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과도한 가계부채에 이어 기업의 부실채권 문제에도 직면했다.”
세계적 경제지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한국의 동양그룹 사태 소식을 전하면서 10월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FT는 기업 부실사태가 KDB산업은행(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부실채권을 증가시켰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을 과도하게 지원함에 따라 공적 자금에 의존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점과 내수 부진을 꼽았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2분기(4~6월) 은행권에서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10조7000억 원 규모다. 이는 전 분기(5조6000억 원)의 약 2배 수준으로 분기별로는 2010년 2분기(12조8000억 원) 이후 최고치다.
경기 민감한 업종 부실 수면 위 떠올라
부실채권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부실채권 비율이란 은행의 총여신 가운데 ‘고정 이하 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의 비중을 뜻한다.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 등 5단계 여신 가운데 고정 이하는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73%로 1분기 말(1.46%)보다 0.27%p 상승했다. 이는 2011년 6월 말(1.7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부실은 대부분 기업 대출에서 발생했다. 2분기 신규 부실채권 가운데 기업 대출의 비중이 87.6%(9조4000억 원)나 된다. 기업 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2.22%로 1분기 말(1.79%)보다 0.43%p나 올랐다.
이는 조선, 해운, 건설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서 잠재돼 있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올라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조선업의 부실채권 비율은 1분기 말 1.83%에서 2분기 말 6.86%, 해운업은 같은 기간 1.65%에서 6.59%로 급증했다.
취약 업종 기업들이 구조조정 명단에 오르면서 은행들은 이 기업에 빌려준 돈을 ‘부실채권’으로 간주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대손충당금은 대출받은 기업이나 개인이 부실해지면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준비해놓는 돈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도 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의 부실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상반기(1~6월)에만 7조 원 가까이 늘었다. 이 중에서도 우리은행 부실채권은 6월 말 기준 5조1000억 원으로 3개월 만에 1조6000억 원이 추가로 생겼다. 부실채권 비율은 2.90%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법정관리 중인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상반기 266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STX그룹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대거 충당금을 쌓아야 해 재무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산업은행이 적자를 낸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여파가 미친 2000년(1조40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부실채권 규모도 늘어 고정 이하 여신 금액이 2조920억 원을 기록했고 그 비율도 2.12%로 상승했다.
금감원은 하반기(7~12월)에도 국내 은행권에서 13조3000억 원의 신규 부실채권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말 부실채권 목표 비율은 1.49%로 지난해보다 0.13%p 높여 잡았다.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급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이 부실이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해칠 확률은 아직까지 낮다고 본다. 과거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의 연쇄 부도로 부실채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갑자기 늘면서 은행들이 도산한 기업과 함께 쓰러졌지만, 현재는 은행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부실로 이어질 개연성은 낮아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비율은 4%에 육박한다”며 “일부 취약 업종의 경우 잠재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부실채권 규모가 일시적으로 커졌지만 전반적으로 은행들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하고 충당금을 미리 쌓아놓은 상태라 더는 악영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문제가 된 동양그룹에 대한 은행권의 위험노출액은 은행들이 감내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증권은 은행권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5개 계열사에 대한 은행권의 익스포저가 81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STX그룹의 경우에는 은행권의 익스포저가 커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은행권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지만, 최근 한계 기업들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익스포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경기침체가 이어져 조선, 건설, 해운업종에서 부실기업이 속출하면 은행권의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늘어나 대손충당금을 쌓다 보면 부실채권 비율을 낮춰야 하는 은행 처지에서 채무 상환 가능성이 더 높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비우량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은행권의 기업 대출에서 대기업 비중은 2004~2006년 13% 안팎에서 올해 3월 말 25.5%로 급등했다.
