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밤 9시가 되면 난 뉴스를 봐요. 코미디도 아닌 것이 정말 웃겨요. 정치하는 아저씨들 맨날 싸워요. 한 명 두 명 싸우다가 결국 개판이 돼요. 내 강아지 이름은 망치예요. 그럴 땐 망치 얼굴 쳐다보기 민망해져요.”
그들은 음악으로 사회의 폐부를 공격한다. 자신이 아는 세상을 솔직하게, 음악을 통해 표현한다. 그 안에는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가슴이 찡해진다.
지방 나이트클럽에서 DJ, 웨이터, ‘삐끼’로 일하던 세 친구가 우연히 기회를 잡고 가수로 데뷔한다. ‘집에서 놀듯’ 공연하는 그룹 스트릿 라이프는 큰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연예기획사 대표는 “너희가 음악 비즈니스를 몰라서 그런다”며 돈을 주지 않는다. 사랑 역시 ‘삐걱삐걱’ 어긋난다. 결국 돈, 명예 모든 걸 잃은 그들은 힙합클럽에서 다시 바닥부터 시작한다.
DJ DOC의 음악 자체가 자전적 이야기인 덕분에 공연 역시 스토리가 탄탄하다. 신나는 댄스음악부터 거친 비트박스까지 음악이 워낙 다양한 터라 지루할 틈이 없다. 한마디로, 좋은 재료를 잘 다뤄 일품요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배우들이 돋보인다. 한 곡만 불러도 숨이 차는 빠른 랩을 하면서 춤과 연기까지 선보인다. 이재원, 정원영, 강홍석 등 젊은 주연 배우는 한계가 궁금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이재원의 어둠 속 독무(獨舞)는 압권이다. 그 어떤 말보다도 주제를 강렬하게 표현한다. 커튼콜을 마치면 무대는 콘서트장으로 돌변한다.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꼬물꼬물 자신감이 솟아난다.
“괜찮아, 나니까. 손발 다 써도 안 되면 깨물어버리는 나니까. 대박 나든 쪽박 차든 쏠리는 대로 사니까. 아닌 걸 보고 아니라고 하니까.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중에서)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11월 27일까지, 문의 02-766-3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