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어느 쪽 입장이냐 물을 때만 마이크 줘”
이 원내대표가 당 안팎으로 ‘가혹한 잣대’를 요구하는 까닭은 이를 통해서만 정의당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1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정의당은 과열된 거대 양당의 진영 정치에 휩쓸려 중심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간 우왕좌왕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제는 오로지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특검 반대 입장을 낸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고금리 등으로 서민의 삶이 나날이 어려워지는 만큼 특검 정국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이 원내대표는 “그간 진보 정당으로서 끈질김이 부족했다”며 “이제는 하나의 의제라도 끈질기게 가져가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역점 사업으로 노란봉투법(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청구 제한을 뼈대로 한 노조법 개정안) 입법을 꼽았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원내대표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재학 시절 기자를 꿈꿨지만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91년 대학 동기였던 김귀정 씨가 시위 도중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서울 백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친구 시신을 경찰에 뺏기지 않으려고 열흘간 아스팔트 위에서 농성을 벌였다고 한다. 이후 이 원내대표는 국회 입성 전까지 서울지하철 역무원으로 27년간 일했다. 서울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상계역·노원역 일대가 주된 일터였다. 남성이 대다수인 서울지하철에서 최초 여성 노조 정책실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계에 뛰어들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했고, 올해 5월 4일 정의당 원내대표로 선출돼 지금까지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다.
정의당에 대한 ‘가장 가혹한 자기 평가’가 듣고 싶다.
“거대 양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가난한 시민,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진보 정치의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의당이 민생 정치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한국 정치 지형은 주로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로 흘러간다. 정의당에 마이크가 주어지는 순간도 대부분 ‘어느 쪽 입장이냐’고 물을 때였다. 과열된 진영 정치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중심은 잡았어야 한다. 결국 조국 사태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같은 경우에서 진보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민생정치는 사라지고, 누구 편에 섰다는 논란만 남은 것이다.”
그간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민주당 2중대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국민의힘 2중대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정말로 어느 특정 정치 집단과 가깝거나 일을 함께해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다. 진보 정당으로서 원칙과 중심을 굳건히 세우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그렇게 비친 것이다. 진보 정당이라는 원칙을 굳건히 세우고, 그 아래에서 다른 정치 집단과 공조하고 연합해야 연대이고 공조다. 이번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국정조사 요구를 우리가 제일 먼저 했고, 민주당이 여기에 화답했다. 국민의힘 측에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 진행은 당연”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거대 양당에 모두 쓴소리를 했다. 이재명 대표에게는 “가장 가혹한 자들에게 수사를 받으라” 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사정 통치가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역대 정부를 불문하고 여야는 대화와 타협보다 충돌하고 싸웠다. 중요한 것은 싸울 때 싸우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갈등 양상은 그런 선 같은 것이 사라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콜로세움에 선 검투사들처럼 상대를 없애버리겠다고 여기는 것 아닌가. 극단적인 투쟁은 내려놓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의 본령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민주당 측은 당대표를 겨냥한 수사가 이뤄지는데 어떻게 협치를 논하느냐는 입장인데.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특검법이 많이 발의됐다. 어느 정부냐에 따라 특검의 가부를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성역 없이, 사법 정의에 맞게 수사가 진행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검찰도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명확한 근거로 입증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추후에 특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측 주장처럼 특검과 민생을 함께 다룰 수는 없나.
“여야가 특검에 합의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결국 특검을 하느냐 마느냐로 정쟁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일단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정통치인지 아닌지는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 시민들은 수사를 정확히 보고 있다.”
협치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높은 교섭단체의 벽이다. 양당 원내대표 회동 결과나 주요 결정 등을 언론을 통해 먼저 알게 된다.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철저히 배제돼 정의당 의원들은 원하는 곳에 들어가지 못했다. 제3당 등 비교섭단체에도 역할이 배분돼야 극단적인 대결로 가는 양당 정치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이 오히려 의회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의 공간을 사라지게 하지 않나 생각한다. (양당이 다르다지만) 교섭단체 이익을 챙기는 부분에서는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년 9월 6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쌍용차 국가손해배상 사건 소취하 촉구 결의안’ 국회 통과 축하 행사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에게 결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동아DB]
“尹, 노란봉투법 거부권 얘기한 적 없다 말해”
이 원내대표는 국회 입성 후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던 사안으로 2021년 ‘쌍용차 국가 손해배상 사건 소취하 촉구 결의안’ 발의를 꼽았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 117명의 동료 의원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녀서 공동 발의를 했다. 1년 만에 본회의에서 통과돼 무척 기뻤다. 하지만 결의안이라는 한계 때문에 국가 손배소는 철회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 원내대표가 21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대표 발의한 까닭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비롯해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로 생기는 사회적 상처를 더는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며 “이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노란봉투법에 대한 여권 반대가 적잖은데.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러 국회에 왔을 때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물었다. ‘그런 얘기한 적 없다’며 ‘국회 입법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약속을 들었다. 지금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와 사용자에 대한 정의가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다는 데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동의한다. 비정형 노동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 않나. 해당 부분을 담아내는 취지도 있는 만큼 국회에서 입법 토론이 시작되면 충분히 협의점을 찾아갈 수 있으리라 본다.”
“정의당이 정규직 노동자 대변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다.
“오해다. 민주노총만 하더라도 가장 주력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유사하게 정의당도 진보 정당으로서 소외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싸워왔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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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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