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 핵심이다.’ 샐러리맨은 물론 각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기획으로 소비자를, 관객을, 독자를 만날 것인지 답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속 시원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살아 있는 ‘기획 천재들’에게서 실전 지침을 들어보는 것이 지름길. 국내의 내로라하는 기획 천재들 (공연·상품·출판·광고 기획 분야)의 실전 노하우를 들어봤다.
[김종헌 쇼틱 대표] ‘내’가 재미있어야 ‘관객’도 즐긴다
“공연기획은 시작부터 공연까지 2년 정도 걸리는 장기 작업이다 보니 ‘스스로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제1 원칙입니다. 단순히 돈만 생각해서는 좋은 공연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기획자 자신이 재미있는 기획을 해야 함께하는 예술가는 물론 관객까지 행복한 공연이 될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 배우생활을 한 김종헌(40) 쇼틱 대표는 송승환 PMC 대표의 권유로 공연기획을 시작한 지 10년째다. 그는 ‘난타’ ‘도깨비스톰’의 국내 및 해외공연 기획을 맡았다. ‘난타’는 1997년 초연 이후 2002년 100만 관객을 기록했으며 해외에도 진출해 조만간 200만 돌파를 노리고 있다. ‘도깨비스톰’도 2001년 초연 이후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제가 요즘 창작 뮤지컬 기획에 전념하는 이유도 재미 때문입니다. 해외 뮤지컬을 판박이하는 게 아니라 새것을 만들어 새 트렌드를 탄생시키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이득은 덤이지요.”
김 대표는 공연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을 꼽았다. 안목을 기르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그에 따라 경험의 폭이 달라지기 때문.
“주변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이 뮤지컬 아이템이 되기 때문에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기획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차라리 내려놓아요. 안 풀리는 것에 집착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다른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잠시 잊는 게 결과적으로 더 득이 되거든요.”
[김영국 현대자동차 국내상품팀 대리]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라
자동차는 고가 상품이고 개발 비용만 최소 1000억원 넘게 드는 데다 한번 출시되면 5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상품이다. 기획에서부터 제품이 전환되는 시점을 따지면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다른 소비재를 기획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투입되는 제품인 만큼 담당기획자의 고민도 남다르다.
김영국(38) 현대자동차 국내상품팀 대리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10년 전 입사했다. 처음 담당한 차종은 트라제 XG. 그동안 클릭, 아반떼, 뉴 스트리트 아이콘 i30의 상품기획을 담당했다.
그가 최근 기획한 i30의 경우, 개념 자체가 기존의 세단 스타일이 아니라 유럽 스타일에 맞춘 ‘뉴 스트리트 아이콘’으로 발랄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다. 이 때문에 그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패션 잡지나 스타일이 살아 있는 디자인 분야를 많이 살펴봤다고 한다. 그 결과 i30은 출시 한 달 만에 2000여 대가 계약되는 등 예상보다 2배 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는 “어느 경우에도 기획할 때는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장 및 소비자조사에서부터 디자인의 초기 컨셉트와 출시 시점까지 챙겨야 하는 자동차 기획의 특성상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김 대리는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보거나 무작정 거리를 걸으며 일과 상관없는 것을 통해 재충전한다.
[김수영 해님출판사 주간] 인연과 정보를 소중히 하라
‘군주열전 시리즈’ ‘한국형 UCC 마케팅’ ‘올 댓 패션’ ‘외뿔’ 등을 기획한 베테랑 출판기획자 김수영(36) 해냄출판사 주간.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외국은행에 취직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출판기획에 관심을 가졌고, 좋아하던 책을 펴낸 민음사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일하고 싶다”고 한 게 받아들여져 올해로 1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출판 기획은 늘 초기 논의단계에서 여러 가지 엇박자를 만나 갈등하게 된다고 한다. ‘읽고 싶은 책’ ‘만들고 싶은 책’ ‘팔 수 있는 책’ 이 세 가지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집필과 편집 일정,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조율하는 문제 등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다가, 또는 다른 책을 읽다가 출판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강연회에서 연사가 던진 단어 하나로 시작한 기획이 ‘주말경쟁력을 높여라’(공병호 지음)였고, 세미나에 참석했다 힌트를 얻어 만든 책이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조벽 지음)이다. 오려놓은 신문기사 하나, 술자리에서의 화제인물, 저녁뉴스 외신에 나온 인물 등도 모두 출판 기획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 접한 정보 하나하나를 소중하고 꼼꼼하게 관리하고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기획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그는 초심으로 돌아간다. ‘이걸 왜 하려고 했지?’라는 질문을 하다 보면 일의 실마리가 풀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시작부터 막힐 때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자료가 모두 갖춰졌는지 다시 살핀다.
