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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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천국, 다시 방콕이다

[재이의 여행블루스] 카오산 로드, 왓 프라깨우, 짜뚜짝 시장… 이색 낭만 찾는 전 세계 여행객 북적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3-07-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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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의 베이스캠프’로 불리는 
태국 방콕 카오산 로드. [GettyImages]

    ‘여행자의 베이스캠프’로 불리는 태국 방콕 카오산 로드. [GettyImages]

    동남아 여행의 출발지이면서 종착지가 되기도 하고, 징글징글할 때도 있지만 지독하게 신나고 재미있어서 떠나면 다시 꼭 찾게 되며, 작은 골목 어느 마사지 가게를 들르더라도 여행 피로를 한 방에 풀 수 있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해도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 넘쳐나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여행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태국 방콕이다. 방콕은 워낙 방대하면서도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고, 각자 자신의 방법대로 좋아하는 여행자가 많기에 이곳을 한마디로 정의하거나 설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자유여행지로 제격

    태국의 정식 명칭은 ‘타이왕국’으로 지금도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이 있는 왕국이다. 태국의 옛 이름은 ‘시암’이고, 수도 방콕은 태국어로 ‘끄룽 텝’이다. 타이는 ‘자유’를 의미하며, 끄룽 텝은 ‘천사의 도시’라는 뜻이다. 태국은 19세기 유럽 제국주의가 아시아로 밀려오면서 국가 대부분이 유럽 식민지가 된 것과 달리 국제 정세를 이용해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열강의 식민통치를 받지 않고 독립을 유지해온 국가다.

    짜오프라야 강변의 야경. [박진희 제공]

    짜오프라야 강변의 야경. [박진희 제공]

    태국은 말레이반도와 인도차이나반도 사이에 걸쳐 있으며, 76개 주로 구성돼 있다. 전체 면적은 약 51만3120㎢로 한국의 5배 정도이고, 인구는 약 6600만 명이다. 국민 대다수는 타이족이지만 화교와 말레이족이 함께 사는 다민족 국가로, 경제활동은 화교가 장악하고 있다. 국민의 95%가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답게 태국 전역에는 4만여 개 불교 사원과 25만 명의 승려가 있다. 1782년 라마 1세가 방콕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지은 ‘왕궁’과 경내에 있는 왕궁 사원 ‘왓 프라깨우’가 태국이 불교국가임을 잘 보여준다. 1000만 명이 사는 거대 도시 방콕은 남북으로 흐르는 짜오프라야강을 중심으로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룬다. 도시 내 이동 수단도 다양해 자유여행을 하기 편한 도시다. 버스와 택시는 물론이고 수상버스, 고가전철(BTS), 지하철(MRT),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이(삼륜차)와 동남아판 우버·그랩 등 이동 수단이 다양해 이만한 여행지도 없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삼륜차 툭툭이. [박진희 제공]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삼륜차 툭툭이. [박진희 제공]

    필자가 한창 여행을 다니던 시절에는 카오산 로드에 가면 방콕의 모든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여행 좀 한다는 전 세계 고수가 강력한 오라를 풍기며 카오산 로드에 짐을 풀던 시절이다. 서로 정보를 나누고 방향이 같으면 어울려 떠나곤 했다. 방콕을 기점으로 주변 나라를 여행할 때도 카오산 로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정보들이 있었다. 지금은 해외여행과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클릭’ 몇 번이면 항공권부터 숙박, 여행 일정, 세세한 정보까지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낯선 나라를 찾아다니던 그때 그 시절 여행의 낭만이 가끔은 그립다. 요즘 카오산 로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기존 거주자들이 내몰리는 현상)의 위협 같은 이유로 예전 명성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방콕에 왔다면 꼭 한 번 들를 필요가 있다. 여행자에게 부담 없는 즐길 거리와 함께 주변에 다양한 문화유적, 관광지가 집중돼 있어 1년 365일 언제나 에너지가 넘친다. 400m가량 되는 짧은 거리지만 길게 늘어선 노점상에서는 코끝과 입안을 자극하는 다양한 먹을거리와 미용실, 헤나숍, 기념품점 등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여행자의 베이스캠프’라는 별칭답게 현지 여행사와 게스트하우스 간판도 여전히 넘쳐난다.

    웅장한 왓 프라깨우

    카오산 로드에서 도보로 5분이면 왕궁과 왕실 전용 사원인 ‘왓 프라깨우’를 만날 수 있다. 정문에서 표를 사면 왕궁과 왓 프라깨우는 물론, 인접한 서구식 왕궁인 ‘아난타 사마콤 궁’과 ‘비만맥 궁’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인당 500바트(약 1만8600원). 황금빛으로 물든 왕궁은 역대 태국 국왕의 제사를 모시는 곳으로 웅장한 외관이 시선을 압도한다. 입구부터 신비로운 분위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총을 든 근위병을 지나면 입장할 수 있다. 존경심을 담아야 하기에 민소매, 반팔, 반바지, 미니스커트, 슬리퍼 차림으로는 입장이 불가하다. 안쪽 뜰로 들어서면 태국인의 불심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왓 프라깨우 사원을 만나게 된다. 방콕의 수많은 사원과 달리 왕궁에 속해 있어 승려가 아닌 왕이 직접 관리하며, 왕실 공식 행사가 거행되는 장소다. 이곳에는 옥으로 된 약 60m 높이의 에메랄드빛 불상이 있어 일명 에메랄드 사원으로도 불린다.



