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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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쏜 한국인의 꿈 “미션 파서블!”

고산·이소연 씨 러시아 우주인 훈련 순조 … 9월 초 최종 탑승자 선정 ‘카운트다운’

  • 권기태 작가 thedrama@empal.com

    입력2007-08-22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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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로 쏜 한국인의 꿈     “미션 파서블!”
    모스크바의 여름 하늘은 쾌청하다. 히말라야산맥 같은 새하얀 구름이 창공에 솟구치면 그 아래 기념비며 빌딩, 방송탑 같은 인간의 피조물은 왜소해 보일 뿐이다. 일대는 둔덕조차 없는 광활한 평원. 거칠 것 없이 펼쳐진 상공은 투명한 돔을 이루고, 희디흰 태양은 종일 반원형을 그린다.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년 중 가장 긴 대낮을 만든다.

    그 맑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 우리가 결국 무한하고 영원한 우주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년 4월 지구궤도로 올라갈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들의 머리 위에도, 그들의 장도를 기다리는 한국인들의 머리 위에도 어김없이 펼쳐진 우주다.

    우주인 후보 고산, 이소연 두 사람이 훈련받고 있는 곳은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30km 떨어진 츠칼로프에 자리한다. 좀더 정확히는 그곳 안의 ‘즈뵤즈드니 고로도크’. ‘별의 도시’라는 뜻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가 눈독 들이는 은하계 저편 행성의 도시 이름 같다.

    하지만 담에는 전기철조망을 떼어내고 시멘트로 바른 흔적이 군데군데 있는 군사시설이다. 경비도 군인들이 서고 있으며, 인근에는 ‘일루신’ ‘미그’ 등의 이름을 가진 갖가지 공군 전투기가 세워진 활주로가 있다. 두 사람은 ‘별의 도시’ 내에서도 주로 우주인 훈련소인 가가린 센터에서 교육받는다.

    지난 3월 입소한 그들은 7월 소콜 우주복을 착용했다. 안에 공기를 주입하면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부풀어오르는 전신형 특수복이다. 선량해 보이는 노년의 교관 빅토르가 말했다. “이건 옷이 아니라 일종의 작은 우주선이야.” 기압이 제로 상태이고 영하 100℃ 이하의 극저온인 우주에서 인간이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우주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옷이라고 보기엔 터무니없이 무겁기도 하다.



    두 사람은 우선 갖가지 센서가 달린 타이츠 형태의 흰색 속옷을 입었다. 그리고 우주복 앞부분의 V자형 ‘출입구’를 통해 우주복 속으로 들어가자 ‘출입구’는 길고 가느다란 고무와 지퍼로 밀봉됐다. 두 사람이 지난해 12월 후보 선발과정에서 처음 이곳을 찾아와 촬영을 위해 우주복을 입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현실감을 주었다.

    두 사람은 내년 탑승할 소유즈 TMA 우주선의 모형 선실로 옮겨가 발사 때와 같은 포즈로 앉았다. 앉았다고는 하지만, 무릎을 접고 사실상 누워 있는 요람 속 신생아 같은 자세다. 빅토르는 옆에 붙어서 두 우주인의 눈앞에 붙어 있는 각종 계기판과 모니터, 버튼, 다이얼, 레버, 스위치, 배선을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모형 선실은 상당한 수준의 시뮬레이터다. 유압 피스톤이 가설돼 있지 않아 발사 때처럼 요동치지는 않지만, 우주인들이 입력한 대로 작동 결과들이 눈앞에 떠오른다.

    보통의 교육은 교관이 두 사람에게 러시아어로 설명하면 통역 장교가 영어로 말해주는 식이다. “수업을 듣다 보면 예비 통역까지 같이 청강해요. 이 사람은 나중에 정식 통역이 되지요. 과목마다 통역이 따로 있고요. 그래서 통역의 전문성이 매우 높아요. 교관이 말이 막히면 통역이 대신 설명해줄 때도 있으니까요. 아주 재밌는 순간이지요.” 이소연 씨의 말이다.

    내년 4월 46m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

    우주로 쏜 한국인의 꿈     “미션 파서블!”

    소유즈 우주선 귀환 모듈에서 교육받고 있는 우주인 후보.

    수업이 끝날 때마다 두 사람은 교관들 앞에 앉아 구술 테스트를 치른다. ‘통과’냐 아니냐를 따지는 단순한 것이다. 두 사람은 모든 과목을 통과했다. 하지만 프라이머리(정·正)와 백업(부·副) 우주인을 결정하기 위한 별도 점수는 계속해서 매겨지고 있다.

    우주복 훈련이 끝나자 고산 씨가 말했다. “우주복 내부에는 냉각장치가 가동되고 있어요. 하지만 벗고 나니 속옷에 땀이 흠뻑 배어 있더라고요. 긴장감이랄까, 실전 같은 기분이 든 거지요.”