[이수원 TBWA코리아 수석국장] 시뮬레이션, 메모, 독서가 포인트
광고계의 손꼽히는 기획자인 이수원(40) TBWA코리아 수석국장은 아디다스, 삼성전자 노트북 센스, SKT 스피드 011, 네이트 등의 광고기획을 담당했던 이다. 최근 방영돼 좋은 반응을 얻은 우리투자증권이나 TU미디어 CF 등도 그가 기획했다. 제일기획에서 15년, 외국계 광고대행사인 TBWA코리아에서 2년 동안 광고기획 일을 해오고 있는 그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기획 노하우 세 가지를 공개했다.
첫째, ‘시뮬레이션 습관’이다. TV CF는 물론 신문이나 잡지광고, 하다못해 길거리의 간판 하나도 모두 교재다. 눈에 띄는 광고를 보면 브랜드를 기획한 이유, 전략과 과제 등을 여러 면으로 생각해본다. 그러면 평소 책상 앞에 앉았을 때와는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 둘째는 ‘메모’. 그의 경우 입사 초기부터 쓰기 시작한 다이어리가 벌써 16권이나 된다. 꼭 다이어리여야 할 필요는 없다. 작은 수첩이나 PC, 노트북 등 자신에게 맞는것을 준비해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적으라고 조언한다. 실제 그는 제일기획 재직 당시 메모해둔 ‘고객사를 위한 이벤트’ 아이디어로 사내포상을 받았다. 셋째는 ‘독서’다. 주변에 수많은 정보가 있지만, 이것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려면 결국 독서를 하는 수밖에 없다. 독서를 통해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은 사람은 현상만 갖고 기획하는 사람보다 깊이 있는 기획이 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경제·경영서는 물론 심리학에서 예술 분야까지 폭넓은 독서를 강조했다.
그러나 속 시원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살아 있는 ‘기획 천재들’에게서 실전 지침을 들어보는 것이 지름길. 국내의 내로라하는 기획 천재들 (공연·상품·출판·광고 기획 분야)의 실전 노하우를 들어봤다.
[김종헌 쇼틱 대표] ‘내’가 재미있어야 ‘관객’도 즐긴다
“공연기획은 시작부터 공연까지 2년 정도 걸리는 장기 작업이다 보니 ‘스스로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제1 원칙입니다. 단순히 돈만 생각해서는 좋은 공연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기획자 자신이 재미있는 기획을 해야 함께하는 예술가는 물론 관객까지 행복한 공연이 될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 배우생활을 한 김종헌(40) 쇼틱 대표는 송승환 PMC 대표의 권유로 공연기획을 시작한 지 10년째다. 그는 ‘난타’ ‘도깨비스톰’의 국내 및 해외공연 기획을 맡았다. ‘난타’는 1997년 초연 이후 2002년 100만 관객을 기록했으며 해외에도 진출해 조만간 200만 돌파를 노리고 있다. ‘도깨비스톰’도 2001년 초연 이후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제가 요즘 창작 뮤지컬 기획에 전념하는 이유도 재미 때문입니다. 해외 뮤지컬을 판박이하는 게 아니라 새것을 만들어 새 트렌드를 탄생시키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이득은 덤이지요.”
김 대표는 공연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을 꼽았다. 안목을 기르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그에 따라 경험의 폭이 달라지기 때문.
“주변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이 뮤지컬 아이템이 되기 때문에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기획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차라리 내려놓아요. 안 풀리는 것에 집착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다른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잠시 잊는 게 결과적으로 더 득이 되거든요.”
[김영국 현대자동차 국내상품팀 대리]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라
자동차는 고가 상품이고 개발 비용만 최소 1000억원 넘게 드는 데다 한번 출시되면 5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상품이다. 기획에서부터 제품이 전환되는 시점을 따지면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다른 소비재를 기획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투입되는 제품인 만큼 담당기획자의 고민도 남다르다.
