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가 들어섰다. 과거 참여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 차분히 미래 정책을 설계할 시점이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가장 먼저 ‘세금을 통한’ 수요억제 정책을 꺼내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부동산 보유과세를 강화하고 다(多)주택자들에게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10·29 대책을 도입했다. 정책적인 부동산 세금 대책들은 그 후 2005년 말까지도 계속 강화됐다.
세금으로 수요 억제 한계 값비싼 교훈
그러나 지나고 보니 세금으로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세금으로 시장가격을 잡으려면 세금이 시장 참여자의 수요와 공급 행동을 어떻게 바꿀지 제대로 예상했어야 한다. 그러나 거래를 두절시켜 ‘가격’은 안정시켰을지 몰라도 ‘시장’은 안정시키지 못하고 말았다.
스물 남짓한 크고 작은 대책 중 그나마 실효를 거둔 건 2006년 3·30 대책 이후 참여정부 후반부에 시행한 주택구입 및 담보대출 규제정책이었다. 한 해 두어 차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로 몇백만원이 나오는 것보다, 매달 내야 하는 대출상환금이 50만원 늘어나는 게 주택 소유자들에겐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 외에도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추가함으로써 자기 자금만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를 실종시켜버렸다(Tip 참조).
주택 수요자들이 치르는 주택자본의 사용자 비용(user cost of capital)이 세금 인상으로 높아지면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세금이든 금융비용이든 주택자산 보유를 위한 비용이 인상되더라도, 자산가격이 그보다 더 상승해 세후 순수익률이 다른 자산보다 높다면 자산으로서의 수요는 줄지 않는다.
참여정부는 이 점을 간과했다. 결국 세금은 세후 수익률을 약간 낮췄을 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시장가격에 대한 예상, 즉 세전 수익률까지 낮출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자산으로서의 주택 수요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 지역 같은 인기지역의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그 지역의 가격상승 기대감만 높여놓았다.
인기지역의 가격상승 기대감을 낮추려면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면 참여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2006년 10월 인천 검단지역의 가격급등 현상은,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내 신규 공급물량은 매년 줄어드는데도 정부가 수요억제 정책으로만 일관하다 갑자기 검단에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가격 예상이 ‘한 방향으로만 쏠린’ 결과라고 판단된다. 정책당국이 중장기 공급계획을 세워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었더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부가 구도심 재개발보다는 외곽의 신도시 건설 위주로 주택 공급을 늘린다든지, 용적률 증가에 대해선 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인다든지, 그린벨트 보존정책을 고수하게 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정책이 ‘결국은 지탱할 수 없는 정책’임을 인식하며 가격 인상을 예상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결국 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강력한 조세, 금융 정책과 각종 규제 정책이 총동원된 지난해 상반기부터 대부분의 지역에서 급격한 가격 상승 움직임은 멈췄다. 그러나 거래량마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을 맞았다. 원래 시장가격이란 ‘충분한 기간 동안 충분한 거래량이 수반된 상황에서 다수의 거래 당사자 간에 형성된 정상적인 거래가격’을 말하는 것이지 2분의 1, 3분의 1로 줄어든 거래량, 즉 급매물들만 처리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낮은 가격을 말하는 건 아니다.
지역·종류별 다양성부터 보장을
누적된 지방 미분양 아파트 12만 채, 2006년 대비 2007년의 수도권 거래량 절반 수준. 2008년 3월 현재 상황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필요한 부동산 조세정책은 무엇일까? 정답이 단 한 가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개편의 원칙은 헤아려볼 수 있겠다.
첫째, 무리한 보유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중과를 현 수준에서 일단 멈춰 시장의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 특히 자기 집 소유자가 이사를 통해 주거 서비스를 교체할 때 세 부담 때문에 매매거래를 기피하지 않도록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다행히도 새 정부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45%에서 80%로 확대 시행해 장기 보유 1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올바른 방향이라 하겠다.
둘째, 한 가구의 경상소득과 소유한 주택자산가액 간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실증 결과에 주목해 주택에 대한 재산세 및 종부세, 양도소득세를 좀더 형평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비싼 집을 소유했다고 고소득자이거나 재산가려니 추정해 과도한 세금을 매긴다면 형평성 문제와 함께 납부세액 마련의 애로에 따른 조세저항에 부딪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연간 소득수준에 맞는 가액 규모의 주택을 구입하고, 또 이에 따라 주택 대출 규모도 맞추라고 정부가 강요하면서 현행 보유세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올해의 경우 보유과세인 재산세와 종부세에 적용되는 과표적용률이 주택은 각각 공시가격의 50%에서 55%, 80%에서 90%로 상향 조정된다. 따라서 지난해와 집값이 동일하더라도 세금은 더 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해 단독 및 공동 주택들에 대한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 대비 하향 조정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이해한 새로운 부동산 조세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은 모두 똑같은 하나의 재화가 아니다. 지역마다 종류마다 너무도 다양한 것이 부동산 시장이다. 주택을 지어 팔고 사고 임대하는 것은 모두 엄연한 경제활동이다. 단기적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느냐와 같은, 다소 편협한 분배론에 집착해 내놓은 종부세는 일단 건설되면 최소 5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갖는 주택자본 형성, 즉 주택 공급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세금으로 수요 억제 한계 값비싼 교훈
그러나 지나고 보니 세금으로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세금으로 시장가격을 잡으려면 세금이 시장 참여자의 수요와 공급 행동을 어떻게 바꿀지 제대로 예상했어야 한다. 그러나 거래를 두절시켜 ‘가격’은 안정시켰을지 몰라도 ‘시장’은 안정시키지 못하고 말았다.
