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서인도회사의 원거리 전초기지로 출발한 미국 뉴욕은 19세기 전반 경제 호황에 힘입어 거대도시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제조업의 메카 뉴욕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암울했던 시기를 거쳐 1970년대 뉴욕은 금융서비스산업 중심지로 탈바꿈하며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뉴욕의 부흥과 쇠퇴, 그리고 부활은 도시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안팎의 도전 앞에 도시는 점차 생명의 끈이 희미해졌다. 급격한 도시화로 가쁜 숨을 몰아쉰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50%가 도시에 거주하며, 2050년이 되면 그 비율이 8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도시는 늘어나는 인구에 대응하느라 몸살을 앓는다. 도시민에게 주거 공간, 편의시설, 교통 등을 제공하려고 도시는 부단히 개발과 확장을 시도한다. 그러나 범죄, 질병, 혼잡으로 발생하는 도시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대로 도시는 몰락하고 말 것인가.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도시’를 꼽았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인류의 노력에 따라 도시가 변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역사를 돌이켜보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도시가 쇠락의 길로 빠져든 반면, 어떤 도시는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문제는 방법이다. 그동안 도시정책 입안자는 양적인 팽창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인구 유입이 늘면 새로운 건물을 많이 짓고, 건물이 노후하면 부셔서 없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의 생각보다는 도시 밖에 사는 다른 이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번쩍이는 새 건물이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보이게 했을지는 몰라도,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자 일부 선진국 도시를 중심으로 작은 변화의 흐름이 나타났다. 그들은 도시 리뉴얼(renewal)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생명력을 잃어가는 도시를 살리려고 팔을 걷었다. 리뉴얼은 오래된 도시의 빈민가와 낙후지역, 심지어 도심 한가운데까지도 재개발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옛 건물을 부수고 새롭게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건물’이 아닌, 그곳에 사는 ‘인간’ 중심의 도시개혁인 셈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 방점을 둔 리뉴얼을 통해 이들 도시는 새로운 생명을 되찾았다. ‘주간동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 동안 프랑스 파리, 싱가포르, 일본 세타가야, 캐나다 밴쿠버, 스페인 빌바오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도시 리뉴얼의 현장을 직접 찾아 나섰다.
프랑스 파리는 무분별한 난개발을 억제해 보존과 성장의 원칙이 공존하는 도시로 변모했고, 싱가포르는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50년 뒤 도시의 미래를 내다본다. 일본 세타가야는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계획을 결정한 뒤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도시 개량사업을 진행 중이다. 캐나다 밴쿠버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로 거듭났으며, 스페인 빌바오는 회색빛의 공업도시에서 문화 예술도시로 변했다.
이들의 성공은 한국의 서울과 다른 여러 도시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비약적으로 성장한 서울에 필요한 것은 ‘묻지마 재개발 광풍’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도시 리뉴얼일 것이다. 마침 10·26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이 새롭게 선출됐다. 서울의 새 수장이 어떤 철학을 갖고 도시 문제에 접근할지 관심이 쏠린다. 아직 뚜렷한 정책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인간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도시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도시의 미래상이다.
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하지만 안팎의 도전 앞에 도시는 점차 생명의 끈이 희미해졌다. 급격한 도시화로 가쁜 숨을 몰아쉰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50%가 도시에 거주하며, 2050년이 되면 그 비율이 8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도시는 늘어나는 인구에 대응하느라 몸살을 앓는다. 도시민에게 주거 공간, 편의시설, 교통 등을 제공하려고 도시는 부단히 개발과 확장을 시도한다. 그러나 범죄, 질병, 혼잡으로 발생하는 도시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대로 도시는 몰락하고 말 것인가.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도시’를 꼽았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인류의 노력에 따라 도시가 변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역사를 돌이켜보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도시가 쇠락의 길로 빠져든 반면, 어떤 도시는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문제는 방법이다. 그동안 도시정책 입안자는 양적인 팽창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인구 유입이 늘면 새로운 건물을 많이 짓고, 건물이 노후하면 부셔서 없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의 생각보다는 도시 밖에 사는 다른 이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번쩍이는 새 건물이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보이게 했을지는 몰라도,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자 일부 선진국 도시를 중심으로 작은 변화의 흐름이 나타났다. 그들은 도시 리뉴얼(renewal)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생명력을 잃어가는 도시를 살리려고 팔을 걷었다. 리뉴얼은 오래된 도시의 빈민가와 낙후지역, 심지어 도심 한가운데까지도 재개발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옛 건물을 부수고 새롭게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건물’이 아닌, 그곳에 사는 ‘인간’ 중심의 도시개혁인 셈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 방점을 둔 리뉴얼을 통해 이들 도시는 새로운 생명을 되찾았다. ‘주간동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 동안 프랑스 파리, 싱가포르, 일본 세타가야, 캐나다 밴쿠버, 스페인 빌바오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도시 리뉴얼의 현장을 직접 찾아 나섰다.
프랑스 파리는 무분별한 난개발을 억제해 보존과 성장의 원칙이 공존하는 도시로 변모했고, 싱가포르는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50년 뒤 도시의 미래를 내다본다. 일본 세타가야는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계획을 결정한 뒤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도시 개량사업을 진행 중이다. 캐나다 밴쿠버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로 거듭났으며, 스페인 빌바오는 회색빛의 공업도시에서 문화 예술도시로 변했다.
이들의 성공은 한국의 서울과 다른 여러 도시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비약적으로 성장한 서울에 필요한 것은 ‘묻지마 재개발 광풍’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도시 리뉴얼일 것이다. 마침 10·26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이 새롭게 선출됐다. 서울의 새 수장이 어떤 철학을 갖고 도시 문제에 접근할지 관심이 쏠린다. 아직 뚜렷한 정책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인간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도시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도시의 미래상이다.
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