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화제다. 9월 17일 방영을 시작한 ‘오징어 게임’은 10월 2일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첫 작품이 됐다. ‘오징어 게임’은 최후의 승자 1명에게 주어지는 456억 원 상금을 두고 다양한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중년층 이상이라면 배우 이정재가 주연을 맡고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속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을 당연히 해봤을 것이다. 젊은 층도 간접적으로는 아는 게임들이다.
이 드라마를 보며 흥미로웠던 점은 게임 참가자의 모습을 통해 주식투자자의 심리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 게임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게임을 할지 모른다. 지하철 역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브로커(공유 분)는 딱지치기를 해 참가자가 이기면 10만 원을 주고, 지면 따귀를 맞는 게임을 제안한다. 그리고 실제로 돈을 지급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참가자들은 마취를 당한 채 이동해 게임 장소도 모르고, 게임 종류와 규칙도 모른 채 게임에 임한다. 상당한 수익을 노려볼 수 있다는 희망만 가진 채 말이다.
456명 참가자가 우승 상금 456억 원을 두고 다양한 게임을 벌이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뉴시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초심자의 행운은 자기 귀속 편향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이들 역시 이와 비슷한 심리를 보인다. 자신이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이 게임의 룰이 어떤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드라마에서 브로커가 참가자들에게 게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초보 투자자는 주로 지인들한테 들은 높은 수익률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다. 수십, 수백% 수익률을 들으면 그 게임에 참가하고 싶어진다. 일단 얼핏 들은 종목 이름을 기억해내 주식을 산다. 게임의 규칙과 함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주식투자라는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다.처음 소액으로 투자한 종목의 가격이 오르면 ‘초심자의 행운’에 빠지게 마련이다. 초심자의 행운이란 어떤 분야에 막 입문한 초보자가 일반적인 확률 이상으로 성공을 거두거나, 심지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상대로 승리하기도 하는 행운을 일컫는다. 주로 도박이나 스포츠, 주식 등에서 입문자에게 따르는 행운을 가리킬 때 많이 쓰인다. 초심자의 행운은 과신 성향과 자기 귀속 편향에 빠지게 한다.
‘과신’이란 한 개인의 직관적 사유, 판단 및 인지 능력에 과도한 신뢰를 갖는 것이다. 단기매매 성향이 강해져 매매 횟수가 많아지고 과다한 매매 비용을 치르게 된다. 또한 통계치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무지하며,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자기 과신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감안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주식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 귀속 편향’은 투자자들이 성공했을 때는 자신의 재능이나 예측력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실패했을 때는 운이 나빴거나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서라고 핑계를 대는 성향을 말한다. 투자자가 자신의 행동을 지나치게 과신함으로써 너무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지나치게 거래를 자주 하고, 투자자산 대부분을 특정 주식에 투자한다. 물론 이런 행위는 큰 손실을 보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우리가 잘 아는 18세기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과학자로 성공했지만, 투자자로서는 실패했다. 그는 영국 남해(South Sea)회사 주식에 잘못 투자하는 바람에 2만 파운드(현재 가치로 약 40억 원) 손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그는 South Sea의 ‘S’자만 들어도 안색이 변했다고 한다. 당시 70대 후반으로 평생 모은 재산을 거의 날린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우리 주변에서 뉴턴과 같은 모습의 투자자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군중심리에 휩쓸린 편승 효과, 테마주
‘오징어 게임’에도 비슷한 모습이 나온다. 참가자들은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이 총살당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게임을 계속 진행할지, 목숨을 부지하고 상금을 포기할지를 투표로 결정한다. 처음 공포에 떨었던 참가자들은 차츰 생각이 바뀐다. 즉 과신과 자기 귀속 편향에 빠진다. 자신은 모든 게임을 통과해 높은 상금을 획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참가자 456명 중 살아남아 상금을 받는 이는 단 1명이다. 확률적으로 단순히 계산해도 자기 자신이 당첨될 확률은 약 0.22%(=1÷456)이다. 통계적으로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이런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단순히 ‘자기는 된다’고 믿는 것이다. 로또나 도박에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매우 낮은 확률에 베팅하며 비슷한 심리를 보인다. 주식 역시 도박처럼 생각하는 이들의 심리는 비슷하다.드라마 속 참가자들은 ‘줄다리기’ 게임에서 팀을 이룬다. 야간에 있었던 습격으로 무리를 짓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자연스레 짝 지은 팀을 기반으로 한다. 이 장면은 ‘편승 효과’와 ‘군중심리’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서커스단이 어느 마을에 왔을 때 악단을 태운 마차가 떠들썩하게 거리를 지나가면 한두 사람이 마차를 뒤따르기 시작한다. 마차를 따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고 무리는 점점 커진다. 이런 현상을 ‘편승 효과’라고 한다. 이 용어는 집단행동이 사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설명할 때 주로 쓰인다. 편승 효과는 군중심리의 대표적 현상이다. 군중심리란 한마디로 ‘다수를 따르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군중심리에 따른 편승 효과는 투자시장에서 더욱 많이 발생한다. 투자자들이 본인의 투자 철학에 맞춰 주식을 매매하기보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는 현상이 그렇다. 테마주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적 편향들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하고, 결국 투자를 실패로 이끈다.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가 대부분 게임을 통과하지 못해 죽듯이, 주식시장 참가자 역시 실패로 투자 기억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투자시장에서 실패를 줄이려면 그 시장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규칙이 어떤지, 내가 틀렸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미리 공부해야 한다.
김성일은… 홍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국책은행에서 IT(정보기술)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은행원이 아닌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평범한 월급쟁이로서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까’ 고민한 끝에 자산배분이 정답이라고 결론 내렸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금융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공학 MBA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마법의 돈 굴리기’ ‘마법의 연금 굴리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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