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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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리스크’ 웅진그룹 떨고 있니?

극동건설·저축은행·태양광 사업 흔들…윤석금 회장 위기돌파 승부수에 관심 집중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11-07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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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리스크’ 웅진그룹 떨고 있니?

    시장에선 극동건설의 PF 우발채무가 웅진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경기 파주에 위치한 극동스타클래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사업을 가장 먼저 하라.”

    10월 11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마련한 ‘굿모닝 CEO 학습’ 자리에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열변을 토했다. 중소기업이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되지만, 그래도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자신의 지론을 역설한 것.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윤 회장은 전공이 아닌 분야에 진출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건설사와 저축은행이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의 직격탄을 맞았고, 이것이 그룹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야심차게 추진한 태양광 사업이 최근 업황 부진에 빠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윤 회장은 우리말로 번역한 외국 백과사전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1980년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 웅진코웨이(정수기 사업), 웅진식품(건강식품 사업) 등을 잇따라 설립해 오늘날 자산 기준 재계 30위권대의 그룹을 일궈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극동건설 PF 우발채무 부담



    웅진그룹의 최근 어려움에 대해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과거 재벌그룹의 성장 과정을 답습하려다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재계의 한 인사는 “밖에서는 윤 회장이 직관적으로 건설사와 저축은행을 인수했다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본인으로선 수없이 많은 질문과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변호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위기 신호가 켜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웅진그룹 리스크의 한 축은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의 PF 우발채무(장래 일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경우 확정 채무가 됨). 극동건설은 웅진그룹에 편입된 이후 공격적인 사업을 벌였다. 이는 부동산 PF 증가로 이어져 6월 30일 현재 극동건설 보증채무 1조3817억 원(시공연대보증 4512억 원 별도) 가운데 PF 관련 연대보증이 7875억 원(57%)을 차지한다. 또한 극동건설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공사 잔액 기준으로 민간 공사 비중이 70%에 이른다. 민간 공사는 대부분 도급으로 이뤄지며 지방사업장, 타운하우스, 주상복합 등 미분양 위험이 큰 사업 비중이 높다. 게다가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계약 구조 탓에 PF 사업장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가 크다.

    웅진그룹 측은 “(극동건설 리스크에 대해) 이미 선제적 조치를 취해 신용도에 대한 우려를 대부분 해소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금년 상반기 유상증자를 실시해 부채비율을 2010년 말 174%에서 올해 상반기 말 141%로 축소했다. 또한 같은 기간 차입금 규모와 미분양률, PF 보증잔액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9월 현재 신규 수주가 작년 규모를 이미 초과했으며, 사업성이 양호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PF 지급보증의 만기 연장이나 증액을 웅진그룹 비금융 부문의 지주회사 격인 웅진홀딩스의 신용공여에 의존하는 형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웅진홀딩스의 신용공여 비중은 2009년 16.6%에서 2011년 6월 56.0%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웅진홀딩스는 4월 28일 극동건설의 1000억 원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저축은행 부실 자본 확충 필요성

    ‘3대 리스크’ 웅진그룹 떨고 있니?

    웅진그룹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면서 교육출판, 환경생활 사업 중심에서의 탈피를 꾀했다.

    문제는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의 관련성이 확대되면서 극동건설의 신용 위험이 그룹에 전이된다는 점이다. 이는 그룹의 캐시카우인 웅진코웨이의 지분 매각과 자사주 매입을 동시에 추진하는 딜레마에서도 엿볼 수 있다. 6월 말 현재 웅진그룹의 비금융 부문 차입금은 2조4529억 원에 이른다. 웅진그룹은 그룹 내 차입금 상환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웅진코웨이 지분을 매각했다(2010년 9월 웅진홀딩스가 웅진코웨이 지분 3.2%를 매각해 1057억 원을 마련했고, 2009년 11월 윤석금 회장이 웅진코웨이 지분 1.69%를 매각해 469억 원을 마련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웅진코웨이는 3월 22일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다.

