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후이, ‘The Gate’, 레이저 설치.
무엇이 베이징을 동아시아 미술의 새로운 집결지로 만들고 있는가? 그것은 뭐니 뭐니 해도 시장의 힘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국경제의 눈부신 성장과 더불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었다는 점이 근저의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정부의 전격적인 문화정치가 큰 구실을 한다.
4월15일 베이징 아트사이드 개관전으로 열린 박선기의 개인전은 ‘시점유희’라는 주제로 입체와 압착된 부조 방식을 취하는 그의 입체 설치작품들을 선보였다. 테이블, 바람개비, 선반 등과 같은 사물의 이미지를 숯덩어리를 매달아 재현한 출품작들은 재현의 허구성을 즉발적으로 드러내기에 매우 유효한 방법론이다. 마치 부조처럼 보이는 압착 조각들은 정면에서 바라보는 시점에 의해서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시점착오를 제공한다. 새로운 매체의 선택과 재현 체계의 교란 등의 실험성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중국미술계에서 박선기의 작품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적 화랑·국내 작가들 진출 잇따라
베이징 금산갤러리의 개관전(5월3일~6월30일) 주제는 ‘인터랙션(interaction)’이다. 김광우의 나무 자동차, 조성묵의 국수 의자, 강애란의 책 설치작업, 리후이의 레이저 설치, 리앙삔삔의 입체작업 등 한중 작가 5명의 신작을 선보인 이 전시는 이수청 단지의 활성화를 이끄는 신호탄이었다. 이틀 뒤 열린 쿠아트센터의 개관 또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전직 국회의원인 구천서 회장이 화랑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된 이 공간은 한중 신진작가 발굴과 미술 교류, 세계시장 진출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중국 큐레이터 펑버이가 기획한 개관기념전 ‘의외, 제어불능(意外, 失控)’은 16명의 중국작가가 참여한 대규모 전시다. 세계화 시대에 아시아적 가치, 지역적 가치를 통해 동시대 소통언어를 재발견하려는 에너지로 가득한 흥미로운 전시들이다.
쿠아트센터 개관전(왼쪽). 베이징 아트사이드 개관을 기념하는 박선기 개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