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골칫거리이자 시장개방의 걸림돌로 여겨지던 쌀의 위상이 국제 곡물가 폭등시대를 맞아 다시금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발단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비싼 밀가루를 쌀로 대용할 수 없는지 연구해야 한다. 동남아에서도 쌀국수를 먹는데, 우리만 밀가루국수를 먹느냐.”(2월21일 농어업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이후 3월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쌀국수와 쌀라면을 개발, 보급하는 방안이 적극 논의됐다. 청와대는 설렁탕 사리로 밀가루국수 대신 쌀국수를 사용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정부는 2/4분기에 쌀라면 등 대체식품 생산업체에 정부 양곡을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3월5일 브리핑에서 “언젠가 밀 가격에 대해 쌀이 경쟁력을 갖출 경우를 대비해 장래에 있을 수 있는 어려움을 미리 예방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적으로 보면 아직까지는 쌀이 밀보다 비싸다. 미국 농림부(USDA)가 2월1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중립종 쌀의 본선인도가격(FOB·Free On Board)은 t당 595달러다. 이보다 저렴한 태국산 장립종 쌀도 t당 474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3월분 소맥(小麥) 선물가격은 t당 398달러. 1년 전보다 60% 이상 가격이 올랐지만 여전히 쌀보다 싸다. 국산쌀 가격이 외국쌀보다 몇 배 더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아직까지는 쌀보다 밀을 먹는 것이 ‘저렴한’ 식생활인 셈이다.
밀 자급률 0.2% 불과 … 쌀은 매년 80만여t 재고 쌓여
그러나 자급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2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낮다. 그중에서도 밀 자급률은 0.2%에 불과하다. 거의 다 수입해 먹는다고 보면 된다. 반면 쌀 자급률은 95.3%다. 게다가 매년 80만여t의 쌀이 재고로 쌓인다.
해마다 남는 쌀 없이 모두 소비한다면? 2006년 우리나라의 연간 밀 소비량은 362만3000t, 쌀 재고량은 83만t이었다. 쌀 재고량이 밀 소비량의 4분의 1 정도다. 즉 쌀을 남김없이 소비한다면 밀 수입량을 25%가량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국제 밀 가격 폭등 여파로 밀가루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최근 크게 오르고 있는 추세다. 3월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밀가루가 43.2% 폭등한 가운데 라면이 12.7%, 스낵과자가 15.1%, 과자빵이 11.5% 상승했다.
하지만 현실은 쌀의 ‘비상(飛上)’을 어렵게 하고 있다.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 2007년도 1인당 연간 소비량이 76.9kg에 그쳤다. 10년 전인 1997년의 102.4kg에 비해 25%나 감소한 것이다. 이제는 국민 한 사람이 연간 쌀 한 가마니(80kg)도 소비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반면 2000년 이후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0~35kg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1인당 라면 소비량도 연간 75~80개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출시된 쌀 가공식품은 인기 못 끌어
이에 대항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쌀 가공식품이 시도돼왔다. 쌀라면 쌀국수 쌀과자 쌀빵, 심지어 최근엔 쌀피자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챔피언’은 없었다. 농심은 1990년 쌀 함유량이 30%인 쌀라면 ‘쌀탕면’을 출시했지만 인기를 끌지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유일한 쌀라면인 삼양라면 ‘쌀라면’의 경우 매달 3000박스 정도만 판매돼 전체 판매량(매달 70만~80만 박스)에 견줘볼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99년 출시된 웅진식품의 쌀음료 ‘아침햇살’은 2000년 매출액이 1000억원대까지 올랐지만 2003년부터 인기가 식었다. 아직까지는 밀가루 위주의 가공식품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최근 한국식품연구원(이하 한식연)이 발표한 ‘한국인 식품소비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식품소비는 △외식 비중 확대 △건강 중시 △맛 지향 △간편화 추구의 추세를 나타낸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이계임 연구위원은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서 쌀의 가능성을 찾는다. 그는 “건강, 맛, 간편함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쌀이 건강에 좋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연말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쌀국수와 글루텐을 넣지 않은 쌀식빵 개발을 완료, 발표한 뒤 식품업체에 기술을 전수 중인 한식연은 최근 곡물 가격 상승이 쌀 가공식품 확대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다.
