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 Rodrigo’를 발표한 YENA. [위에화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즈원(IZ*ONE) 출신으로 2000년대 팝펑크(Pop Punk)를 차용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YENA의 입지는 분명 독보적인 데가 있다. 특유의 분방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록 사운드와 만나 일으키는 화학반응 때문이다. 그의 차별점을 요약할 키워드 중 하나는 ‘당돌함’일 수 있는데, 이는 펑크의 에너지를 시원스레 활용하면서도 이를 건전한 생기로 소화해내는 데서 온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역시 록에 뿌리를 둔 K팝을 구사하는 (여자)아이들 우기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점도 흥미롭다. 소속사의 경계가 뚜렷한 K팝 산업보다 음악적 지향점의 교차에 의해 협업하는 음악 ‘신(scene)’ 형태를 떠올리게 된다.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곡은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숭상한다. 너무 동경하다 보니 미울 지경이라는 것. 로드리고의 히트곡이 더러 오마주되기도 한다. 로드리고는 특히 틱톡(TikTok)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성장한 아이콘이다. 보도자료는 YENA를 지난해에는 ‘MZ 아이콘’, 올해는 ‘젠지(Gen-Z) 대표’로 표방하고 있다. 말하자면 Z세대의 문화적 기호 속에서 더 멋져지고 싶은 심경을, 어떤 의미에서 겸손을 담아 표현한 곡인 셈이다. 뮤직비디오 속 YENA는 음악 애호가에서 스타 음악가로 성장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2000년 무렵의 애플 아이맥 G3 컴퓨터를 사용하고, 음원 플랫폼에서 ‘좋아요’를 받지만 ‘시리’에게 TV를 틀어달라고 하는 등 Z세대식 뉴트로 기호 역시 두드러진다.
뮤직비디오 속 노래 제목에는 ‘DEMO’가 붙어 있다. 침실에서 기타를 치고 낡은 컴퓨터로 편집한다. 음원은 인디나 아마추어 음악가들도 널리 사용하는 플랫폼에 등록한다. 재능과 열정만으로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나가는 ‘DIY 음악가’의 모습이다. K팝에서도 아마추어로 시작해 성장하는 음악가 서사는 흔하지만, 이만큼 DIY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장면들이 시각적으로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건 장르적 뿌리인 펑크가 본연적으로 갖는 태도가 DIY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젠지’ 재현하고 제시
세대론이 대체로 그렇기는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이 세대의 실체와 얼마나 밀접한지를 질문해볼 만하다. 이를테면 디지털 기기나 이동통신 서비스 광고가 제시하는 신세대상과는, ‘신문물을 이용해 알아서 뚝딱 해내는 요즘 아이들’이라는 기성세대 시선과는 얼마나 다를까. 그것은 얼마만큼의 대상화를 포함할까. YENA의 ‘당돌함’이란 마치 이 곡 제목처럼, 얼핏 공격적이지만 실은 애교 섞인 무해함은 아닐까. 건전의 가치를 외면할 이유는 물론 없지만 말이다.그런 아쉬움에도 이 곡과 뮤직비디오는 자못 정격화된 K팝 세계관에 작지만 신선한 균열들을 가져온다. K팝이 보여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스타그램이 아닌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인 것만 해도 말이다. 이 같은 특이점들이 갖는 정합성은 분명 팝펑크라는 장르적 진로와 YENA라는 아티스트-캐릭터의 만남, 그리고 이 낯선 조합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자 하는 의지와 고민에서 비롯된다. YENA가 재현하고 제시하는 ‘젠지’를 꾸준한 관심으로 지켜볼 만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