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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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돈이 시장 움직이는 유동성 장세… 기업 실적 무관한 주가 흐름 나오기도”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2차전지 열풍에 전장 산업 조정, 매수 기회로 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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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7-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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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동아DB]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동아DB]

    2차전지 주식을 보유했느냐, 매수 시점이 언제였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는 탓이다. 2차전지 대장주 포스코홀딩스와 에코프로는 주가가 올해 각각 110%, 850% 가까이 상승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7월 26일 인터뷰에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서 시장의 선택을 받느냐 여부에 따라 주가 운명이 갈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염 이사는 주가가 급격히 오른 기업에 성급하게 투자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수급이 몰리면서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 흐름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주가가 단기적으로 수급을 따라갈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을 따라간다”고 강조했다. 염 이사는 이날 “2차전지 산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반드시 오는 미래’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 이사는 미국 중심의 ‘탈중국화’ 현상도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중국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포스코그룹은 오래전부터 이를 준비해온 덕분에 올해 시장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이 세계적으로 커지는 상황 역시 포스코그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 이사는 “리튬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폐배터리 기업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리튬 산업, 경기 사이클 논하기 일러”

    포스코그룹이 올해 개인투자자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2차전지 산업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고(高)밸류에이션 상황이라 접근이 쉽지 않다. 반면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2차전지 대장주로 부상했음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았다. 철강이 베이스인 기업이라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낮았다. 포스코그룹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10년 전부터 2차전지 사업을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배터리 산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양극재와 음극재이고, 이것을 만들려면 광물이 필요하다. 중국이 이 분야를 꽉 잡고 있는데, 미국이 이를 원치 않는다. IRA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원자재 기업은 경기 사이클 영향을 많이 받는다. 리튬 분야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물론 리튬 분야도 언젠가 사이클을 탈 것이다. 경기 사이클을 안 타는 산업은 없다. 다만 리튬 산업은 아직 성장 단계라 사이클을 논하기 이르다. 애플도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몇 년 동안은 계속 성장했다. 전기차 산업에서 많이 쓰이는 니켈과 리튬 등은 사이클에 대한 우려보다 전방 산업이 성장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물론 중국이라는 변수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탈중국 국면에서 수혜를 받고 있지만, 어쨌든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곳이 중국이다. 연초 중국에서 리튬 가격이 폭락해 관련 산업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중국은 향후 리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 중이라 당장은 중국 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 다만 중국과 관련된 리스크 중 하나가 과잉투자다.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이 엄청 성장하다 보니 투자가 지나치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 이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성장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폐배터리 산업, 불량품 수거 능력 중요”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12월 13일 아르헨티나 서북부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리튬 생산설비를 짓고 있다. [동이DB]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12월 13일 아르헨티나 서북부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리튬 생산설비를 짓고 있다. [동이DB]

    리튬 산업과 관련해 ‘리벤트’라는 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리벤트는 미국 리튬 생산 기업으로 5월 호주의 같은 분야 회사 올켐과 인수합병(M&A)을 했다. 포스코홀딩스 입장에서는 희소식일 수 있다. 경쟁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리벤트와 올켐은 아르헨티나 염호에 투자를 많이 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가 아니다. 이곳에서 생산한 리튬은 (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리튬을 한국으로 보내 가공한 후 다시 미국에 보내는 방식이라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 다만 앨버말과 리벤트 등 미국 기업들이 아르헨티나 염호에 많이 투자한 만큼 향후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IRA 규제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그룹 주주라면 앨버말과 리벤트 등 미국 리튬 생산 기업을 투자 준거집단으로 삼을 수 있을까.

    “그렇다. 앨버말 같은 기업은 지난해 전기차가 주목받는 국면에서 상당한 시가총액을 인정받았다. 포스코홀딩스의 몇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포스코그룹은 아직 리튬을 생산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본격적으로 리튬 생산에 돌입하면 수익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해당 부분이 상당히 반영됐다.”

    2차전지 수요가 늘면서 폐배터리 산업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 중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 있나.