    긴장감? 당연하다. 그들 중 하나가 내년에 타게 될 높이 46m짜리 소유즈 우주선은 점화와 동시에 인류가 만든 최고속의 무시무시한 획을 창공에 긋는다. 540초 내로 지상 400km 상공의 지구궤도로 진입한다. 훈련이라지만 어찌 그 강렬한 순간을 예감할 수 없겠는가.

    우주로 쏜 한국인의 꿈     “미션 파서블!”

    흑해에서 수상 생존 훈련을 받던 중 미국인 우주인과 함께한 이소연(왼쪽), 고산 씨.

    그들이 벗어놓은 우주복의 왼팔 어깨 아래에는 우주인의 국기를 부착하게 돼 있다. 지금은 삼색 러시아 기가 붙어 있다. 내년 4월 태극기가 부착된 우주복이 귀환 모듈 해치 바깥으로 나올 때까지 그들의 긴장감은 계속될 것이다.

    그들은 7월21일 세바스토폴로 옮겨갔다. 러시아 흑해 함대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그곳 군항에는 특수한 선박과 불시착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귀환 모듈은 원래 카자흐스탄의 초원에 내려앉도록 돼 있다. 하지만 만의 하나 바다나 호수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훈련이 필요하다. 더불어 발사 때부터 비상사태가 터져 동해나 일본 동쪽 해역으로 비상 낙하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들이 올라탄 선박에는 풀장과 귀환 모듈이 마련돼 있었다. 7월의 바다에는 여름 햇살이 가득했다. 백열로 달궈진 갑판에서는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었다. 두 사람은 우주복을 착용한 채 좁디좁은 귀환 모듈에 2시간 넘게 갇혀 있었다. 그러고는 풀장으로 들어가 헤엄치는 훈련이 이어졌다. 모듈 내부 온도는 50℃까지 올라가곤 했다. 특이한 한증탕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았다.

    선상 훈련이 끝나자 기중기가 귀환 모듈을 들어서 바다 로 옮겼다. 두 사람은 수상 착륙용 튜브가 펼쳐진 모듈에서 우주복을 벗었다. 방수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해치를 열고 나와 바다에 30분 이상 떠 있는 훈련을 받았다. 역시 열파와 폭염에 찌들기는 마찬가지였다. 흑해의 태양은 거대한 서치라이트를 바다에 비춘 듯 눈부시게 타올랐다. 이소연 씨의 말이다. “질리도록 바다 구경을 했어요. 재밌다는 느낌, 힘들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더군요. 체중이 부쩍 준 것 같고요.” 고산 씨는 “사흘 만에 정확히 4kg 빠졌더라”고 했다.

    3월부터 시작된 우주인의 전반부 교육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발사부터 귀환 때까지 하게 될 러시아말을 배우고, 체력단련을 하는 게 기본 훈련이다. 더불어 우주인을 태우고 갈 소유즈 우주선에 대해, 우주인이 8일 동안 머물며 각종 실험을 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대해 배우는 게 핵심 교육이었다.

    소유즈 기종의 최신형인 소유즈 TMA 우주선은 길이가 7m다. 커다란 우유병 주둥이에 정구공을 붙여놓은 모양이다.

    ‘우유병’ 앞부분은 우주인이 발사와 귀환 때 탑승하는 선실이다. ‘귀환 모듈’이라고 불리는데, 이유는 소유즈 우주선의 여러 부분 중 유일하게 지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공중전화 박스만한 공간이다. 여기에 세 사람이나 들어앉다니…. 고산 씨는 “내 체구가 크지 않은데도 앉아보니 꽉 찬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나마 우주 개발 초창기에는 훨씬 더 협소했다. 당시에는 ‘체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주인 선발기준까지 있었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키는 164cm였다. ‘우유병’ 뒷부분은 갖가지 우주선 추진 기기가 탑재된 추진 모듈이다.

    우주로 쏜 한국인의 꿈     “미션 파서블!”

    우주인 후보가 소유즈 우주선 귀환 모듈에 들어가고 있다(왼쪽). 지구궤도로 나간 소유즈 우주선 모습.<br> 태양전지판을 펼쳐놓았다.

    우주정거장 등 전반부 기본교육 완료

    ‘정구공’ 부분은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할 때까지 우주인들이 머무는 곳이다. 그 기간이 이틀이나 된다. 우주선은 발사 540초 후 일단 대기권 바깥으로 나가지만 도킹까지는 힘든 과정이 남아 있다. 지구궤도라는 광막한 공간에서 국제우주정거장과 우연처럼 만나, 초속 8km로 날아가면서 서로의 도킹 포트와 앵커를 맞춰야 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이런 기적을 현실로 만들려면 우주선은 지구궤도를 홀로 돌면서 갖가지 조건을 정거장에 맞춰야 한다. ‘정구공’ 부분은 그동안 우주인들이 번갈아 들어가서 ‘몸을 푸는’ 생활 모듈인 것이다.

