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예정인 아스파탐. [GETTYIMAGES]
김치·피클 수준의 발암 등급
아스파탐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식약처는 7월 3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국과 비교해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7월 14일 WHO의 공식 결과가 나오면 세부 사항을 확인해 관련 규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가 설정한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Acceptable Daily Intake·ADI)은 50㎎/㎏ 이하다. ADI는 사람이 평생 매일 먹어도 유해하지 않은 체중 ㎏당 하루 섭취량으로, 체중 60㎏인 사람의 아스파탐 ADI는 3000㎎(3g)인 것이다. 따라서 체중 60㎏인 사람은 아스파탐 72.7㎎이 함유된 막걸리(750㎖)는 하루 33병을 마셔야 ADI를 초과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식약처는 “사실상 하루에 이렇게 많은 양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내놓은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규격 재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ADI의 0.12% 정도다.
전문가들도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 정도는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면 식약처는 국민 섭취량 등을 조사하는 위해성 평가를 진행해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1985년 식품첨가물 지정
아스파탐은 체내에서 소화 과정을 거쳐 페닐알라닌, 아스파트산, 소량의 메탄올로 분해돼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빠르게 대사돼 배출된다. 포름알데히드 같은 발암물질로 바뀔 수 있는 메탄올 또한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양보다 크게 적은 수준이다. 다만 페닐케톤뇨증 환자는 소화 과정에서 페닐알라닌이 발생하는 아스파탐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페닐케톤뇨증은 필수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결핍돼 혈중페닐알라닌 농도가 높아지는 선천성 대사질환이다.
아스파탐의 유해성 우려는 출시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1990년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아스파탐이 출시됐을 무렵부터 암 발생이 증가했지만 이는 서로 무관하다고 밝혔고, 2007년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아스파탐의 안전성을 재조사하기도 했다. 이후 2006년 NCI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아스파탐과 림프종, 백혈병, 뇌종양은 관련성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의학 학술지 ‘플로스 메디슨’에 인공감미료가 발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연구팀이 성인 10만2865명을 대상으로 아스파탐을 포함한 인공감미료 소비량과 암 검진 정보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인공감미료 섭취가 발암 위험을 13%나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IARC는 지금까지 발표된 13000여 건의 연구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식음료업계는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빠르게 아스파탐 손절에 나서고 있다. CU는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막걸리 ‘백걸리’ 출시를 알렸고, 전통주업체 배상면주가는 7월 한 달간 자사 쇼핑몰 ‘홈술닷컴’에서 ‘무(無)아스파탐 막걸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제로’에 아스파탐의 대체 원료를 사용할지 여부를 두고 펩시코와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는 과자류에 소량 넣어왔던 아스파탐을 더는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더 거세지는 ‘트럼프 트레이드’
‘소맥’ 즐기는 로제, K팝 새 역사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