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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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게거품 물고 매수” 90만 원 넘긴 에코프로, 외국인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테슬라 깜짝 실적에 동반 상승… 외국인 코스닥 순매수 68%가 에코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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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7-07 1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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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프로 주가가 7월 4일 90만 원을 돌파했다. [자료 | 신한투자금융 제공]

    에코프로 주가가 7월 4일 90만 원을 돌파했다. [자료 | 신한투자금융 제공]

    7월 5일 에코프로 주식은 94만3000원 신고가로 장을 마감하며 주당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 ‘황제주’ 등극에 한 발 앞까지 다가섰다. 이날 기준 신한투자증권을 이용하는 에코프로 주주의 평균 수익률은 259.4%에 달한다. 수익 투자자 비중 역시 98%를 넘어섰다. 에코프로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800%를 돌파했다.

    82만 원 넘어 90만 원대로

    에코프로비엠 충북 청주 오창 본사. [에코프로 제공]

    에코프로비엠 충북 청주 오창 본사. [에코프로 제공]

    에코프로가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의 깜짝 실적 소식을 기점으로 2차전지주가 다시금 기지개를 켠 것이다. 미국 CNBC는 7월 2일(현지 시간) 테슬라의 2분기 차량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46만6140대라고 보도했다. 시장 예상치를 2만 대 이상 초과한 수치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면서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6.9% 상승했지만 에코프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에코프로 주가가 7월 3일 20% 이상 급등하며 전고점을 돌파한 것이다. 다음 날 주가가 2.4% 하락했으나 이튿날 6.4% 상승해 또다시 신고가를 달성했다. 이로써 에코프로 시가총액은 25조 원을 돌파하며 카카오(21조 원)마저 넘어섰다.

    에코프로 급등세에 투자심리도 반전됐다. 그간 시장에는 4월 중 기록한 82만 원이 에코프로 주가의 상한선이라는 인식이 만연했다. 실제로 에코프로는 5월 주가가 22.9% 하락하는 등 조정을 겪었다. 국내외 증권가에서 에코프로에 대해 경고 목소리를 냈고,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이 법정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투자자 이탈이 거듭된 탓이다. 6월 주가가 33.9% 반등해 강세를 보였지만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해 “상단이 검증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같은 인식이 퍼지자 공매도도 활발히 이뤄졌다.

    상황을 뒤집은 것은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7월 3일에만 에코프로를 3244억 원 순매수한 것이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4726억 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닥 전체 순매수 68.6%가 에코프로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간 개인투자자 위주로 에코프로 매수가 이어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매도, 쇼트 스퀴즈 개연성”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를 ‘공매도 세력의 항복’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주도해온 만큼 “쇼트 커버링 차원에서 매수세가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공매도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주식을 먼저 매도한 후 시세가 떨어진 주식을 뒤늦게 사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에서는 무차입공매도가 금지돼 이자(수수료)를 지급하고 주식을 차입해야 공매도가 가능하다. 공매도 기간이 길어지면 이자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빌린 주식을 상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매수해야 하는데 이를 ‘쇼트 커버링’이라고 한다. 문제는 공매도한 주식에 강한 매수세가 나타나는 경우다. 이때는 최대한 빨리 주식을 매수해 주가가 오르기 전 쇼트 커버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결과 속도 경쟁이 붙으면서 매수세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공매도 포지션에 선 투자자 입장에서는 악순환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쇼트 스퀴즈’라고 한다.



    에코프로의 전고점 돌파에도 쇼트 스퀴즈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7월 3일 차입공매도 비중이 전일 대비 하락하는 등 강한 매수세가 관측됐는데, 개인투자자의 매수세에 외국인 투자자의 쇼트 커버링이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발(發) 호재로 2차전지주에 강한 매수세가 나타난 상황에서 대량의 쇼트 커버링까지 더해져 쇼트 스퀴즈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가가 급등한 7월 3일 차입공매도 비중은 연초 수준인 3.95%까지 하락했다(그래프1 참조). 주가가 폭등하면서 공매도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7월 첫째 주 동안 공매도 세력 입장에서는 지옥문이 열린 셈이다.

    다만 에코프로 주주들과 공매도 세력 간 결전은 이후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매도 수요’를 상징하는 대차잔고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에코프로에 대한 공매도 수요는 2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고 지금도 여전하다. 7월 3일 대차잔고 비중이 감소했지만 16.97%로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그래프2 참조). 차입공매도 비중 역시 연초 수준으로 하락한 만큼 공매도가 다시금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에코프로그룹 주가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에 대한 증권업계의 컨센서스(목표가)는 42만5000원이다. 주가가 반토막이 나도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6월 12일 에코프로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의 목표가를 12만5000원으로 제시하며 매도 의견을 낸 바 있다. 양극재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향후 10년간 관련 산업에서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진입장벽 등을 이유로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셀 관련 기업을 좀 더 선호한다는 의견도 냈다. 에코프로비엠은 7월 6일 기준 27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골드만삭스 목표가를 2배 이상 훌쩍 넘겼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5월 3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국내 증권사가 에코프로에 이어 에코프로비엠에도 매도 리포트를 낸 것이다. 한 연구원은 “2030년까지 에코프로비엠의 성장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20만 원 넘는 주가는 고평가된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양극재 기업들이 증설 경쟁을 벌이는 만큼 목표한 성장마저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에코프로, 신규 양극재 양산”

    에코프로그룹에 대한 긍정적 시선도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방 배터리 셀 생산 기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맞춰 에코프로비엠 역시 LFP(리튬·인산·철), NMx(코발트 프리), OLO(미드니켈) 등 신규 양극재 양산 계획을 갖고 있다”며 “기존 생산능력(CAPA) 가이던스 대비 상향 여건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관측된다. 현 에코프로그룹 주가가 과도하다고 인식하는 투자자라도 공매도 세력과 싸움에서 연이어 승리하고 있는 만큼 회사에 대한 신뢰가 강건하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에코프로 투자자의 수익 인증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개인투자자가 “(에코프로 주가) 거품은 맞다”고 언급하자 “게거품을 물고 매수하고 있다”며 응수하는 등 고평가 논란을 신경 쓰지 않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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