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2006.05.23

“연극‘유령’의상 철저하게 고증 후 재현”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6-05-22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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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유령’의상 철저하게 고증 후 재현”
    산울림소극장에서 5월9일부터 7월2일까지 공연되는 입센의 ‘유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톱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는 호사를 누리게 됐다. 이 연극의 의상 담당 디자이너가 바로 서울컬렉션의 대표 디자이너라 할 수 있는 박항치 씨이기 때문이다.

    “제가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5년간 연극 기획과 연출을 한 적이 있어요. 산울림의 창단 공연작인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도 임영웅 선생님 밑에서 조연출을 했고요. 그때 인연으로 지금도 김금지, 박정자, 손숙 같은 배우들과 친해요. 임 선생님이 이번 작품의 의상을 맡아달라고 하시기에 정신적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기분으로 바로 ‘그러겠습니다’ 하고 대답했지요.”

    그가 제작한 산울림의 의상은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와 ‘사랑은 흘러간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극중 목사가 쓰는 모자를 외국에 주문하는 등 의상은 물론이고 액세서리와 구두, 가방 등 소품까지 다 챙길 만큼 공을 들였다. “첫날 공연 티켓을 모두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샀다고 들었어요. 본고장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된 의상을 선보여야 하잖아요.”

    박항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무대의상은 우선 새 옷 같지 않아야 한다. 연극은 삶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막 사 입은 듯한 의상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 또 무대디자인과 잘 어울리면서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의상이어야 한다고.

    “‘유령’은 1860년대의 이야기예요. 그래서 철저한 고증을 통해 당시 의상을 재현했지요. 무대의상은 이런 점에서 제게도 공부가 많이 돼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요? 기회가 되면 셰익스피어의 대작 같은, 중세 유럽을 무대로 한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그는 깐깐한 연출로 유명한 임영웅 씨가 자신의 의상을 믿어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참 고마웠다고. “무대의상 디자인이 돈벌이가 되는 일은 아니잖느냐”는 우문에 그는 “청춘을 보낸 연극무대에서 다시 일하는 게 즐겁고, 배우들이 의상이 좋다고 칭찬해주면 그게 또 즐겁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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