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과 배출권 거래는 일반인에게도 더는 낯선 개념이 아닐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급증으로 악화되는 지구온난화를 막으려고, 각국 기업이 배출량에 여유가 있거나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조림사업 등을 진행한 사업체로부터 권리를 사는 게 탄소시장의 요체.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한이 돈으로 사고파는 새로운 재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2005년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효되면서 유럽연합(EU)은 배출권거래제를 본격 시행했다. 이때가 처음으로 탄소시장이 개설된 시기다. EU의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배출권거래제는 북미,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됐으며 현재 탄소시장 10곳이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스위스,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호주 등은 국가연합이나 국가 단위 탄소시장이지만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등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탄소시장을 운영한다. 그러나 탄소시장 가운데 EU 시장이 전체의 73%를 차지하며 가장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EU 탄소시장 회생 가능성
2012년 글로벌 탄소시장은 큰 변화를 겪은 한 해였다. 배출권 거래량은 109억t으로 전년 대비 25%나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거래액은 620억 유로로 전년 대비 37%나 급감했다. EU의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배출권 가격이 49.5%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탄소시장은 2013년에도 큰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올해 예상되는 변화를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붕괴 위기에 놓인 EU 탄소시장의 회생 가능성이다. 미국 금융위기와 EU 국가의 재정위기가 이어지면서 EU 지역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해 배출권 공급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로 인해 탄소시장 내 배출권 공급과잉이 심화됐다. 2012년 EU 탄소시장에는 공급과잉으로 형성된 잉여배출권이 약 20억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8월 배출권 가격이 2011년 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배경이다.
배출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붕괴 위기에 놓인 EU 탄소시장을 살리려고 EU는 할당량 산정 강화는 물론 연도별 감축, 탄소배출권 거래 제한 같은 공급 축소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항공운항 부문을 배출권 거래 대상 산업에 포함시킴으로써 배출권 수요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2013~2015년 공급될 약 9억t의 배출권을 2019년과 2020년에 공급되도록 유도함으로써 단기적인 공급과잉도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조치를 통해 배출권 가격의 급락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약 10억t의 잉여배출권이 남는다. 배출권 이월을 불허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과거 같은 수준의 높은 가격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배출권 가격 전망을 보면 2020년까지 t당 10유로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중국이 본격 도입하는 배출권거래제의 성공 여부다. 중국은 2013년 6월 선전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처음 탄소시장을 개설했다. 이를 201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인데, 이에 앞서 선전, 상하이, 베이징, 톈진, 충칭, 광둥성, 허베이성 등 7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中, EU 배출권 거래 벤치마킹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미온적이던 중국이 전향적 자세로 바뀐 것은 급격히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때문이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약 2200억 달러를 투자해 CDM(온실가스 감축사업인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추진해왔음에도 배출량을 줄이지 못했고, 오히려 급속히 증가하는 실정이다.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7년 이후 연평균 8.5%씩 증가해 2011년 97억t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과 EU가 같은 기간 2.1%, 2.2%씩 감소하는 데 성공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EU의 배출권거래제를 벤치마킹해 단계별로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히 EU 탄소시장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EU가 탄소배출권 용도를 제한하면서 발생한 한계를 해소하려고, 유엔에서 인정받지 못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중국 정부가 자체 심사해 등록하게 함으로써 중국 내에서만큼은 거래가 가능하도록 인정해주는 CCER(China CER·중국 탄소배출권)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국내 CDM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방대한 경제 규모 덕에 중국은 7개 지역에서의 시범사업만으로도 세계 2위 탄소시장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제도를 확대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7개 시범 지역에서 시행하는 배출권거래제는 시행 시기, 감축 목표, 적용 산업, 대상 업체 기준 등이 모두 다른데, 중국 전역으로 제도를 확대 시행하려면 통합 기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 변경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시장 및 기업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쟁점은 호주 탄소세의 지속가능성이다. 교토의정서 비준국인 호주는 높은 석탄 의존도 때문에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호주는 2012년 7월부터 t당 23호주달러에 이르는 높은 탄소세를 도입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정가격의 탄소세를 도입한 사례다.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호주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는 조치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탄소세로 국민과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부각됐고, 이 때문에 고정가격의 탄소세는 조기 폐지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2013년 9월 총선에서 탄소세에 부정적이던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2014년부터는 배출권거래제로 전환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호주는 2015년부터 EU 탄소시장과 연계해 자국 기업이 EU의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게 허용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자국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만일 2014년부터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호주의 배출권 가격은 현재보다 훨씬 낮은 t당 9호주달러, 약 6.5유로 수준이 될 전망이다.
