매가 변동률이 5~7% 구간에 있을 확률은 6%이며, -3% 이하 구간에 있을 확률은 단지 1%에 불과했다. 따라서 서울 집값이 어느 분기에 5% 넘게 상승하거나 -3% 밑으로 하락한 경우 각각 상승과 하락 사이클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6억 원 미만 아파트 실종

    가격 적정성을 판단하려면 가격의 절대 수준을 알려주는 ‘거래금액대별 분포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거래 극소 국면이라도 1000건이든, 100건이든 어느 금액대의 거래 비중이 가장 크고 작은지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 통계가 처음 발표된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 아파트의 금액대별 거래 비중 분포를 살펴보면 2015년 80.5%를 차지하던 6억 원 미만 아파트 비중은 점차 감소해 2023년에는 25.9%까지 낮아졌다(그래프2 참조). 6억 원 미만 아파트의 실종은 비단 1~2년간 단기 추세가 아닌, 5년 이상 장기 추세인 것이다. 따라서 ‘거래량 감소→집값 하락’ 내러티브가 극심해지더라도 서울 중급지 이상에서 6억 원대 아파트는 ‘추억의 가격’이 됐을 개연성이 크다.



    반면, 2015년 이후 그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격대는 ‘9억 원 이상 아파트의 거래’다. 2015년 약 6.8%에 불과하던 9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해 전체 거래의 절반에 가까운 약 46.6%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 중상급지 아파트 값 최저 수준이 9억 원으로 굳어졌음을 알려준다. 또한 지난해 15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속된 거래 불황에도 역대 최고치인 18%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상급지 아파트 거래시장이 ‘자산가들의 리그’임을 확인케 해줬다. 만약 ‘거래 감소→폭락론’을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전문가가 있다면, 혹은 막연히 서울 아파트가 반값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무주택자가 있다면 1~2년을 넘어 8년 이상 지속된 거래 분포 흐름이 어땠는지 확인해보길 바란다.

    부동산시장의 결과 지표인 가격 분포도를 살펴봤다면 가격 선행지표인 심리지수 분포도를 통해 시장 선행 사이클을 진단해보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프롭테크(부동산+기술)가 고도화될수록 심리 출렁임이 집값에 선반영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대표적인 부동산 심리지수인 한국은행 주택가격전망CSI 분포(2013년 1월~2023년 12월)를 살펴보면 기준값인 100에서 120 사이에 56%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그래프3 참조). 즉 주택가격전망CSI가 100~120 구간에 있다면 현 부동산 심리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주택가격전망CSI가 120을 넘어서는 구간에 위치할 확률은 급격히 감소하는데, 지난 132개월 동안 130을 넘은 순간은 단 3번밖에 없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3개월 연속 주택가격전망CSI는 130을 상회하며 부동산 심리가 ‘초과열’ 수준임을 경고했다. 반면 70 미만 구간에 위치할 확률은 4%에 불과했다. 2022년 9월~2023년 1월로 역대급 심리 냉각을 겪은 시점이다. 가장 최근 주택가격전망CSI는 92를 기록하며 기준값인 100을 하회했다. 앞으로 1년간 90 내외 박스권을 형성한다면 주택시장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만약 주택가격전망CSI가 시장 냉각선인 70대로 주저앉는다면 시장 저점이 그 모습을 드러낸 ‘매수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이때는 저평가된 우량 투자처를 찾아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모든 데이터는 확률 따져봐야

    지금까지 10년 넘게 쌓인 가격 및 심리통계 분포도를 통해 부동산 가격 저점과 고점을 판별하는 객관적 기준에 대해 알아봤다. 어떤 수치가 어느 구간에서 얼마나 나타났는지 보여주는 분포도는 결국 어떤 사건의 발생 확률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나눗셈’이 분포도의 핵심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분포도뿐 아니라 어느 지역의 수급 여건을 알려주는 인구밀도, 1000명당 주택 수 역시 나눗셈을 통해 구해지는데, 부동산 데이터를 통해 참된 가치를 구하고 싶다면 나눗셈에 능해야 한다.

    청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견본주택 현수막에 큼지막하게 적힌 수십, 수백 대 1 청약경쟁률 숫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84C 타입 경쟁률 10 대 1 기록’ ‘150타입 경쟁률 100 대 1 기록’과 같은 문구다. 청약경쟁률 통계도 공급 가구수에서 청약자 수를 ‘나눠’ 산출한다. 84C 타입은 고작 10가구의 ‘소수 타입’에 불과한데 100명이 청약했을 수 있고, 대형 펜트하우스라 할 수 있는 150타입은 VVIP의 자존심을 위해 단 1채만 공급되는데 100명이 청약했을 수 있다. 분양 홍보문구에서 아주 큰 청약경쟁률 숫자를 보게 된다면 반드시 “대체 저 타입은 얼마나 많은 가구수가 공급된 걸까”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총 공급 가구수에서 청약자 수를 나눠 전체 평균 경쟁률을 구해야 한다. 만약 1순위 청약경쟁률이 5 대 1을 넘었다면 해당 단지는 조만간 완판 현수막을 걸게 될 테고, 3 대 1을 밑돌았다면 해당 단지는 장기 미분양이라는 우울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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