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선두주자 김애란을 주목하라!](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07/04/201107040500015_1.jpg)
최인호는 서울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해 문단에 데뷔했다. 황석영 역시 고교 재학 중이던 1962년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장했다. 어려서부터 문재(文才)를 인정받고 화려하게 등장한 이들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문학인생을 살면서 주옥같은 작품을 발표해왔다.
주로 신문 연재나 청탁에 의존하던 이들이 이번에는 생애 최초로 전작 장편소설을 동시에 내놓았다. 뒤틀리고 붕괴한 일상에 내몰린 한 사내가 사흘 동안 겪는 특별한 이별을 그린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나 끝없이 만들어 쓰고 버리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지탱되는 자본주의 도시문명을 쓰레기 매립지인 꽃섬을 배경으로 정면 비판한 ‘낯익은 세상’은 두 사람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김애란은 2002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사람들’로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한 저널리스트의 표현처럼 김애란은 2005년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창비)를 펴내면서 ‘어느 날 불쑥 한국 문학 복판에 들어앉아 버렸다.’ 이 소설집 표제작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고 집을 나간 뒤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화자인 딸은 그 아버지가 여전히 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부재를 이렇게 건방지게 바라보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단숨에 21세기를 대표하는 주자로 떠올랐다.
김애란이 2007년 말 펴낸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에서 들고 나온 것은 ‘방’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원룸이나 반지하방, 또는 독서실이나 고시원 같은 세상과 자신을 연결할 ‘지상의 방 한 칸’을 찾아 헤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현실화하기 직전 우리는 ‘88만 원 세대’의 등장을 바라봐야 했는데 김애란은 그 지점을 정확히 포착했다.
김애란은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열일곱 살 주인공 한아름은 조로증에 걸려 여든 노인의 몸을 갖고 있다. 고통과 죽음을 품고 살지만, 그렇다고 삶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대의 비장함과 밑바닥을 핍진하게 바라보려는 시각이 녹아들어 있지만 어둡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김애란은 한국 문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감수성과 언어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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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