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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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 스페셜리스트 시대가 저물고 있다

[김재준의 다빈치스쿨] AI 시대 전문직 소멸 위기… 미래 CEO는 다양한 과목 들었던 학생들

  •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입력2023-07-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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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8년 빌 게이츠(맨 앞줄 왼쪽)와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의 단체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1978년 빌 게이츠(맨 앞줄 왼쪽)와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의 단체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새로운 시대가 온다고, 아니 이미 왔다고 세상이 시끄럽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라는 신기술이 주는 충격은 엄청나다. 생산성의 비약적 상승에 따른 긍정적 기대도 있지만,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매우 많은 전문 직종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AI가 인간 두뇌를 대체하는 현상은 산업혁명 이후 진행된 자동화의 마지막 단계로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종사하는 단순 반복형 사무직 노동은 물론, 높은 임금을 받는 전문직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대학에서는 경영학과 위기가 시작됐다. 회계학, 마케팅, 재무분석뿐 아니라 판례를 조사하는 신입 변호사의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고도의 창의성을 발휘해야 해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텍스트를 음악으로 바꾸는 AI가 등장하는 한편, 미술에서도 AI 화가의 그림이 경매에 올라오고 있다. 구글의 AI 딥드림과 미드저니를 이용해 누구나 그림을 만들 수 있다. 간단한 광고 이미지를 만들려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할 필요도 없다. 물론 최고 품질을 요하는 새로운 작업에는 창의적인 전문가가 필요하다.

    예술의 위기? 예술가의 위기!

    예술은 위기에 처한 것일까. 이는 예술의 위기가 아니라 예술가의 위기로 봐야 한다. 과거 예술가에게만 허용되던 창작의 세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 장벽이 없어졌기에 일반인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일요화가의 수준이 아니라, 전문가 수준의 그림이나 사진작품을 만들고 이를 팔아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 영역을 넘어 ‘생산에 참여하는 아마추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생산자에서 수요자로 권력이 넘어가는 놀라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예술 애호가 입장에서는 새로운 천국이 열린 것일 수 있다.

    대학에서도 지식과 관련해 생산자 중심에서 학생이라는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인식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다만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지금같이 미래라는 말이 남발되는 시대가 없었던 것 같다. 한국은 위기가 아닌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어려운 때가 많았다. 꾸준히 경제성장을 해 이제는 선진국이 됐지만 출산율 저하와 잠재성장률 하락 등 진짜 위기가 눈앞에 있다. 위기에 처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과거를 공부하고 과거에서 영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혁명 시대의 중심에는 챗GPT로 대표되는 AI 기술이 있고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과거가 궁금하지 않은가. ‘화가처럼 생각하기’라는 책에서 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초창기 사진을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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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노트 ‘코덱스 레스터’. [GETTYIMAGES]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노트 ‘코덱스 레스터’. [GETTYIMAGES]

    마이크로소프트는 창립 후 3년이 지나자 처음으로 매출액이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넘었다. 사진에는 창업자 빌 게이츠를 포함해 직원 11명이 등장하는데 누가 빌 게이츠인지 찾아보라. 그는 어디에서 사업의 영감을 얻었을까. 르네상스적 인간의 대명사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빌 게이츠는 다빈치의 72쪽 친필 노트(코덱스 레스터)를 1994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080만 달러(약 400억 원)에 낙찰받아 오랫동안 소장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다빈치는 해부학·광학·지질학·식물학·수리학 등을 넘나들며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을 쌓았다. 그는 모든 것을 배우는 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모든 분야를 이해하려는 그의 열망은 아무도 보지 못했던 창조를 가로지르는 패턴을 볼 수 있게 도왔을 것이다. 다빈치는 예술과 과학, 인문학이 교차하는 곳에 선 ‘창조적 천재들의 정점’에 있다. 스티브 잡스도 다빈치를 자신의 영웅으로 받들며 “창의성이 발생하는 건 교차점이다. 다빈치는 그것의 궁극이던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책 ‘다빈치스쿨’은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만들려면 교육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학교를 완전히 바꿔보자. 학생들의 관심 폭이 너무 좁다. 하나를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체험이 중요하다.

    이제 새로운 천재 시대가 온다. 당신도 새로운 유형의 천재가 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려면 상위 0.1% 능력치가 있어야 된다고 한다. 앞으로는 상위 0.01%만이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다른 가능성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3~4개 분야에서 상위 25% 능력을 가지면 마찬가지로 탁월한 업적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스탠퍼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누가 미래의 최고경영자(CEO)가 되었는가’를 주제로 조사한 결과는 놀랍다. 미래 CEO가 된 학생은 성적이 좋았던 학생도, 사교활동을 통해 인맥을 쌓으려고 노력했던 학생도 아니었다. 그저 다양한 과목을 들었던 학생들이었다. 비즈니스에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과목을 이것저것 들었던 학생들이 나중에 성공했다.

    Just do everything.

    김재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 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상대학장, 국민대 도서관장과 박물관장, 한국예술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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