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수십 편의 새 드라마 시리즈를 선보이는 미국 방송가에도 지독한 사랑 이야기나 화려한 액션이 넘쳐나는 수사물이 아니어도, 성적인 코드를 넣지 않아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드라마가 있다. ‘앨리어스’를 제작한 켄 오린과 ‘웨스트 윙’의 제작자 존 로빈 바이츠, ‘에버우드’의 그렉 벨란티가 제작을 맡은 ‘브라더스 · 시스터스’가 그것이다.
아버지의 죽음 후 가족의 참의미를 깨달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브라더스 · 시스터스’는 미국 ABC채널에서 2006년 9월24일 파일럿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된 뒤 현재 미국에서 1시즌이 인기리에 방영 중인 가족드라마다. 지금까지 총 22편의 에피소드가 방영됐는데, 1시즌은 5월 말 모두 24개의 에피소드로 끝맺을 예정이다. 시즌1에서 예상 밖의 재미를 본 ABC는 3월 시즌2의 방영을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브라더스 · 시스터스’를 관통하는 주제를 꼽는다면, 아버지가 남긴 ‘오하이 식품’을 함께 운영하게 된 가족이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이런 설정은 어찌 보면 통속적인 휴먼드라마의 공식을 답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브라더스 · 시스터스’는 일반 가족드라마처럼 가족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감동적인 것은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우리 모습을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그들도 우리처럼’ 저마다 나름의 문제가 있으며, ‘그들도 우리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그리고 가족은 막다른 길에 접어들었을 때 꺼내들 수 있는 유일한 히든카드지만, 동시에 그 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브라더스 · 시스터스’가 말하려는 것은 좀더 확실해진다. 가족과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빌려줄 어깨를 가진 그들과 어떻게 공존하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브라더스 · 시스터스’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이해해주거나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니까 함께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주인공들이 이를 조금씩 깨달을 즈음 우리에게도 가족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 이것이 ‘브라더스 · 시스터스’에 열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