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

미팅요? 휴대전화로 사진 보고 만나요

07학번 生生토크 “벌써 취업 스트레스 슬슬, 자기 일에 충실한 야무진 세대”

  • 진행·정리=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5-16 13:4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참가자 명단(가나다순)

    고은혜 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 1학년

    김용민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 1학년

    김윤하 서강대 국제문화계열 1학년

    김종철 고려대 국제어문학부 1학년




    1. 대학생활

    주간동아(이하 주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어땠어요?

    김윤하(이하 윤하) OT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아는 사람이 없어서 학교 다니기 힘들었을 거예요. 서로 안면 트고 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김종철(이하 종철) 저는 좀 싫었어요. 친해지자는 명목으로 억지로 술을 마셔야 했거든요. 사발식 때 막걸리 한 바가지 마시고 머리 아파서 그냥 잤어요.

    고은혜(이하 은혜) 저희는 여대여서 술을 강요하지는 않아요. 수다를 떨죠. 어느 교수님이 학점 잘 주느냐고 선배들한테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미팅 얘기도 많았어요(웃음).

    미팅요? 휴대전화로 사진 보고 만나요


    주동 요즘에도 007팅이나 학력고사팅 같은 거 하나요?

    모두 그게 뭔데요?

    윤하 요즘 미팅은 그냥 한번 놀자는 거예요. 한마디로 엔조이죠. 짝짓기는 잘 안 해요.

    은혜 이성교제를 하고 싶으면 소개팅을 해요. 주선자가 키, 외모, 학교 같은 조건 맞춰서 연결해주죠. 미리 휴대전화로 사진 교환해서 얼굴을 본 다음에 한다, 안 한다를 결정해요.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미리 들어가 보고요.

    김용민(이하 용민) 근데 요새는 ‘포샵’ 기술이 워낙 발전해서 사진을 믿을 수 없어요. 저도 한번 크게 당한 적 있거든요(웃음).

    주동 요즘에는 대학친구들과 인터넷으로 많이 친해지죠?

    종철 네. 친구들끼리 네이트온이나 엠에스엔으로 채팅하는데, 얼굴 안 보고 얘기하니까 더 좋아요. 솔직하게 얘기하기도 쉽고, 말 조절하기도 편하고. 싸이월드에 반 클럽도 있어서 재미있는 사진 보며 서로 웃고, 익명게시판에 할 말 못할 말 다 하면서 친해지죠.

    용민 수시 합격자들은 자기들끼리 훨씬 더 친해요. 합격하자마자 카페 만들어서 교류하거든요. 정시 때 지원자들이 이 카페에 자기 수능점수를 공개하기 때문에 대입원서 쓸 때 많은 참고가 됐어요.

    주동 강의가 끝나면 뭐 해요?

    윤하 학회나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조모임에 가요.

    종철 고등학교 때랑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당당하게 술집 들어가는 것만 빼고. 마음 맞는 애들이랑 영화 보러 가는 정도예요. 하지만 그냥 집에 가는 날이 절반이에요. 억지로 모임을 만들려고 하진 않아요.

    용민 저는 학보사에 들어갔는데, 수습기자 트레이닝을 받느라 자정 가까이 돼서 귀가하는 날이 많아요.

    은혜 여대 학생들은 자기관리를 정말 잘해요. 살 빼려고 요가나 헬스클럽에 많이 다녀요. 가고 싶은 미술전시회나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적어놓은 뒤 꼭 찾아서 하는 애들도 있어요. 학원 다니면서 일본어 공부하는 애들도 있고요.

    주동 작년에 한창 ‘된장녀’ 논란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은혜 명품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긴 해요. 저는 그게 자기표현 수단일 수 있다고 봐요.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종철 여자들만 그러는 거 아녜요. 남자들도 많아요.

    용민 30만~40만원 하는 나이키 리미티드 에디션을 컬렉션해서 자랑하는 애들도 있죠.

    종철 그런 애들이 축구 할 때는 실내화 신어요. 신발 닳는다고.

    주동 대학생활에서 실망한 점 있나요?

    종철 수업 질이 낮은 것 같아요. 강의실은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고 교수님은 그냥 수업내용을 외우라고 하고.

    은혜 수업이 생각보다 암기 위주예요. 대학에 오면 책 실컷 읽고, 생각 많이 하고, 리포트도 많이 쓸 줄 알았는데 단답식 시험이 참 많아요. 수능문제보다 더 단순해요.

    주동 벌써부터 취업 스트레스를 느끼나요?

