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뱅크먼프리드. [페이스북]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11일(현지 시간) 미국 댈라웨어주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며 코인시장에 패닉을 몰고 왔다. 법원에 따르면 FTX의 부채 규모는 최소 100억 달러에서 최대 500억 달러 수준에 이른다. 가상자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이다. 이 때문에 ‘코인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불리고 있다.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 당국은 샘 뱅크먼프리드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경찰 수사에 착수했다. 샘 뱅크먼프리드는 게리 왕 공동 창업자, 니샤드 싱 엔지니어링 디렉터와 함께 바하마 규제당국과 경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 시간) 바하마 경찰은 성명을 통해 "FTX의 붕괴와 FTX 디지털 마켓의 잠정 청산과 관련해 금융범죄수사과 조사팀이 바하마 증권위원회와 공조해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FTX 디지털 마켓은 바하마에서 가상자산 거래를 중개하는 FTX의 자회사다.
FTX가 파산한 건 2일(현지 시간)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를 통해 자회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대차대조표가 공개되고, 유동성 문제가 제기된 지 10여 일 만이다. 알라메다리서치 자산 대부분이 FTX토큰(FTT)로 이뤄져 있는데, FTX가 발행한 토큰 상당량을 알라메다리서치가 사들여왔다는 것이다.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출신으로 올해 30세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코인 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며 성공한 기업가로 꼽혔다. 부모는 모두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금융업계에서 일하던 그는 2017년 알라메다리서치를, 2019년 FTX를 설립하고 FTT를 발행해왔다. FTX 설립 2년여 만에 수십조 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2021년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최연소이자 유일한 20대로 32위에 올랐다. 전 세계적인 코인 투자 바람을 타고 그의 자산은 한 때 160억 달러(21조2000억 원)에 달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헛소리하던 녀석"이라고 평했다. 머스크는 12일(현지 시간)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채팅 서비스 트위터 스페이스를 통해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 건으로 30분간 대화했는데, 내 헛소리 탐지기에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 당시 FTX CEO가 트위터 인수에 최소 30억 달러를 투자하고 SNS와 블록체인 통합을 논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머스크 측에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FTX는 구조 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존 J. 레이 3세 신임 CEO를 선임한 상태다. CEO 자리에서 내려온 뱅크먼프리드는 신임 CEO를 지원하기 위해 FTX에 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