    사원 내부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 하고, 내부 사진 촬영은 반드시 통제에 따라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티크목 건물로 유명한 비만맥 궁전과 단일 건물로 태국에서 가장 큰 궁전이자 대리석을 이용해 건물을 만들고 지붕에 돔을 얹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르네상스 네오 클래식 양식의 건물인 아난타 사마콤 궁전은 파리 유학을 다녀온 라마 5세 때 짓기 시작했다. 무더운 날씨를 감안한다면 왕궁 탐방은 가급적 이른 아침에 시작하는 게 좋다. 다행히 입장권 유효 기간이 일주일이니 체력과 일정을 고려해 나눠서 관람하는 것도 방법이다.

    라오스 내륙에서 발원한 ‘짜오프라야강’은 방콕을 지나 타이만(灣)으로 유입되는 길이 약 372㎞의 태국 최장(最長) 강이다. 강줄기를 따라 고급 호텔과 리조트, 시장, 왕궁과 사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서쪽 강변에 있는 ‘왓아룬’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다. 방콕 시내에는 사원만 400여 개가 있으며 왓아룬은 그중 가장 규모가 크다. ‘새벽사원’으로 불리는 왓아룬은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짜오프라야 강변에서 배를 타고 사원 전경을 둘러보거나 해 질 녘 사원 정상까지 올라가 짜오프라야강 전경을 한눈에 조망하는 방법이 있다. 화려한 왕궁과 사원을 구경한 뒤 배를 타고 강을 오가다 보면 수상 가옥과 그 주변에 형성된 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그중 담넌사두억 시장, 암파와 시장에 현지인과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린다. 4인용 배를 타고 시장 투어를 할 수 있는데, 현지인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한 번쯤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밤거리를 거닐며 쇼핑하거나 야시장을 구경하는 것도 빼놓으면 서운하다. 방콕의 밤은 낮보다 매혹적이기에 불볕더위가 잠시 기세를 멈춘 밤이 되면 사람들은 밤의 여흥을 즐기려고 밖으로 나선다. 대관람차가 있는 방콕 랜드마크 ‘아시아티크’는 쇼핑은 물론 놀이동산, 레스토랑 등 약 1500개의 숍이 오밀조밀 몰려 있어 밤거리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곳은 1900년대 태국이 서구 열강 식민지가 될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문호를 개방하고 티크나무를 수출하기 위해 건립한 국제 무역항이었다. 2012년 현대적으로 개보수해 지금 같은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크게 4개 구역으로 구분되는데, 여행자가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단연 상점 1000여 개가 다양한 물건을 취급하는 ‘차런크룽’이다.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감각적인 공예품을 판매하는 ‘팩토리’, 세련된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어 강변 경치를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타운 스퀘어’ ‘워터프런트’ 구역도 특별한 추억과 낭만을 즐기려는 이들로 늘 붐빈다. 아시아티크의 상징인 대관람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할 여행 코스다.

    방콕을 대표하는 쇼핑 거리 시암 파라곤. [박진희 제공]

    방콕을 대표하는 쇼핑 거리 시암 파라곤. [박진희 제공]

    방콕 중심부인 시암과 칫롬은 방콕을 대표하는 쇼핑가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시암 파라곤, 센트럴 플라자, 터미널21 등 대형 쇼핑몰이 모여 있고 BTS 시암역, 칫롬역과 바로 연결돼 교통도 편리하다. 특히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흥에 겨운 여행자들로 넘쳐난다. 짜뚜짝 주말시장도 들러볼 만한 곳이다. 27개 구역에 1만5000여 개 상점이 들어서 있어 거리번호로 구분될 만큼 거대한 규모다. 일부 상점은 평일에도 문을 열지만 제대로 된 시장 풍경은 주말에 볼 수 있다. 판매하는 품목도 다양해 골동품, 수공예품, 의류 등 많은 상품을 구경하고 태국 길거리 음식도 맛볼 수 있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취향대로 고르는 타이 마사지

    방콕 여행에서 마사지가 빠질 수 없다. ‘타이 마사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태국인의 마사지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태국 마사지는 오일을 사용해 부드럽게 문지르듯이 하는 아로마 오일 마사지와 스트레칭·지압 위주로 하는 타이 마사지로 나뉜다. 근육이 많지 않거나 마른 체형이라면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근육이 많은 체형이라면 타이 마사지를 받는 것이 좋다. 길거리의 흔한 마사지부터 호화롭게 즐길 수 있는 호텔급 스파 마사지, 그리고 렛츠릴렉스, 헬스랜드 같은 대형 마사지 체인점까지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어느 곳을 가든 지상 최고의 휴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올여름 휴가는 이색적인 문화와 즐길 거리는 물론, 먹거리와 쇼핑, 휴식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전 세계 여행객의 천국 방콕으로 떠나보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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