    윤하 아무래도 그렇죠.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니까. 주변에서도 청년실업자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용민 우리 누나도 취직 못한 채 대학 졸업했어요. 요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4컷 만화 가운데 이런 게 있어요. ‘나는 미팅 한번 안 했다. 술자리도 안 나갔다. 공부만 했다. 그런 내가 떨어질 리가!’ 하면서 면접 보러 가는데, 면접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거예요. 요즘 대학생들 처지를 잘 표현한 만화죠.

    주동 요즘 대학생은 자기 이익만 챙기는 경향이 있다는 어른들의 평가를 어떻게 생각해요?

    용민 이기적인 거 맞아요.

    윤하 자기 일에는 엄청 충실해요. 학과 활동이나 학생회 모임은 부차적인 걸로 생각하죠.

    은혜 저는 그게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세대는 자기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채워넣어요. 자기발전을 이루는 거죠. 저는 야무진 거라고 생각해요.

    2. 사회의식

    주동 가장 기억에 남는 역사적 사건이 있다면?

    종철 외환위기요. 그때 아버지가 실직하셨거든요. 당시 사립초등학교 4~5학년이었는데, 수업료 때문에 학교에 못 나오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용민 저도 외환위기요. 그때 빨간딱지 처음 봤어요.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가압류가 들어왔거든요.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이었어요.

    은혜 저도 엄마랑 은행 가서 금귀고리랑 금목걸이 팔고 왔던 기억이 생생해요.

    용민 2002년 한일월드컵도 강하게 기억에 남아요. 중학교 때였는데 시험공부 안 하고 거리로 뛰쳐나갔어요.

    은혜 저는 운 좋게 독일전을 경기장에서 봤어요. 정말 굉장했어요. 사실 경기 모습이 잘 안 보이긴 했지만…(웃음).

    윤하 저는 일산 호수공원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봤어요. 4강 진출이 확정되자 다같이 거리로 몰려나가 트럭 타고 소리를 질렀어요. 클랙슨도 막 울리고요.(웃음)

    주동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87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

    종철 박종철, 중요하죠. 제 이름이 종철이어서 ‘근현대사’ 시간에는 선생님이 꼭 저를 불렀거든요. 그래서 기억하고 있어요.

    주동 ‘근현대사’요?

    용민 아, 요즘에는 역사과목이 국사 세계사 근현대사로 나뉘어 있어요. 근현대사에서는 흥선대원군 집권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배워요. 6·15남북공동선언도 들어가 있어요.

    주동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뭐라고 생각해요?

    은혜 월급만으로는 집 사기 어렵다는 거요. 제가 계산해봤는데 선생님이 돼도 집 사기 어렵겠더라고요. 저희 엄마도 오빠랑 저한테 집 한 채씩 해줘야 한다며 고민하세요. 고마운 생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해요.

    윤하 아까도 얘기했지만 취업문제요.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열정도 줄어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실현하기가 어려워요.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애써야 하니까요. 그게 슬퍼요.

    미팅요? 휴대전화로 사진 보고 만나요

    5월8일 성균관대에서 대동제 거리공연의 하나로 열린 전문 바텐더의 칵테일 쇼.

    3. 미래

    주동 성공한 인생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종철 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요. 죽을 때까지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 수입이 많고 적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은혜 저는 직업보다는 화목한 가족이요. 아무리 직업이 좋아도 이혼하거나 자녀들이 이상(?)하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용민 저는 만년 피터팬처럼 살고 싶어요. 가수 이승환은 마흔 살이 넘었는데도 로봇강아지를 키운대요. 저 역시 나이 들어도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플스게임 하며 살고 싶어요.

    주동 입신양명(立身揚名)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용민 드라마 ‘하얀 거탑’을 보면서 느낀 건데, 의사라는 직업이 참 화려하지만 자기 만족도는 낮은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자기가 만족하지 못하면 삶의 질은 높지 않다고 생각해요.

    주동 여러분이 마흔 살이 되는 2027년에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였으면 좋겠어요?

    용민 의사소통이 잘되는 나라요. 지역간, 노사간, 세대간, 국가간에 대화로 슬기롭게 갈등을 해결해갔으면 좋겠어요.

    은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사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치게 기준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개인의 행복을 억압한다고 봐요.

    윤하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경제적, 사회적으로 너무 삭막한 것 같거든요. 경제·사회적 상황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미루는 경우가 없었으면 해요.

    주동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할 생각이에요?

    모두 네!

    윤하 우리를 대신해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이니 관심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관심 안 두고 있지만…. 이런 나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은혜 저는 후보에 대해 잘 모르면 아예 투표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봐요. 이 사람 느낌 좋다, 그래서 찍지는 않을 거예요.

    용민 어쨌든 우리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호기심이 생겨요.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