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다
이역만리 먼 곳에서 날아온 새들이
갈대밭에 내려앉아 지친 몸을 쉬고,
이슬에 젖은 연분홍 꽃잎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깃을 여민다.
생각해 보아라
얼마나 모진 세월을 살아왔는지,
이제 너에게 남겨진 일은
그 거칠고 사나운 역사 속에서
말없이 떠난 이들을 추념하는 일이다.
아,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이냐
끝까지 올곧고 아름다웠던 젊은이들,
시월 상달 이 눈부신
서릿발 치는 푸른 날빛 속에서
어디로 가야 만나볼 수 있단 말이냐!
민영 선생의 아드님 들레와 나는 고등학교 동창인데, 잘 지내는지…. 순하고 아름다웠던 청춘, 그도 이제는 백발이 듬성듬성할까. 어제 받아든 선생의 시집을 읽으면서 자꾸 하늘을 보게 된다. 아, 정말 어디로 갔단 말인가. 중년의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주위에 아무도 없다. 섭섭하지도 별스럽지도 않다. 이 가을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원재훈 시인
이역만리 먼 곳에서 날아온 새들이
갈대밭에 내려앉아 지친 몸을 쉬고,
이슬에 젖은 연분홍 꽃잎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깃을 여민다.
생각해 보아라
얼마나 모진 세월을 살아왔는지,
이제 너에게 남겨진 일은
그 거칠고 사나운 역사 속에서
말없이 떠난 이들을 추념하는 일이다.
아,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이냐
끝까지 올곧고 아름다웠던 젊은이들,
시월 상달 이 눈부신
서릿발 치는 푸른 날빛 속에서
어디로 가야 만나볼 수 있단 말이냐!
민영 선생의 아드님 들레와 나는 고등학교 동창인데, 잘 지내는지…. 순하고 아름다웠던 청춘, 그도 이제는 백발이 듬성듬성할까. 어제 받아든 선생의 시집을 읽으면서 자꾸 하늘을 보게 된다. 아, 정말 어디로 갔단 말인가. 중년의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주위에 아무도 없다. 섭섭하지도 별스럽지도 않다. 이 가을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원재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