2015년 한국 도입 총력 대비를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은 2011년 7월 개발도상국 대상 권고안(배출 전망치 대비 15~30% 감축)에서 감축 목표를 최고 수준으로 설정한 바 있으며, 2015년부터는 배출권거래제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배출권거래제 준비기획단을 설치, 운영 중이다. 또한 제도 공백을 해소하려고 현재는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국은 탄소시장 운영의 후발주자다. 선발주자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면 EU나 호주 등의 실패 사례와 중국 같은 신규시장을 철저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 관건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를 설계하는 일이다. 경기변동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급변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한편, 무리한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기업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협력해 달성한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실적을 국내 배출권으로 인정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업 역시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본격 시행되기에 앞서 온실가스 감축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에너지효율화 기술이나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이유다. 또한 중국의 제도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중국에서는 시범사업이 계획된 7개 지역 1000여 개를 포함해 모두 30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배출권거래제가 향후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중국 내 CDM 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미리 확보하는 공격적인 경영 전략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효되면서 유럽연합(EU)은 배출권거래제를 본격 시행했다. 이때가 처음으로 탄소시장이 개설된 시기다. EU의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배출권거래제는 북미,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됐으며 현재 탄소시장 10곳이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스위스,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호주 등은 국가연합이나 국가 단위 탄소시장이지만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등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탄소시장을 운영한다. 그러나 탄소시장 가운데 EU 시장이 전체의 73%를 차지하며 가장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EU 탄소시장 회생 가능성
2012년 글로벌 탄소시장은 큰 변화를 겪은 한 해였다. 배출권 거래량은 109억t으로 전년 대비 25%나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거래액은 620억 유로로 전년 대비 37%나 급감했다. EU의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배출권 가격이 49.5%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탄소시장은 2013년에도 큰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올해 예상되는 변화를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붕괴 위기에 놓인 EU 탄소시장의 회생 가능성이다. 미국 금융위기와 EU 국가의 재정위기가 이어지면서 EU 지역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해 배출권 공급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로 인해 탄소시장 내 배출권 공급과잉이 심화됐다. 2012년 EU 탄소시장에는 공급과잉으로 형성된 잉여배출권이 약 20억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8월 배출권 가격이 2011년 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배경이다.
배출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붕괴 위기에 놓인 EU 탄소시장을 살리려고 EU는 할당량 산정 강화는 물론 연도별 감축, 탄소배출권 거래 제한 같은 공급 축소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항공운항 부문을 배출권 거래 대상 산업에 포함시킴으로써 배출권 수요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2013~2015년 공급될 약 9억t의 배출권을 2019년과 2020년에 공급되도록 유도함으로써 단기적인 공급과잉도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조치를 통해 배출권 가격의 급락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약 10억t의 잉여배출권이 남는다. 배출권 이월을 불허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과거 같은 수준의 높은 가격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배출권 가격 전망을 보면 2020년까지 t당 10유로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중국이 본격 도입하는 배출권거래제의 성공 여부다. 중국은 2013년 6월 선전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처음 탄소시장을 개설했다. 이를 201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인데, 이에 앞서 선전, 상하이, 베이징, 톈진, 충칭, 광둥성, 허베이성 등 7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中, EU 배출권 거래 벤치마킹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미온적이던 중국이 전향적 자세로 바뀐 것은 급격히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때문이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약 2200억 달러를 투자해 CDM(온실가스 감축사업인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추진해왔음에도 배출량을 줄이지 못했고, 오히려 급속히 증가하는 실정이다.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7년 이후 연평균 8.5%씩 증가해 2011년 97억t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과 EU가 같은 기간 2.1%, 2.2%씩 감소하는 데 성공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EU의 배출권거래제를 벤치마킹해 단계별로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히 EU 탄소시장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EU가 탄소배출권 용도를 제한하면서 발생한 한계를 해소하려고, 유엔에서 인정받지 못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중국 정부가 자체 심사해 등록하게 함으로써 중국 내에서만큼은 거래가 가능하도록 인정해주는 CCER(China CER·중국 탄소배출권)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국내 CDM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방대한 경제 규모 덕에 중국은 7개 지역에서의 시범사업만으로도 세계 2위 탄소시장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제도를 확대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7개 시범 지역에서 시행하는 배출권거래제는 시행 시기, 감축 목표, 적용 산업, 대상 업체 기준 등이 모두 다른데, 중국 전역으로 제도를 확대 시행하려면 통합 기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 변경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시장 및 기업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쟁점은 호주 탄소세의 지속가능성이다. 교토의정서 비준국인 호주는 높은 석탄 의존도 때문에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호주는 2012년 7월부터 t당 23호주달러에 이르는 높은 탄소세를 도입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정가격의 탄소세를 도입한 사례다.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호주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는 조치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탄소세로 국민과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부각됐고, 이 때문에 고정가격의 탄소세는 조기 폐지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2013년 9월 총선에서 탄소세에 부정적이던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2014년부터는 배출권거래제로 전환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호주는 2015년부터 EU 탄소시장과 연계해 자국 기업이 EU의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게 허용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자국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만일 2014년부터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호주의 배출권 가격은 현재보다 훨씬 낮은 t당 9호주달러, 약 6.5유로 수준이 될 전망이다.
2015년 한국 도입 총력 대비를
영국 런던의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사무소.
이렇게 놓고 보면 한국은 탄소시장 운영의 후발주자다. 선발주자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면 EU나 호주 등의 실패 사례와 중국 같은 신규시장을 철저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 관건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를 설계하는 일이다. 경기변동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급변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한편, 무리한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기업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협력해 달성한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실적을 국내 배출권으로 인정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업 역시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본격 시행되기에 앞서 온실가스 감축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에너지효율화 기술이나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이유다. 또한 중국의 제도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중국에서는 시범사업이 계획된 7개 지역 1000여 개를 포함해 모두 30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배출권거래제가 향후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중국 내 CDM 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미리 확보하는 공격적인 경영 전략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