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360쪽/ 1만8000원
“후(胡) 여사는 중국 광저우(廣州)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가정관리사로 일하는 30대 여성이다. 태어나 자란 곳은 후난성(湖南省)이지만 남편과 함께 광둥성(廣東省) 광저우로 와서 돈을 벌고 있다. 하루에 서너 가정을 다니며 일하고 각각 100위안(1만8000원)을 받는다. 가정당 2시간씩 하루에 6~8시간 동안 한 달을 열심히 일하면 1만 위안(170만 원) 가까이 번다. 공장에서 일하는 남편의 수입보다 많다. 이렇게 번 돈으로 고향 마을에 아파트 분양도 받고 시골집 리모델링도 했다고 한다.”(19~20쪽)
광둥성은 G2에 등극한 중국에서도 ‘경제 심장’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광둥성의 자체 국내총생산(GDP)은 1조5600억 달러(약 1861조8600억 원·2019년 기준)로 1989년 이후 계속 중국 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네 마리 용’과 비교해도 싱가포르(1998), 홍콩(2003), 타이완(2007)을 추월하고 한국(1조6400억 달러)을 바짝 따라잡았다. 올해 1월 한국 GDP를 잠시 넘어서기도 했다. 1970~1980년대 덩샤오핑 당시 국가주석이 주도한 개혁·개방. 선전(深圳)·광저우 등 광둥성 도시에서 시작된 덩샤오핑표 자본주의 실험은 낙후된 농촌지역을 급성장시켰고, 이는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됐다. 오늘날 광둥성은 타지에서 온 수많은 ‘후 여사’가 선망하는 ‘차이나 드림’의 땅이자 중국 경제의 최선봉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실리콘밸리, 광둥을 가다’는 중국 경제성장의 역사와 현주소, 미래를 전망하기에 좋은 참고서다. 저자 김수영 기획재정부 윤리경영과장은 2017~2020년 주광저우총영사관 상무영사로 근무했다. 화웨이, 텐센트, DJI, 비야디, 메이디 등 중국의 대표 혁신기업을 직접 방문해 그 성장동력을 분석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광둥성에서 창업했다는 것. 저자가 광둥성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꼽는 이유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든 책에서도 특히 주목할 대목은 제3장 ‘광둥성 4차 산업혁명의 기승전결’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성장 축 변환 △R&D(연구개발) 투자 △5G(5세대)와 인공지능 기술 육성 △친환경 저탄소 경제 등 네 가지 측면에서 광둥성의 4차 산업혁명 진행 상황을 짚었다. 광둥성이 한국을 주요 경쟁자로 보고 추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관료이자 중국통인 저자의 체계적 분석이 돋보인다. 권말 부록 ‘중국에서 경험한 코로나19 팬데믹’도 코로나19 유행 초기 한국 총영사관과 기업, 교민사회의 대응을 꼼꼼히 기록해 가치가 높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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