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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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서 명예의학박사 학위 받은 진짜 ‘간박사’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7-05-21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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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에서 명예의학박사 학위 받은 진짜 ‘간박사’
    “북한 의학 발전에 공을 세운 공로로 이 상을 받았지만 이것은 결국 통일 후 한국 의료를 개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도 독일과 북한의 의학 협력에 동참해 통일을 위한 초석을 다지면 좋겠습니다.”

    유럽 대륙 최초로 간이식 수술에 성공해 ‘간박사’로 널리 알려진 이종수(78) 독일 본대 의대 교수가 4월27일 북한의 학위직수여위원회(위원장 곽범기 내각부총리)로부터 명예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2001년부터 독일·조선의학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북한 의료 돕기를 해왔다. 특히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북한의 젊은 의사 60명이 독일에서 유학할 수 있도록 도운 공로가 인정돼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지원하는 약이나 식량은 금세 소비되지만 인적자원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북한 전체의 의료 수준을 높이는 길입니다. 북한도 그것의 중요성을 알기에 명예박사 학위까지 수여한 것 같습니다.”

    전남 영암 출신인 이 교수는 대전사범대를 나와 1959년 독일학술교류처 후원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뒤셀도르프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75년부터 본대학에서 연구와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독일 병원에서 실습 중 비타민주사기로 간염이 옮아 학업을 중도포기할 뻔했던 그는 이후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틈틈이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는 또 독일 루터교 병원의 도움으로 60년대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이 됐던 파독 간호요원 활동에 물꼬를 트기도 한 인물이다.



    “어느 날 제가 몰던 차가 마주 오던 트럭 밑으로 들어가 죽을 고비를 넘긴 뒤부터 저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왕 죽을 목숨이 살아났으니 남 도우며 살겠다고 다짐했지요. 그러다 독일 의료인들과 함께 북한 의료 돕기 운동에 나서게 됐습니다.”

    독일·조선의학협회 일행과 같이 북한을 방문해 일주일 머물다 다시 독일로 돌아간 이 교수는 “시장이나 길거리를 개별적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제한되는 등 아직도 통제가 심했지만 아리랑축제에서도 날카로운 반미구호가 등장하지 않아 북한이 미국과의 수교를 위해 애쓰고 있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물가도 많이 올라 놀랐다”라고 북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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