    “대표 기업으로 성일하이텍이 있다. 폐배터리 산업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폐배터리 수거다.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배터리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 수율 문제로 불량품이 나오기도 한다. 폐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는 불량품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일하이텍의 경우 배터리 3사 중 하나인 삼성SDI가 지분투자를 했다. 불량품 수거에 유리한 환경을 갖춘 셈이다. 성일하이텍이 ‘폐배터리 대장주’로 대접받는 다른 이유는 유럽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향후 배터리를 만들 때 폐배터리에서 수거한 원료를 일정 부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성일하이텍은 유럽에 공장이 많아 사업하는 데 유리하다.”

    향후 폐배터리 산업이 활성화되면 원자재 기업 입장에서는 악재로 작용하지 않나.

    “물론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전기차 침투율이 높지 않아 폐배터리 자체가 적다.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려면 우선 전기차가 많이 생산돼야 한다. 한동안 폐배터리 산업이 리튬 생산 기업들에 위협이 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시장이 성장하는 단계인 만큼 공급 과잉을 우려할 시점은 아니다.”

    “유럽·미국·동남아 진출 기업 찾아라”

    폐배터리 산업에 투자를 고민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폐배터리 산업 역시 철저히 규모의 경제를 따른다. 정부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향후 모든 국가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따라서 해외에 공장을 많이 둔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유럽과 미국, 동남아시아에 투자하고 있다. 이곳에 현지 공장을 둔 기업을 찾아보자. 둘째로 ‘수거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이 유리하다. 건설사 아이에스동서의 자회사 중 인선이엔티라는 종합폐기물처리업체가 있다. 이 기업의 자회사가 폐차 사업을 하는데 향후 전기차도 폐차하지 않을까. 인선이엔티가 폐배터리 수거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환경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폐배터리도 공정 과정에서 환경 오염물질이 생길 수 있다. 폐수나 폐기물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회사들이 그만큼 강점이 있다. 지금까지 말한 세 가지 요인이 모두 중요하다.”

    최근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를 이기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원래 코스닥은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85% 정도다. 외국인과 기관보다 개인이 훨씬 중요한 시장이다. 특이한 점은 최근 들어 코스피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기관을) 이기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매우 드문 현상이다. 코스피는 그간 외국인이 장세를 결정해왔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개인투자자들이 아무리 주식을 매수해도 외국인이 팔면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지 않았나.”

    왜 역전 현상이 나타났을까.

    “두 가지 측면이 작용한 것 같다. 과거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를 사도 (수급이) 분산돼 힘이 없었다. 한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빠지는 회사들을 나눠 샀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은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정 업종을 많게는 하루 1조 원씩 매수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개인투자자의 자금력이 커진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투자자 예탁금이 54조 원까지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초과 저축도 100조 원을 넘었다고 한다. 이 대기자금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실적 좋은 기업도 주가 폭락 허다해”

    최근 장세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시장마다 색깔이 있다. 지금은 유동성 장세로 보인다. 돈이 시장을 움직이는 상황이다. 3년 전에도 BBIG라 해서 배터리(B), 바이오(B), 인터넷(I), 게임(G) 등 4개 섹터 기업만 주가가 올랐다. 당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은 몇 달간 지지부진했고 신풍제약 등이 올랐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실적 좋은 기업도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금이 한정되다 보니 개인이 어느 종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가 등락이 결정되고 있다. 오히려 실적이 좋게 나타나면 ‘피크아웃(정점 통과)한 것 아니냐’며 주식을 던져버리고, 대세 섹터 기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다만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투표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것이다.”

    인상 깊게 본 리포트를 하나 소개한다면.

    “‘반드시 오는 미래’를 항상 좋게 본다. 그리고 최근 관심 있게 본 것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전장에 들어선 전기전자’라는 보고서다.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능이 들어가면서 전자제품이 굉장히 많이 탑재되고 있다. 이를 전장이라고 한다.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전장 부문이 굉장히 커질 것이다. 관련 시장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나 전장용 반도체 기판(FC-BGA) 등 관련 산업을 공부해보자.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오토에버가 소프트웨어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전장 부문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2차전지 기세에 눌려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빠졌는데 오히려 기회다. 내년 혹은 내후년을 바라본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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