    이소연 씨는 여기 들어가자 “무엇보다 눈에 띈 게 벨크로였다”고 했다. 벨크로란‘찍찍이’를 말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모든 게 둥둥 떠다니니까요. 뭘 제자리에 두려면 그렇게 찍찍이로 붙여둬야겠더라고요. 게다가 거기는 생활용품을 보관하는 창고이기도 하고요.”

    이 둥그스름한 ‘찍찍이 창고’ 앞부분의 도킹 앵커가 국제우주정거장의 도킹 포트와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교관이 이곳을 나온 후 설명했다.

    “도킹에 성공한 뒤에도 곧바로 해치를 열고 정거장으로 건너갈 수 없어. 먼저 기압차를 제로 상태로 만들어야 해. 그러지 않고 곧장 문을 열었다간 ‘작은 폭풍’이 일 거야. 그러니 미리 해치에 달린 밸브를 열고, 서로 조금씩 공기를 순환시켜야 해. 길면 1시간 정도 걸릴 거야. 모든 게 쉽지 않아.”

    우주선이 도킹할 국제우주정거장에는 미국이 만든 모듈과 러시아가 만든 모듈이 있다. 두 사람이 가가린 센터에서 교육받은 것은 2개의 러시아제 모듈에 대해서였다.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갖춰진 ‘즈베즈다’, 갖가지 비품을 놓는 일종의 창고인 ‘자리야’였다. 안에서 보면 직육면체 공간인데 역시 벽마다 벨크로가 빽빽했다.

    교관인 라린이 말했다. “정거장에 가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 여러분이 해야 할 실험 기자재들이 둥둥 떠다니면 그걸 찾는 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발사대에 오르기 전 해둬야 할 일이 있어. 실험 기자재 하나하나마다 벨크로를 붙여 상자에 넣어두는 거야. 알겠지?” 토마토, 바나나, 포도 같은 건 먹기 전까지 그냥 공중에 띄워둘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벨크로를 붙일 자리가 없으니까.”

    즈베즈다 모듈에서 중요한 것이 물 공급 장치다. 라린이 말했다. “우리가 내뱉은 이산화탄소는 모두 우주의 진공에다 버린다. 하지만 물은 정화해서 다시 쓴다. 샤워한 물, 소변, 러닝머신에서 흘린 땀 모두.” 고산 씨의 말이다. “내 몸속에 있던 물이 재처리돼 러시아 우주인의 몸속으로 들어가다니. 정말 피를 나눈 것에 버금가는 ‘물을 나눈 형제’가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잠은? 침낭에 들어가 ‘벽에 붙어서 잔다’. 사실 중력이 없어서 ‘바닥’이라 할 만한 곳이 따로 없다. ‘전등’을 켜놓은 부분이 천장이고 그 반대가 바닥일 뿐이다. 그러니 눈가리개를 하고 벽에 ‘누우면’ 거기가 바로 침대가 되는 셈이다. 천장과 바닥에 누울 수도 있지만 ‘거치적거리는 게’ 너무 많다.

    이소연 씨는 4월11일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를 만났다. 유리 가가린이 지구에 안착한 날인 4월12일 ‘유리의 날’을 앞두고 마주친 할머니다. 북적대는 행사장에서 만난 그녀는 전형적인 슬라브족 여성의 주름지고 나이 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무게와 관록이 표정에 스며 있었다. 그녀는 바로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인. 1963년 보스토크 우주선에서 “야 차이카(나는 갈매기)”라고 외친 그녀의 목소리는 전 소련에 방송됐다. 이소연 씨의 말이다.

    “처음에는 우주인 가족인 줄 알았어요. 소개받고 나니 국민영웅다운 카리스마가 보이더군요. 저는 어쩔 줄 몰라했어요. 그분은 제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주셨어요. ‘멀리서 와서 훈련받느라 수고 많다. 꼭 성공적인 비행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센터 직원들에게 많이 도와주라고 당부하셨어요. ‘역사’와 만나는 기분이었지요.”

    전 세계 우주인은 450명가량

    우주로 쏜 한국인의 꿈     “미션 파서블!”

    가가린 센터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즈베즈다 모듈 모형 내부. 오른쪽에 보이는 붉은 탁자가 펼쳐져 우주인들이 식사하는 식탁이 된다.

    현재 가가린 센터에는 러시아와 미국의 우주인이 여러 명 훈련받고 있다. 그 가운데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우주인도 있다. 10월 말레이시아 최초의 우주인과 함께 소유즈에 오를 미국 우주인 페기 윗슨도 그중 하나다. 그녀는 전 세계에서 ‘커맨더(사령관)’ 자격으로 우주선에 오를 수 있는 세 명의 여성 우주인 중 하나다. 내년 4월 우리 우주인을 실어나를 소유즈의 ‘백업 커맨더’인 세르게이 크리칼로프도 가가린 센터에 와 있다.