    웅진그룹 측은 “웅진홀딩스의 웅진코웨이 주식 매각은 차입금 상환 및 이자비용 감소를 통해 영업현금 흐름을 개선하려는 전략적 목적이었으며, 웅진코웨이의 자사주 매입은 이와는 별개로 시장 주가가 본질가치와 괴리가 커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웅진그룹 측의 설명에도 일각에선 웅진홀딩스가 차입을 위해 제공한 담보자산이 웅진코웨이인 탓에 웅진코웨이가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매입을 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웅진그룹 리스크의 또 다른 한 축은 저축은행이다. 웅진그룹은 금융 부문의 지주회사 격인 웅진캐피탈을 통해 지난해 서울상호저축은행과 늘푸른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했다. 저축은행의 사업성을 놓고 시장에서 의문을 제기했지만 웅진그룹은 “많은 영업이익을 냈을 정도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인수를 강행했다. 웅진그룹 측은 “저축은행은 웅진홀딩스와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없기 때문에 웅진홀딩스의 리스크 요인이 아니다”라면서 “서울상호저축은행의 경우 9월 9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선진 은행 수준인 13.1%로 높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통해 BIS 비율이 증가했음에도 고정이하 채권 비율이 40%에 육박한다(업계 평균 17.5%). 고정이하 또는 요주의로 분류되는 PF 대출채권이 부실화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자본을 추가 확충해야 한다. 이는 결국 최대주주인 웅진캐피탈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비록 웅진캐피탈이 웅진홀딩스와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지만 윤 회장의 지분이 90%에 이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와 웅진캐피탈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때문에 한쪽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다른 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대 리스크’ 웅진그룹 떨고 있니?

    폴리실리콘(아래)은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린다. 웅진폴리실리콘은 4월 14일 경북 상주에서 생산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교육출판, 환경생활 사업 중심의 웅진그룹이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윤 회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처음 태양광 사업팀을 조직했을 때 인원은 3명에 불과했다. 태양광을 공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얻고 인력을 찾던 중 미국의 선파워에서 합작 제의가 들어왔다. 선파워는 웅진에너지 외에 다른 회사 2곳에도 같은 제안을 해놓은 상태였다. 다른 회사가 검토하겠다며 머뭇거리는 사이,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느냐고 판단한 윤 회장은 “당장 내일 합시다”라고 외치며 일사천리로 일을 추진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 태양광 사업도 최근 빨간불이 켜진 상황. 삼성, LG, 한화 등 자본과 기술을 앞세운 대기업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어 수직계열화 경쟁과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의 경우, 폴리실리콘(삼성정밀화학)-잉곳·웨이퍼(삼성코닝정밀소재)-셀·모듈(삼성SDI)-발전 사업(삼성물산, 에버랜드)으로 전열을 정비해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 중이다.

    더욱이 최근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와 태양광 원료 소재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과연 웅진폴리실리콘과 웅진에너지가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웅진에너지 주가는 연초 이후 70% 넘게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에서도 반도체 산업처럼 과당경쟁으로 인해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소수 기업만이 살아남는 치킨게임이 이미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웅진그룹 측은 “최근 태양광 사업의 불황에도 웅진에너지는 세계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갖추면서 견고한 영업이익을 창출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웅진폴리실리콘의 경우에도 계획 대비 높은 초기 가동률과 생산 실적을 보이면서 상반기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최근 가격하락에 대비해 지속적인 혁신으로 원가 구조를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치킨게임에 놓인 태양광 사업

    ‘3대 리스크’ 웅진그룹 떨고 있니?

    최근 태양광 사업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웅진에너지 공장 내부.

    그러나 규모 경제를 추구하는 태양광 사업의 특성상 지속적인 시설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2공장 증설을 마친 웅진에너지는 3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웅진폴리실리콘 역시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0t 증설 프로젝트에 이어 1만t 증설을 신기술 확보 이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웅진그룹 측은 “웅진홀딩스의 추가 출자 없이 웅진에너지의 내부 창출 현금을 통해 단계적으로 투자를 실행한다”고 공언하지만, 웅진에너지의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1200억~14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3공장 증설에 5000억 원가량의 투자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웅진에너지의 내부 자금만으로 투자비를 충당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윤 회장은 창업 이후 수없이 많은 고비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특유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작금의 어려움도 돌파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웅진그룹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윤 회장은 가장 튼튼하고 애정을 많이 쏟은 화장품 계열사 코리아나를 매각해서 마련한 개인 자금을 다른 계열사에 출자해 위기를 극복했다. 이처럼 윤 회장은 위기에 냉철히 맞서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더구나 헌신적인 데다 깨끗한 사람이어서 이번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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