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동아DB]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들이 “시행령 정치를 한다”고 비판하며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자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하면서 헌법 절차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앞선 발언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쌍방울그룹의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선 “조폭 출신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劍 “변호사비 쌍방울 대납 의심”
해당 사안은 19대 대선에서부터 이어진다. 이 대표는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에 대해 “그런 일 없다”고 답한 것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전직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했고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제기됐다.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에게 현금 3억 원과 전환사채(CB) 20억 원가량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 대표는 “3억 원가량을 변호사비로 지출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조계는 변호인단 면면에 못 미치는 수임료라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같은 기간 이 대표의 재산이 줄지 않은 점 역시 의구심을 키우는 요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화천대유의 김만배와 쌍방울이라는 기업에서 이 지사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쌍방울의 김성태 전 회장은 호남 출신에 조폭 출신이다. 성남시장 시장실에서 책상에 다리 올리고 이재명 지사와 사진 찍은 분이 김 전 회장”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직후인 5월 말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검찰은 그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김 전 회장은 이후 태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근들이 쌍방울그룹에서 제각각 직을 맡은 사실 역시 의구심을 키운다. 변호인단 중 일부 인사가 쌍방울그룹 사외이사로 선임돼 자문료와 급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변호사비를 우회적으로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재직 중이던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쌍방울그룹 법인카드로 1억여 원을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화영 대표이사는 뇌물수수 혐의로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경찰은 9월 13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의원은 이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상태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22일 방송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하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부인했는데 이것이 허위사실이라는 검찰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차장의 휴대전화에 이 대표가 ‘이재명 변호사’로 저장돼 있었고,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함께 호주·뉴질랜드로 출장을 가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확인해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월 1일 국회 본회의 도중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동아DB]
민주당 대선 비용 434억 반환할 수도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촉발한 앞선 재판에서 “즉흥적 발언의 경우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변론해 재판에서 승소했다. 이번 재판에서도 발언의 즉흥성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만일 이 대표가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민주당 역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 받은 대선비용 약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차기 대선은 물론, 재정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이 대표와 관계가 좋지 않던 전해철 의원까지 ‘윤석열 정부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고문으로 합류하며 총력 대응을 예고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과거 이 대표 역시 문제되는 사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온 만큼 수사 자체를 비판할 명분은 적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다만 검찰 역시 수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야당을 탄압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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