김영국(38) 현대자동차 국내상품팀 대리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10년 전 입사했다. 처음 담당한 차종은 트라제 XG. 그동안 클릭, 아반떼, 뉴 스트리트 아이콘 i30의 상품기획을 담당했다.
그가 최근 기획한 i30의 경우, 개념 자체가 기존의 세단 스타일이 아니라 유럽 스타일에 맞춘 ‘뉴 스트리트 아이콘’으로 발랄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다. 이 때문에 그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패션 잡지나 스타일이 살아 있는 디자인 분야를 많이 살펴봤다고 한다. 그 결과 i30은 출시 한 달 만에 2000여 대가 계약되는 등 예상보다 2배 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는 “어느 경우에도 기획할 때는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장 및 소비자조사에서부터 디자인의 초기 컨셉트와 출시 시점까지 챙겨야 하는 자동차 기획의 특성상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김 대리는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보거나 무작정 거리를 걸으며 일과 상관없는 것을 통해 재충전한다.
[김수영 해님출판사 주간] 인연과 정보를 소중히 하라
‘군주열전 시리즈’ ‘한국형 UCC 마케팅’ ‘올 댓 패션’ ‘외뿔’ 등을 기획한 베테랑 출판기획자 김수영(36) 해냄출판사 주간.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외국은행에 취직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출판기획에 관심을 가졌고, 좋아하던 책을 펴낸 민음사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일하고 싶다”고 한 게 받아들여져 올해로 1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출판 기획은 늘 초기 논의단계에서 여러 가지 엇박자를 만나 갈등하게 된다고 한다. ‘읽고 싶은 책’ ‘만들고 싶은 책’ ‘팔 수 있는 책’ 이 세 가지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집필과 편집 일정,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조율하는 문제 등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다가, 또는 다른 책을 읽다가 출판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강연회에서 연사가 던진 단어 하나로 시작한 기획이 ‘주말경쟁력을 높여라’(공병호 지음)였고, 세미나에 참석했다 힌트를 얻어 만든 책이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조벽 지음)이다. 오려놓은 신문기사 하나, 술자리에서의 화제인물, 저녁뉴스 외신에 나온 인물 등도 모두 출판 기획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 접한 정보 하나하나를 소중하고 꼼꼼하게 관리하고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기획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그는 초심으로 돌아간다. ‘이걸 왜 하려고 했지?’라는 질문을 하다 보면 일의 실마리가 풀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시작부터 막힐 때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자료가 모두 갖춰졌는지 다시 살핀다.
[이수원 TBWA코리아 수석국장] 시뮬레이션, 메모, 독서가 포인트
광고계의 손꼽히는 기획자인 이수원(40) TBWA코리아 수석국장은 아디다스, 삼성전자 노트북 센스, SKT 스피드 011, 네이트 등의 광고기획을 담당했던 이다. 최근 방영돼 좋은 반응을 얻은 우리투자증권이나 TU미디어 CF 등도 그가 기획했다. 제일기획에서 15년, 외국계 광고대행사인 TBWA코리아에서 2년 동안 광고기획 일을 해오고 있는 그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기획 노하우 세 가지를 공개했다.
첫째, ‘시뮬레이션 습관’이다. TV CF는 물론 신문이나 잡지광고, 하다못해 길거리의 간판 하나도 모두 교재다. 눈에 띄는 광고를 보면 브랜드를 기획한 이유, 전략과 과제 등을 여러 면으로 생각해본다. 그러면 평소 책상 앞에 앉았을 때와는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 둘째는 ‘메모’. 그의 경우 입사 초기부터 쓰기 시작한 다이어리가 벌써 16권이나 된다. 꼭 다이어리여야 할 필요는 없다. 작은 수첩이나 PC, 노트북 등 자신에게 맞는것을 준비해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적으라고 조언한다. 실제 그는 제일기획 재직 당시 메모해둔 ‘고객사를 위한 이벤트’ 아이디어로 사내포상을 받았다. 셋째는 ‘독서’다. 주변에 수많은 정보가 있지만, 이것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려면 결국 독서를 하는 수밖에 없다. 독서를 통해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은 사람은 현상만 갖고 기획하는 사람보다 깊이 있는 기획이 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경제·경영서는 물론 심리학에서 예술 분야까지 폭넓은 독서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