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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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 자유분방? 제멋대로? Z세대가 보이는 의외 모습들

[김상하의 이게 뭐Z?]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2-11-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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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Z세대는 같은 시간대, 같은 메뉴를 시킬 사람을 모아 배달비를 나누기도 한다. [GettyImages]

    Z세대는 같은 시간대, 같은 메뉴를 시킬 사람을 모아 배달비를 나누기도 한다. [GettyImages]

    Z세대 하면 떠오르는 건 ‘힙함’ ‘자유분방함’ ‘내 맘대로’ 등 개성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말들일 것이다. 이런 표현도 맞기는 하지만, 마치 눌리면 나오는 눈물 버튼처럼 Z세대에게도 어떤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이 눌리는 순간 ‘저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설정값처럼 바로 드는 것이다. “이건 못 참지”라는 말이 괜히 나오고 유행한 것은 아닐 테다. 어떤 면에서는 역시 Z세대답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의외로 이런 게 통하는구나 싶은 점도 분명히 있다.

    #배달비, 너 뭐 돼?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네추럴와인. 2022년 Z세대 식문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들이다. Z세대는 사진을 남기는 것을 중요시하고 스스로에게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돈을 아끼기보다 당시에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에 돈을 쓰자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물론 개개인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확실히 파인다이닝에 가보면 20대 비율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Z세대가 식문화에서 가장 아까워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배달비다. 솔직히 배달비는 모든 세대가 아까워하겠지만 Z세대는 배달비가 아까워 ‘에브리타임’ ‘당근마켓’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 같은 시간대, 같은 메뉴를 시킬 사람을 모아 배달비를 나눌 정도다. 결국 ‘배달의민족’은 ‘함께주문’ 카테고리를 만들어 단체 주문, 장바구니를 공유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아직 지역 커뮤니티 기능은 없지만 추후 이것 역시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귀찮지만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움직일 수 있는 게 Z세대다.

    또 하나 아까워하는 것이 바로 구독 비용이다. 구독할 것은 많고 구독을 안 하자니 콘텐츠를 못 봐 절대 끊을 수 없다. 특히 Z세대는 저작권 등 가치에 민감하기에 불법 다운로드는 상상할 수 없다. 구독비를 아낄 수 있다면 광고를 보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인지 최근 넷플릭스도 구독비를 내리는 대신 광고를 도입하는 기능을 만들었다. 이런 것만 봐도 쓸 땐 쓰지만 소소하게 나가는 비용은 아까워하는 세대임이 확실하다.



    #Z세대 맘속 조부모님

    조나단의 ‘동네스타K2’에 출연한 배우 백일섭, 이순재, 노주현(앞줄 왼쪽부터). [유튜브 디글 캡처]

    조나단의 ‘동네스타K2’에 출연한 배우 백일섭, 이순재, 노주현(앞줄 왼쪽부터). [유튜브 디글 캡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 할아버지 관련 에피소드가 올라온 적이 있다.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분 같은데, 부산국제영화제에 직접 종이에 적은 영화 시간표를 가지고 예매하러 오셨다고 한다. 하지만 당일 예약할 수 있는 표가 없어 실망했다가 한 편을 볼 수 있게 돼 좋아하셨다는 글이었는데, 당연히 Z세대의 눈물 버튼이 눌렸다.

    비슷한 예로 키오스크에 대한 것도 있는데, 어르신들이 쓰기 불편해하니 키오스크 사용을 줄이자는 글도 많이 보인다. Z세대를 ‘내 맘대로’ 세대라고 생각해 남 일에 관심 없고 나이 많은 사람을 배척한다는 오해를 곧잘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맘때쯤이면 할머니 마케팅 붐도 불어 지난해에는 할머니 입맛의 흑임자, 쑥맛 메뉴가 유행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단어는 Z세대에게도 분명 추억이 있고 어딘지 모르는 그리움이 깃든 말이라 절대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틱톡 콘텐츠를 찍는 배우 나문희. [틱톡 moonhee.41 캡처]

    틱톡 콘텐츠를 찍는 배우 나문희. [틱톡 moonhee.41 캡처]

    최근 배우 나문희 선생님이 틱톡 데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틱톡에서 사람들이 나문희 선생님의 사진을 사용해 ‘문희열립니다’ ‘고구마를 활용한 제로투’ 등 웃긴 아이디어를 선보이면서 시선을 사로잡았고, 대부분 틱톡 도전을 응원한다는 내용이다. 배우 이순재, 노주현, 백일섭 선생님도 방송인 조나단의 ‘동네스타K2’에 출연해 주목을 끌었다. 신조어 퀴즈를 잘 맞히고 과거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어르신의 아메리카노 주문을 패러디해 큰 웃음을 줬다.

    Z세대에게 공존은 중요하다. 이들은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세대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혼자만이 아니라 다 같이 공존하기를 원한다.

    #집에서도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최근 유행하는 펠트 만들기(왼쪽)와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에서 수초를 검색한 결과. [사진 제공 · 김상하, 당근마켓 캡처, GETTYIMAGE]

    최근 유행하는 펠트 만들기(왼쪽)와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에서 수초를 검색한 결과. [사진 제공 · 김상하, 당근마켓 캡처, GETTYIMAGE]

    Z세대는 취업도 힘들고, 대학 입시도 어렵고 뭔가 힘든 세대라는 말을 언론에서 종종 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Z세대는 뭔가 사부작사부작 만들거나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면서 건강한 삶을 사는 세대의 표본이다. 집순이, 집돌이라고 바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취미도 거창한 것은 아닌데, 최근 유행하는 건 펠트 만들기다. 유행한 지 좀 됐지만 아직도 주변에서 열심히 만드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펠트는 잘 만들어진 것보다 ‘똥손’일 때 더 웃기다. 작품의 대참사가 너무 웃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펠트를 검색해보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게 더 많다. 나중에 펠트 만들기 대회를 해도 참가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Z세대는 꾸미기를 좋아한다. 집에 가만히 두면 뭘 자꾸 꾸미는데, 집을 꾸미는 게 아니라 휴대전화, 사진 등을 꾸민다. 특히 최근 아이폰 업그레이드 후 일명 ‘누키’가 따지는 기능, 즉 이미지 배경 지우기 기능이 생기자 ‘폰꾸’를 안 하던 애들도 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카카오톡 테마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아이폰에 있는 모든 아이콘을 바꿔 폰꾸를 한다.

    수초나 식물을 키워 당근마켓에 팔기도 한다. 이 같은 ‘식물테크’는 진짜 비싼 식물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필자의 팀 막내 역시 취미로 수초를 키워 판매한다고 한다. 어항에서 자라는 식물을 자르기만 하면 된다는데, 이런 걸 보면 Z세대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도 가장 바쁜 인간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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