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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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

  • 마종기

    입력2013-05-20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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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꽃
    그날 밤은 보름달이었다.

    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

    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

    한밤의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

    박꽃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 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 네.

    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

    얼마나 또 오래 딴생각을 하며

    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을까.

    - 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 네, 아버지.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내 아이들은 박꽃이 무엇인지 한번 보지도 못하고

    하나씩 나이 차서 집을 떠났고

    그분의 눈물은 이제야 가슴에 절절이 다가와

    떨어져 있는 것이 하나 외롭지 않고

    내게는 귀하게만 여겨지네.

    아버지 생각은 아버지가 되면 한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요즘엔 사람들이 고맙다. 우리 아버지는 “고맙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진달래꽃을 보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난 아버지는 되지 않을 거다. 아들로만 살다 가고 싶다. ─ 원재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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