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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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1조2000억 유상증자에 주주 불만↑

전문가 “잦은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에 성장 결실 안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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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7-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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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그룹 본사. [동아 DB]

    SK그룹 본사. [동아 DB]

    “자금 조달 목적이 신사업 투자라고 해서 무조건 ‘착한 증자’는 아니다. 투자해서 자회사가 조금 성장하는 듯하면 밥 먹듯이 쪼개기 상장을 하는데, 주주 입장에서는 투자 목적의 유상증자라도 달가울 리 만무하다. 자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각종 위험 부담을 감수한다 해도 모회사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7월 4일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결정을 두고 한 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기업 공시를 통해 1조1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이 중 약 70%인 8277억 원을 배터리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수소·암모니아 분야 투자 등 신사업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부채 상환 목적이 짙은 CJ CGV의 유상증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회사 SK온 등을 키우기 위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따른 희생을 떠안고 있지만 주주환원 정책은 미미해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업계 후발주자 SK온에 자금 수혈

    지난해 성과급 잔치를 벌일 정도로 호실적을 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43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1~3월) 말 1조2300억 원으로 8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3개월 만에 8000억 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해야 할 정도로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정유업계 불황과 신사업 투자가 맞물렸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사업 자회사이자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은 생산시설 확충 등을 위해 올해만 6조~7조 원 규모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배터리 수율이 낮고 출하량이 적어 2021년 물적분할 이후 6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지만, SK온이 시장 내 입지를 다지려면 지속적인 설비 투자가 요구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사업 자회사 SK에너지가 고유가로 유례없는 호황을 맞아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유업계마저 위기에 빠지면서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에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결정에 주주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배터리 등 신사업 투자를 중단할 수 없는 기업 사정은 이해되지만, 주주들의 지분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유상증자 대신 회사채 발행이나 자사주 매각이라는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는 비판이다. 또 지난해 기본급의 최대 8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임직원에게 나눠준 사실도 다시금 눈총을 받고 있다. 7월 5일 SK이노베이션 종목토론방에서는 “돈 있을 때는 임직원끼리 성과급 잔치하더니 없을 때는 만만한 주주들 돈을 뺏어 빚도 갚고 투자도 하겠다고 한다” 등 날 선 반응이 이어졌다.



    “사업성 확인되면 바로 물적분할”

    현재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전 수준인 18만 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SK이노베이션은 6월 23일 장 마감 직후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는데, 이후 주가가 15만8500원(6월 30일 종가)까지 급락했다. 7월 5일 16만7300원을 기록하며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주가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3%대 금리로 채권시장에서도 충분히 자금 조달이 가능한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를 한다는 건 굉장히 이상한 선택”이라며 “현재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가 ‘차악’으로 평가받는 것은 조달 자금을 대부분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에 쓸 계획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1조1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자금 중 약 30%(3500억 원)만 채무 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 분야에 투자한다. 배터리 연구개발 센터 등 시설자금에 4185억 원, 수소·암모니아 등 신기술 확보를 위한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에 4092억 원 등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업의 누적된 부채를 갚는 데 유상증자 자금의 67%가량을 사용하겠다는 CJ CGV와는 차이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유상증자가 구분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도 결과적으로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SK그룹의 잦은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 전례를 봤을 때 주주들이 향후 SK이노베이션의 신사업 투자 결실을 함께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SK이노-SK온 주식 교환 검토 중

    김규식 회장은 “SK이노베이션이 정유에서 2차전지 등으로 주된 사업 분야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주주들의 희생이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SK온 등 자회사가 상장되는 데 따른 적절한 주주환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SK그룹은 앞서 여러 차례 사업성이 확인된 자회사를 물적분할하거나 쪼개기 상장해 모회사 주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이 키워나가려는 여러 신사업 분야에서도 이런 양상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2차전지 소재 사업 부문이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시켰고 2021년 물적분할한 SK온도 올해 하반기 중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해 SK그룹은 현재 국내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계열사(201개)를 보유 중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동아 DB]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동아 DB]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유상증자가 주주가치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6월 23일 주주서한을 통해 “기업의 건실한 재무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주주 여러분에게 신주인수권을 보장하고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자사주 매각도 한 방법이지만 그 또한 시중에 풀리는 주식 수를 증가시켜 주가를 떨어뜨린다”며 “유상증자의 경우 단기적인 주가 하락은 있으나 주주들에게 신주인수청구권을 보장해 유상증자에 따른 손실을 일정 부분 메울 수 있게 하고 인수한 신주만큼 향후 배당금 액수가 커지는 등 혜택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 정책도 더 강화해가겠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K온 상장 시점에 맞춰 SK이노베이션과 SK온 주식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방안(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가량)을 검토하고 있다. SK온에 대한 투자 성과가 모회사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함으로써 시장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주식 교환이 현실화하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전망이 밝은 배터리 산업에 미리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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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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