스물 남짓한 크고 작은 대책 중 그나마 실효를 거둔 건 2006년 3·30 대책 이후 참여정부 후반부에 시행한 주택구입 및 담보대출 규제정책이었다. 한 해 두어 차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로 몇백만원이 나오는 것보다, 매달 내야 하는 대출상환금이 50만원 늘어나는 게 주택 소유자들에겐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 외에도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추가함으로써 자기 자금만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를 실종시켜버렸다(Tip 참조).
주택 수요자들이 치르는 주택자본의 사용자 비용(user cost of capital)이 세금 인상으로 높아지면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세금이든 금융비용이든 주택자산 보유를 위한 비용이 인상되더라도, 자산가격이 그보다 더 상승해 세후 순수익률이 다른 자산보다 높다면 자산으로서의 수요는 줄지 않는다.
참여정부는 이 점을 간과했다. 결국 세금은 세후 수익률을 약간 낮췄을 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시장가격에 대한 예상, 즉 세전 수익률까지 낮출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자산으로서의 주택 수요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 지역 같은 인기지역의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그 지역의 가격상승 기대감만 높여놓았다.
인기지역의 가격상승 기대감을 낮추려면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면 참여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2006년 10월 인천 검단지역의 가격급등 현상은,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내 신규 공급물량은 매년 줄어드는데도 정부가 수요억제 정책으로만 일관하다 갑자기 검단에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가격 예상이 ‘한 방향으로만 쏠린’ 결과라고 판단된다. 정책당국이 중장기 공급계획을 세워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었더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부가 구도심 재개발보다는 외곽의 신도시 건설 위주로 주택 공급을 늘린다든지, 용적률 증가에 대해선 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인다든지, 그린벨트 보존정책을 고수하게 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정책이 ‘결국은 지탱할 수 없는 정책’임을 인식하며 가격 인상을 예상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결국 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강력한 조세, 금융 정책과 각종 규제 정책이 총동원된 지난해 상반기부터 대부분의 지역에서 급격한 가격 상승 움직임은 멈췄다. 그러나 거래량마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을 맞았다. 원래 시장가격이란 ‘충분한 기간 동안 충분한 거래량이 수반된 상황에서 다수의 거래 당사자 간에 형성된 정상적인 거래가격’을 말하는 것이지 2분의 1, 3분의 1로 줄어든 거래량, 즉 급매물들만 처리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낮은 가격을 말하는 건 아니다.
지역·종류별 다양성부터 보장을
누적된 지방 미분양 아파트 12만 채, 2006년 대비 2007년의 수도권 거래량 절반 수준. 2008년 3월 현재 상황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필요한 부동산 조세정책은 무엇일까? 정답이 단 한 가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개편의 원칙은 헤아려볼 수 있겠다.
첫째, 무리한 보유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중과를 현 수준에서 일단 멈춰 시장의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 특히 자기 집 소유자가 이사를 통해 주거 서비스를 교체할 때 세 부담 때문에 매매거래를 기피하지 않도록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다행히도 새 정부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45%에서 80%로 확대 시행해 장기 보유 1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올바른 방향이라 하겠다.
둘째, 한 가구의 경상소득과 소유한 주택자산가액 간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실증 결과에 주목해 주택에 대한 재산세 및 종부세, 양도소득세를 좀더 형평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비싼 집을 소유했다고 고소득자이거나 재산가려니 추정해 과도한 세금을 매긴다면 형평성 문제와 함께 납부세액 마련의 애로에 따른 조세저항에 부딪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연간 소득수준에 맞는 가액 규모의 주택을 구입하고, 또 이에 따라 주택 대출 규모도 맞추라고 정부가 강요하면서 현행 보유세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올해의 경우 보유과세인 재산세와 종부세에 적용되는 과표적용률이 주택은 각각 공시가격의 50%에서 55%, 80%에서 90%로 상향 조정된다. 따라서 지난해와 집값이 동일하더라도 세금은 더 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해 단독 및 공동 주택들에 대한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 대비 하향 조정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이해한 새로운 부동산 조세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은 모두 똑같은 하나의 재화가 아니다. 지역마다 종류마다 너무도 다양한 것이 부동산 시장이다. 주택을 지어 팔고 사고 임대하는 것은 모두 엄연한 경제활동이다. 단기적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느냐와 같은, 다소 편협한 분배론에 집착해 내놓은 종부세는 일단 건설되면 최소 5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갖는 주택자본 형성, 즉 주택 공급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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