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 지음/ 위너스북/ 296쪽/ 1만5000원
“타성에 굳어진 생각의 근육을 풀어주려면 생각 마사지가 필요하다. 생각 근육도 쓰면 쓸수록 발달하지만 쓰지 않고 방치하면 생각의 때가 껴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없다. 생각 근육이 굳어 유연성을 잃으면 고정관념이 늘고 급기야 고장관념(고장 난 관념의 파편)이 우리를 지배한다.”
자칭 ‘지식산부인과 의사’라 주장하는 저자는 “기존의 낡은 생각을 뒤집어야 새로운 생각을 임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증명하려고 감수성, 상상력, 역발상, 창조성 등을 등장시켜 상식과 일상을 뒤집고 비튼다. 먼저 우스갯소리 하나. 여자들은 시어머니가 아프면 머리가 아프고 친정 엄마가 아프면 마음이 아픈데, 그 이유는 시어머니의 아픔은 머리로 이해하지만 친정 엄마의 아픔은 가슴으로 절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란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바로 교감과 감정이다. 체험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이 아무리 나를 알아봐 달라 호소해봤자 당하는 사람은 ‘정말로 골 때린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마련이다.
다가올 미래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얼마 전 숨진 스티브 잡스는 평범한 사람과 다른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면서 인류와 미래를 바꿨다. 이제 인류문명의 한계, 국가와 기업 발전의 한계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상상력의 한계라 부를 만하다. 상상을 하면 기술은 어느 순간 따라오게 돼 있다. 상상은 가슴 뛰는 미래를 위한 능력이지만,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의 고통을 함께 치유하기 위한 공감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렇게 고통 공감 차원에서 발동될 때 상상력은 타인의 아픔을 치유하고 공존의 세계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무의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그래서 흘러간 생각을 붙잡고 고정관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늪을 탈출하려면 역발상이 필요하다. 그것은 기존의 생각을 탈탈 털어내 백지 상태에서 눈앞의 문제를 제기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다. 태풍 때문에 과수원이 엉망이 됐을 때 사과가 떨어졌다며 절망하는 농부가 있는가 하면, 그중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골라 ‘수능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 이름 붙여 비싼 가격에 파는 농부도 있다. 역발상이란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새로운 가능성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열쇠인 것이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는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아니다.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정말로 문외한으로 전락할 수 있다. 다른 분야와 학문적 경계 넘나들기를 즐기면서 색다른 지식융합을 부단히 시도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시험문제 하나 더. 곤충을 삼등분하면? 학교의 정답은 머리, 가슴, 배지만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죽는다’고 대답한다. ‘당연’과 ‘원래’라는 단어는 이 책을 펼쳐보는 순간 당신의 사전에서 지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