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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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 본체 품은 버추얼 아이돌 ‘오위스’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6-04-07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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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인조 버추얼 걸그룹 오위스(OWIS). 올마이애닉도츠	제공

    5인조 버추얼 걸그룹 오위스(OWIS). 올마이애닉도츠 제공

    신인 그룹에게는 뭐든 화젯거리가 있는 편이 좋다고들 한다. 3월 데뷔한 5인조 걸그룹 오위스(OWIS)의 경우 그게 목소리다. 음색이 무척 낯익다는 뜻인데, 이것이 새삼 입길에 오르는 이유는 이들이 버추얼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퍼포머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뒤에서 목소리와 움직임을 맡은 인물을 ‘본체’라고 하는데, 보통은 본체가 누구인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꽤 알려진 인물이 아니라서 알려져도 크게 상관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오위스는 본체로 제법 묵직한 이름들이 거론된다. 본체를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는 것 같다. 일견 얄궂게도 느껴진다. 남성은 ‘인물’로 소비되니 정체의 완결성이 중요하고(본체를 꽁꽁 숨겨야 하고), 여성은 ‘속성’으로 소비되니 버추얼과 본체가 분리돼도 괜찮다는 것일까.

    러블리즈 출신 류수정은 특유의 음색을 몰라보기 어려워 가장 티가 많이 난다. BTS(방탄소년단) 등의 작곡가로도 활동한 아도라(ADORA) 역시 개성 있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아티스트다. 키스오브라이프, 클로즈유어아이즈의 디렉터이자 아이돌 연습생 출신 기획자인 이해인은 오위스 소속사 올마이애닉도츠(all my anecdotes) 설립자이기도 하다. 여기에 엔믹스(NMIXX) 전 멤버였던 지니, ‘프로듀스 101’ 첫 시즌 출연자인 이루리(이수현) 등 적잖이 ‘팬몰이’를 한 인물들이 더해진다. 이들은 프로듀싱, 작사, 작곡도 맡아 음반 크레디트에 버추얼 아이돌 이름으로 기재돼 있다.

    봄바람에 어울리는 타이틀곡 ‘뮤지엄’ 

    오위스 타이틀곡 ‘뮤지엄(MUSEUM)’은 이처럼 화려하게 나열한 이름들이 아깝지 않은 좋은 보컬을 들려준다. 아련하게 휘몰아치는 밴드 중심 사운드 위에서 멤버들은 포근하거나 청아하고, 단호하거나 달콤한 음색의 팔레트를 펼쳐 보인다. 좋은 음색 다음에 또 좋은 음색이 나오는 구간이 많은데, 이를 넘치지 않는 균형감으로 마무리한 것이 한층 세련되게 다가온다. 

    산뜻하지만 매우 감상적인 이 노래는 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시관을 떠올리게 한다. 달콤하거나 쌉싸름한 추억들과 추억 속 꿈들이 그곳에 전시돼 있다. 잊고 지내는 것들을 잊지 않도록 보존하는 이 비현실의 공간에서 화자는 커다란 행복감을 느낀다. 이 같은 감정을 화사하게 전달하는 것이 오위스의 퍼포먼스다.



    많은 버추얼 아이돌이 팬들에게 ‘이상적인 존재’를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탄생했다면, 오위스는 다른 듯하다. 아이돌 자신이 다른 존재가 된다는 자의식이 엿보인다. 편리한 대로 조각내 다양한 곳에 활용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새롭게 찾은 표현의 통로로서 버추얼 아이돌이라고나 할까. 본체와 버추얼 아이돌의 연결점이 삭제되지 않은 것은 마치 유년기 꿈과 현재가 불연속적이지만 하나의 자아라는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복잡한 배경이 작품 속에 가지를 뻗고 있다고 한들, 우아하게 벅차오르는 이 노래는 여전히 봄바람 속에서 듣기 좋은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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