향후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국내 은행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행한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가 국내 은행 경영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국내 금융회사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은행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은행권의 요주의 이하 부실채권 규모가 4조1000억 원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1%p 올리면 이자 수익은 1조3000억 원 정도 늘겠지만 부실채권 역시 증가해 은행들이 1조3000억 원가량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에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지금 당장은 부실채권 비율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향후 부실화하는 기업이 대거 나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당장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에 맞춰 부실기업의 채권을 매각, 상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경제지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한국의 동양그룹 사태 소식을 전하면서 10월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FT는 기업 부실사태가 KDB산업은행(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부실채권을 증가시켰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을 과도하게 지원함에 따라 공적 자금에 의존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점과 내수 부진을 꼽았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2분기(4~6월) 은행권에서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10조7000억 원 규모다. 이는 전 분기(5조6000억 원)의 약 2배 수준으로 분기별로는 2010년 2분기(12조8000억 원) 이후 최고치다.
경기 민감한 업종 부실 수면 위 떠올라
올 상반기 2665억 원 적자를 낸 KDB산업은행 본점.
부실은 대부분 기업 대출에서 발생했다. 2분기 신규 부실채권 가운데 기업 대출의 비중이 87.6%(9조4000억 원)나 된다. 기업 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2.22%로 1분기 말(1.79%)보다 0.43%p나 올랐다.
이는 조선, 해운, 건설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서 잠재돼 있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올라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조선업의 부실채권 비율은 1분기 말 1.83%에서 2분기 말 6.86%, 해운업은 같은 기간 1.65%에서 6.59%로 급증했다.
취약 업종 기업들이 구조조정 명단에 오르면서 은행들은 이 기업에 빌려준 돈을 ‘부실채권’으로 간주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대손충당금은 대출받은 기업이나 개인이 부실해지면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준비해놓는 돈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도 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의 부실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상반기(1~6월)에만 7조 원 가까이 늘었다. 이 중에서도 우리은행 부실채권은 6월 말 기준 5조1000억 원으로 3개월 만에 1조6000억 원이 추가로 생겼다. 부실채권 비율은 2.90%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법정관리 중인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상반기 266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STX그룹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대거 충당금을 쌓아야 해 재무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산업은행이 적자를 낸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여파가 미친 2000년(1조40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부실채권 규모도 늘어 고정 이하 여신 금액이 2조920억 원을 기록했고 그 비율도 2.12%로 상승했다.
금감원은 하반기(7~12월)에도 국내 은행권에서 13조3000억 원의 신규 부실채권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말 부실채권 목표 비율은 1.49%로 지난해보다 0.13%p 높여 잡았다.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급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이 부실이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해칠 확률은 아직까지 낮다고 본다. 과거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의 연쇄 부도로 부실채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갑자기 늘면서 은행들이 도산한 기업과 함께 쓰러졌지만, 현재는 은행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부실로 이어질 개연성은 낮아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비율은 4%에 육박한다”며 “일부 취약 업종의 경우 잠재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부실채권 규모가 일시적으로 커졌지만 전반적으로 은행들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하고 충당금을 미리 쌓아놓은 상태라 더는 악영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문제가 된 동양그룹에 대한 은행권의 위험노출액은 은행들이 감내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증권은 은행권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5개 계열사에 대한 은행권의 익스포저가 81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STX그룹의 경우에는 은행권의 익스포저가 커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은행권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지만, 최근 한계 기업들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익스포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경기침체가 이어져 조선, 건설, 해운업종에서 부실기업이 속출하면 은행권의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늘어나 대손충당금을 쌓다 보면 부실채권 비율을 낮춰야 하는 은행 처지에서 채무 상환 가능성이 더 높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비우량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은행권의 기업 대출에서 대기업 비중은 2004~2006년 13% 안팎에서 올해 3월 말 25.5%로 급등했다.
향후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국내 은행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행한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가 국내 은행 경영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국내 금융회사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은행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은행권의 요주의 이하 부실채권 규모가 4조1000억 원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1%p 올리면 이자 수익은 1조3000억 원 정도 늘겠지만 부실채권 역시 증가해 은행들이 1조3000억 원가량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에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지금 당장은 부실채권 비율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향후 부실화하는 기업이 대거 나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당장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에 맞춰 부실기업의 채권을 매각, 상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