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의 첫 고급 시니어 복합 단지 ‘VL 라우어’ 조감도. [사진 제공 · 롯데호텔]
프리미엄 시니어 주거 사업으로 실버 시장 겨냥
크리스마스와 연말 모임이 있는 하반기는 호텔 성수기로 꼽히는 만큼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입국 전 코로나19 PCR 검사 의무가 폐지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34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호텔사업 정상화는 긍정적이지만 추세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글로벌 여행 재개 같은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호텔업계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에 호텔업계는 수익 구조를 탄탄하게 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3년 가까이 보릿고개를 겪었다”며 “제2의 코로나19 사태가 와도 이겨낼 수 있도록 객실과 식음료 사업 이외에 신사업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곳은 고급 시니어 주거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는 롯데호텔이다. 4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 (Vitality & Liberty·이하 브이엘)을 론칭하며 실버 주거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50~74세 인구는 활발하게 사회·경제 활동에 참여해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데, 투자나 여가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이 주축이 된 국내 실버 시장 규모는 2030년 16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롯데호텔이 여가산업에서 축적한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 시대에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브이엘 브랜드의 첫 시니어 복합 단지는 부산 기장군 일대에 2024년 7월 말 준공 예정인 ‘VL 라우어(LHOUR)’다. 연면적 19만8670㎡, 지하 4층, 지상 18층 규모에 총 574가구로 구성됐다. ㈜썬시티가 관리하는 헬스케어 하우스 408가구, 라우어 한방병원, 종합메디컬센터, 상업시설 등도 함께 들어선다. 인근 대형병원과 연계해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호텔 셰프가 관리하는 식단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 국내 최초로 단지 내 반려견을 허용해 동반 입주가 가능하다. 프리미엄 요트 투어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 연계한 수준 높은 체험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향후 롯데호텔은 수도권 내 역세권과 광역시 복합 단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롯데호텔 서울 1층에 자리한 해온 프리미엄 숍. [사진 제공 · 롯데호텔]
헬스케어·밀키트… 트렌디한 분야에 도전
호텔신라가 올해 설립한 스포츠레저사업 자회사 ‘SHP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반트. [사진 제공 · SHP코퍼레이션]
호텔업계가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가정간편식(HMR)이다. 집에서 5성급 호텔 요리를 즐기고 싶어 하는 MZ세대를 겨냥했다. 특히 워커힐호텔앤리조트(워커힐)는 셰프의 손맛이 담긴 미식 상품 브랜드 ‘워커힐 고메’를 통해 한식부터 양식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내놓으며 이목을 끌고 있다. 김치, 갈비탕, 곰탕 등이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워커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워커힐 수펙스(SUPEX) 김치를 발매해왔다. 1989년 호텔 최초로 자체 김치연구소를 설립했고, 2007년부터 생산시설 자동화와 위생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워커힐 수펙스 김치는 남북정상회담, 다보스포럼, G20 정상회담 등 국가 행사 식탁에도 올라갈 만큼 인기가 많다. 2018년에는 한우 숯불구이 전문점 ‘비스타 워커힐 서울 명월관’의 갈비탕을 HMR로 개발해 추석 선물 형태로 출시했다. 지난해 2월에는 워커힐 곰탕을 HMR로 선보였는데, 출시 첫 달에 2000개 이상 판매됐고, 현재 누적 판매량은 15만 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인기를 모으고 있는 ‘워커힐 고메 프리미엄 밀키트’ 3종. [사진 제공 · 워커힐호텔앤리조트]
탄탄한 수익 구조 위한 사업 다각화 필수
호텔업계가 발굴하는 미래 먹거리들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호텔사업 수익은 대부분 객실과 식음료장, 연회장 매출에서 나오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고객 발길이 끊기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세계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2020년 코로나19로 직원 80%를 해고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호텔업계의 사업 다각화는 경영 안정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건강·헬스 관련 사업도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식음료와 숙박에 특화된 호텔업계의 특장점을 살린 PB 상품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음료는 호텔의 오랜 노하우와 기술이 축적된 대표 파트”라며 “호텔 프리미엄을 경험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호텔 셰프가 만든 HMR와 밀키트는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호텔이 단순히 숙박하고 식사하는 곳을 넘어 한곳에서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한 ‘원스톱’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된다면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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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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