한식연이 개발한 쌀국수는 쌀 함유량이 80%로, 면발이 쫄깃하고 속이 편한 식감으로 최근 시식회에서 제품화해도 될 정도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가 매긴 점수가 5점 만점에 3.5점 이상이면 제품 출시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3.8~4.2점을 받은 것이다. 글루텐은 반죽을 부풀게 하고 모양을 유지하는 성분이라 빵을 만들 때 꼭 필요하지만, 소화를 방해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한식연은 다른 첨가제를 개발하고 빵 굽는 공정을 달리해 모양은 밀가루식빵과 똑같지만 쫀득한 맛이 특색인 쌀식빵을 개발했다. 한식연은 앞으로 쌀라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식연에서 쌀 가공식품 연구를 주도하는 전통식품연구의 금준석 박사는 “기존 밀가루라면과 형태는 비슷하면서도 쌀 특유의 맛을 살린 쌀라면을 개발해 참살이(웰빙) 식품으로 알린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싼 밀가루를 쌀로 대용할 수 없는지 연구해야 한다. 동남아에서도 쌀국수를 먹는데, 우리만 밀가루국수를 먹느냐.”(2월21일 농어업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이후 3월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쌀국수와 쌀라면을 개발, 보급하는 방안이 적극 논의됐다. 청와대는 설렁탕 사리로 밀가루국수 대신 쌀국수를 사용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정부는 2/4분기에 쌀라면 등 대체식품 생산업체에 정부 양곡을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3월5일 브리핑에서 “언젠가 밀 가격에 대해 쌀이 경쟁력을 갖출 경우를 대비해 장래에 있을 수 있는 어려움을 미리 예방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적으로 보면 아직까지는 쌀이 밀보다 비싸다. 미국 농림부(USDA)가 2월1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중립종 쌀의 본선인도가격(FOB·Free On Board)은 t당 595달러다. 이보다 저렴한 태국산 장립종 쌀도 t당 474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3월분 소맥(小麥) 선물가격은 t당 398달러. 1년 전보다 60% 이상 가격이 올랐지만 여전히 쌀보다 싸다. 국산쌀 가격이 외국쌀보다 몇 배 더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아직까지는 쌀보다 밀을 먹는 것이 ‘저렴한’ 식생활인 셈이다.
밀 자급률 0.2% 불과 … 쌀은 매년 80만여t 재고 쌓여
그러나 자급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2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낮다. 그중에서도 밀 자급률은 0.2%에 불과하다. 거의 다 수입해 먹는다고 보면 된다. 반면 쌀 자급률은 95.3%다. 게다가 매년 80만여t의 쌀이 재고로 쌓인다.
해마다 남는 쌀 없이 모두 소비한다면? 2006년 우리나라의 연간 밀 소비량은 362만3000t, 쌀 재고량은 83만t이었다. 쌀 재고량이 밀 소비량의 4분의 1 정도다. 즉 쌀을 남김없이 소비한다면 밀 수입량을 25%가량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국제 밀 가격 폭등 여파로 밀가루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최근 크게 오르고 있는 추세다. 3월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밀가루가 43.2% 폭등한 가운데 라면이 12.7%, 스낵과자가 15.1%, 과자빵이 11.5% 상승했다.
하지만 현실은 쌀의 ‘비상(飛上)’을 어렵게 하고 있다.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 2007년도 1인당 연간 소비량이 76.9kg에 그쳤다. 10년 전인 1997년의 102.4kg에 비해 25%나 감소한 것이다. 이제는 국민 한 사람이 연간 쌀 한 가마니(80kg)도 소비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반면 2000년 이후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0~35kg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1인당 라면 소비량도 연간 75~80개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출시된 쌀 가공식품은 인기 못 끌어
쌀로 만든 떡케이크.
최근 한국식품연구원(이하 한식연)이 발표한 ‘한국인 식품소비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식품소비는 △외식 비중 확대 △건강 중시 △맛 지향 △간편화 추구의 추세를 나타낸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이계임 연구위원은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서 쌀의 가능성을 찾는다. 그는 “건강, 맛, 간편함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쌀이 건강에 좋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연말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쌀국수와 글루텐을 넣지 않은 쌀식빵 개발을 완료, 발표한 뒤 식품업체에 기술을 전수 중인 한식연은 최근 곡물 가격 상승이 쌀 가공식품 확대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다.
한식연이 개발한 쌀국수는 쌀 함유량이 80%로, 면발이 쫄깃하고 속이 편한 식감으로 최근 시식회에서 제품화해도 될 정도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가 매긴 점수가 5점 만점에 3.5점 이상이면 제품 출시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3.8~4.2점을 받은 것이다. 글루텐은 반죽을 부풀게 하고 모양을 유지하는 성분이라 빵을 만들 때 꼭 필요하지만, 소화를 방해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한식연은 다른 첨가제를 개발하고 빵 굽는 공정을 달리해 모양은 밀가루식빵과 똑같지만 쫀득한 맛이 특색인 쌀식빵을 개발했다. 한식연은 앞으로 쌀라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식연에서 쌀 가공식품 연구를 주도하는 전통식품연구의 금준석 박사는 “기존 밀가루라면과 형태는 비슷하면서도 쌀 특유의 맛을 살린 쌀라면을 개발해 참살이(웰빙) 식품으로 알린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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