    우주인은 전 세계적으로 450명가량 된다. 이들 중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내년 4월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벌써부터 달라진 게 있다면 이들 우주인이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이 한국인 가운데 생겼다는 것이다. 고산과 이소연 씨다. 이들은 우주비행과 우주정거장에서 일어나는 온갖 내밀한 일을 ‘친구’들과 우스갯소리 삼아 주고받는다. 수확은 벌써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8월4일 일시 귀국해 13일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으로 출근했다. 이곳 우주인사업단 1층에서 이날 시작된 과학실험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실험은 2주간 이어진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수행할 각종 실험을 미리 해보는 것이다. 아주 작은 물질의 무게를 잴 우주저울, 체형과 표정 변화 측정, 초파리를 이용한 노화 유전자 분석을 포함해 18가지다. 모두 무중력 상태를 전제로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우주인사업단장 최기혁 박사의 말이다. “내년 우주선이 발사되고 나면 18가지 실험을 제안한 한국 과학자들이 모스크바 인근 도시 코룔로프로 옮겨갑니다. 러시아 우주과학자 세르게이 코룔로프의 이름을 딴 도시지요. 우리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의 카메라 아래서 과학실험에 착수할 때마다 거기서 담당 과학자가 진행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교신하지요. 하나라도 실수가 있어선 안 되니까요.”

    대전 항공우주硏서 18가지 과학실험 참여

    과학실험 연습 역시 성적이 매겨진다. 10% 비중을 갖는 성적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2인 후보선발 때까지의 성적 30%, 가가린 센터에서 다섯 달 동안 훈련받은 성적 50%, 종합성적 10%로 구성된다. 이 성적을 토대로 9월 초 우주선에 오를 프라이머리 우주인과 백업 우주인이 정해진다. 최 박사의 말이다. “누구를 보내도 될 만큼 둘 다 뛰어나요. 사실 백업 우주인이 된다 해도 후반기의 모든 훈련 내용을 프라이머리 우주인처럼 습득해야 해요. ‘운명의 6시간 전’이 있으니까요.”

    발사 6시간 전 최후로 우주인들의 건강 상태를 테스트하는 과정을 말한다.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발사기지에 있는 ‘우주선 조립 및 검역동’에서 하는 테스트다. 이때 결과에 따라 프라이머리와 백업이 바뀐 경우가 최근에도 있었다.

    그날까지 두 사람은 몸상태를 관리하며 각종 훈련을 소화해내야 한다. 발사와 귀환 때를 대비한 중력가속도 적응훈련, 무중력 항공기와 물속에서 이뤄지는 무중력 적응훈련 등이다. 어느 훈련도 보통 사람은 한 번 해내기도 벅찬 난관과도 같다. 미래를 향해 그 격심한 선발과정과 지금까지의 모든 훈련을 즐겁게, 그리고 너끈히 받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두 사람은 차고 넘치는 영광과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이미 한국 우주인과 함께 탑승할 러시아 우주인은 정해졌다. 프라이머리 사령관은 세르게이 폴코프, 프라이머리 우주비행사는 올레그 코노넨코다. 백업 사령관은 거장 우주인 세르게이 크리칼로프, 백업 우주비행사는 막심 수라예프다. 9월 우리 우주인이 정해지면 프라이머리조와 백업조가 세 사람씩 나뉘어 훈련받게 된다.

    아메리고 베스푸치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에 나섰을 때 그들은 자기들이 다다를 곳이 정확히 어딘지 알지 못했다. 유럽인을 먹여 살릴 재화의 땅을 찾아간다는 희망만 있었을 뿐이다. 그들의 항해가 있고 270여 년 후 미국이 세워지고, 뒤이어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세워질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거기로 건너간 유럽인의 후손이 장차 수억명이 될 것이라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우주인이 내년 4월 우주에서 가져올 결실에는 과학실험 결과 외에도 ‘미지의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하다. 고산 씨는 8월1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과학축전’에서 강연 중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앞줄에 앉은 아이가 외쳤다. “꿈이요.” 고산 씨는 그 아이에게 러시아 우주인 달력을 선물로 줬다. 그는 말했다. “꿈이 없는 인생은 절반밖에 살지 못하는 것이에요.”

    내년 봄 한국인의 꿈은 우주에 가 있다.

    글쓴이 권기태는 1966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88년 입대 전에 응모한 소설로 군 복무 중 대학문학상을 받았으며 92년부터 2006년 4월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 임승준자유언론상 문학 저널리즘 부문을 수상했고, 2006년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최근 논픽션 ‘일분 후의 삶’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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