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투자는 변동성을 낮추는 한 방법이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설립자로 대체 투자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하워드 막스의 말이다.
과거는 늘 확실하다. 과거 데이터를 이용하면 정확한, 물론 과거까지만 들어맞는 것이긴 해도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투자는 미래를 상대하는 것이다. 미래는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결국 미래를 상대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상대하는 것이다. 사업가에게 리스크란 도전정신을 갖고 떠안아야(taking) 할 대상이다. 리스크 수용 없는 혁신이 불가능한 이유다. 그렇다면 투자에선 어떨까. 특히 은퇴에 대비하거나 퇴직 후 은퇴자산을 운용할 경우에는 리스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구매력 지키면서 원금 위험 줄이기
전통 투자이론에서는 리스크를 변동성으로 바라본다. 여기서는 투자의 불확실성을 변동성으로 인식한다. 변동성은 말 그대로 가격 변화를 의미한다. 이 변화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려면 ‘기준’, 즉 평균수익률이 필요하다. 좁혀 말하면 변동성은 평균수익률 대비 가격 변화 정도다. 주식으로 얘기하면, 시장 평균수익률인 코스피지수 대비 몇 % 이겼느냐(beating)를 보는 것이다. 설령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더라도 시장 평균수익률인 지수만 이겼으면 좋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해석한다.
‘리스크=변동성’ 등식은 두 가지 의문점을 던진다. 하나는 과연 투자자 가운데 몇 명이나 투자 성과를 분석할 때 자신의 수익률이 평균수익률 대비 몇 % 올랐다고 평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손실이 났는데 평균수익률 대비 몇 %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느냐 하는 것이다. 손실은 손실일 뿐인데 말이다.
리스크를 변동성만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심리적 측면과도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값이 정점을 찍은 2006년 약 14만 건이 거래됐다. 당시 자기 돈 100%로 집을 산 사람은 극히 적었을 터. 이들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주택 가격 리스크를 과소평가했을 공산이 크다. 시장 호황기에 사람들이 리스크를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는 자명한 사실이다.
리스크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과 본질이 달라지겠지만, 개인투자자 처지에서 보면 ‘화폐의 구매력을 지키면서 원금 손실 위험을 줄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매력 측면에서 예금만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금리가 세후 연 2%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예금 위주 자산운용은 인플레이션의 습격을 이겨낼 수 없다. 물론 예금이나 적금이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긴급 자금운용이나 목돈 마련 측면에서 보면 예금과 적금이 좋은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투자와 리스크를 고려하면 앞서 지적했듯이 이미 한계가 정해진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은퇴자산처럼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변동성 개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변동성이란 가격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투자자 처지에선 변동성을 손실 위험과 연결해 바라봐야 한다. 변동성과 손실 위험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 가운데 ‘-50=+100의 법칙’이란 게 있다. 가령 2000만 원을 투자해 -5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면 원금이 1000만 원으로 쪼그라들 것이다. 그럼 원금 2000만 원을 회복하려면 몇 % 수익률이 필요할까. 직관적으로 +50% 수익률을 올려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100% 수익률을 거둬야 한다. ‘-50=+100의 법칙’이 의미하는 바는 한 번 크게 깨지면 원금을 회복하는 데 더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변동성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이 날 때가 아니라 손실이 발생할 때 적게 깨져야 한다는 점이다. 를 함께 들여다보자.
A와 B의 단순 평균수익률은 50%로 동일하다. 그러나 총 누적수익률, 즉 복리수익률로 보면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바로 B가 A에 비해 덜 까먹었기 때문이다.
하락 변동성 낮추는 분산투자
은퇴자산은 변동성, 그중에서도 하락 변동성이 적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은퇴자산의 리스크 관리 핵심은 하락 변동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락 변동성을 낮추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먼저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식으로 얘기하면 배당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배당주는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손실이 나더라도 배당금으로 손실을 어느 정도 메워나갈 수 있다. 게다가 주가가 하락할수록 시가 대비 배당수익률은 더 올라간다.
특히 지금 같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는 은행 금리 이상을 주는 배당주의 현금흐름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은행 예금과 비교해 배당금 가치가 재평가받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부동산이나 채권과 배당주에 투자하는 인컴형 자산도 변동성을 낮춰 장기적으로 복리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처다. 아파트를 매입할 때도 월세 주기 용이한 곳을 사는 것이 변동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월세 형태로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어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분산투자도 하락 변동성을 낮춘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금과옥조는 첫째도 분산, 둘째도 분산, 셋째도 분산이다. 소비재 펀드 가운데 럭셔리 펀드와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예로 들어보자. 둘 다 소비재 펀드로 분류되지만 글로벌 소비재 펀드가 지역이나 투자 대상 측면에서 더 넓게 분산돼 있다. 글로벌 소비재 펀드에 편입되는 기업은 대개 다국적 기업이므로 기업 자체가 분산돼 분산투자 효과가 더욱 뛰어나다.
현금성 자산은 변하지 않는 손실 위험으로부터의 도피처다. 분산투자의 기본은 주식이나 채권 혹은 부동산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가 아니라 자산의 어느 정도를 현금으로 보유할 것인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금의 중요성은 간과되곤 한다. 투자 세계에서는 일시적으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손실 구간이 있게 마련이다. 금융위기 같은 패닉이 오면 어떤 자산도 안전할 수 없다. 이때 도피처 구실을 하는 것이 바로 현금성 자산이다. 정확히 확정된 금액은 없지만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생활비는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곳에 둬야 한다는 게 일반론이다. 손실을 보지 않고 당장 현금화하려면 예금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같은 초단기 금융상품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자산운용, 특히 은퇴자산운용에서는 안정성이 중요하다.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하락 변동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투자처를 골라야 한다. 덜 벌더라도 덜 잃는 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