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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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그 중요한 현대사 기억 환기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7-08-22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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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그 중요한 현대사 기억 환기

    ‘화려한 휴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제목대로 가볍게 읽으려 한다면 젊은 의사의 자유분방한 연애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1968년 짧았던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주인공의 행로를 따라가면 한 지식인의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론적인 방황이 읽힌다.

    ‘프라하의 봄’보다 훨씬 짧았지만 더욱 비장했던 ‘5월의 봄’을 그린 한국 영화 ‘화려한 휴가’의 흥행 성적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계속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나 제작자는 기대 이상의 선전(善戰)이라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어 보인다. 그건 그동안 아무도 정면으로 다루려 하지 않던 역사적 사건에 도전한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 특히 젊은이들은 이 영화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최대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고 4·19를 읊은 어느 시인은 얘기했지만, 용서하기 위해서라도 기억은 필요한 것이다. 웅장한 추모공원과 기념관이 지어졌기에 5·18이 이제 충분히 기억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그 같은 기념사업이 5·18을 기념관에 가둬놓고 박제화하는 건 아닐까. 기억하지 못할 때 - 기억하더라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때 - 거기엔 소문과 억측이 자란다. 그 점에서 ‘화려한 휴가’는 ‘겨우’ 27년 만에 박물관으로 들어가버린 현대사의 중요한 기억을 환기해준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는 기록이자 위로이며 성찰이다. 현대사의 정치적 사건을 소재로 한 두 편의 탁월한 영화가 있다. 1973년 ‘칠레의 봄’을 그린 ‘산티아고에 비는 내리고’가 다큐멘터리적 기록에 가깝다면, 대만 영화 ‘비정성시’는 1947년 대만의 피의 역사로 인해 남은 상처를 한 가족사를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화려한 휴가’는 어느 쪽인가. 둘 다이기도, 어느 쪽도 아니기도 하다. ‘화려한 휴가’만의 강점이 있는 반면,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있다. 무엇이 됐든 이 한 편의 영화에 빛과 그림자를 모두 지우는 건 온당치 않다. 앞으로 5·18이 좀더 다양한 접근법과 시각(그렇다고 ‘일해공원’류의 반응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건 아니다)으로 그려지길 바란다. 그 과중한 부담에서 벗어날 때 쿤데라의 ‘프라하의 봄’처럼 가벼우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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