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zero) 식품에서 제로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제로 슈거’를 뜻한다. [GETTYIMAGES]
제로 식품에서 제로는 ‘제로 슈거’, 즉 ‘무설탕’을 의미한다. 설탕 대신 적은 양으로 강한 단맛을 내는 알룰로스, 스테비아, 아스파탐, 소르비톨, 자일리톨 등 대체 당을 사용해 식품 칼로리를 크게 낮춘 것이다. 사람들이 제로 식품을 찾는 이유는 설탕이 들어간 식품보다 건강에 이로울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제로 식품이 도움이 되리라는 인식도 함께한다. 그렇다면 제로 식품은 과연 건강에 이로울까.
정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원래부터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식품군이라면 대체 당을 사용했을 때 그만큼 칼로리가 낮아지기에 건강에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알룰로스의 경우 95% 이상이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며, 스테비아는 열량이 0㎉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에 설탕이 적게 들어가는 식품이라면 대체 당을 써도 탄수화물, 나트륨 등 다른 영양성분이 안 좋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소주다. 소주엔 당류가 100㎖당 0.12g밖에 포함되지 않아 일반 소주와 제로 소주의 칼로리 차이는 크지 않다. 대체 당을 사용하더라도 소주의 주요 성분인 알코올 자체가 g당 7㎉ 열량을 내기에 전체 칼로리가 그다지 줄지 않는 것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제로 소주 5종을 분석한 결과 이들 제로 소주의 열량은 100㎖당 최소 88㎉에서 최대 10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소주에 비해 겨우 2.85(2.6㎉)~13.7%(14.7㎉) 낮은 수치다. 대다수 사람이 제로라는 말만 듣고 제로 소주 칼로리가 훨씬 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 밖에 제로 마케팅의 포인트를 엄밀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맥주업계에선 비알코올 맥주(알코올 함량 1% 미만)를 제로 맥주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많은 사람이 제로 맥주를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맥주라고 오인하는데, 알코올이 일절 포함되지 않은 맥주는 무알코올 맥주다. 따라서 미량의 알코올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환자, 술을 전혀 못하는 사람은 용어 차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복잡하게 진화하는 제로 트렌드 속에서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고 싶다면 제로라는 말에 현혹되기보다 식품 표기를 꼼꼼히 따지는 게 현명하다. 또 식품 시장에선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 제로 알코올 등 각기 다른 의미로 제로라는 키워드를 활용하고 있기에 식품을 선택할 때 ‘무엇이 제로인지’ 엄밀히 살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