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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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학번 새내기 바로 알기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5-16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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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연세대 인문학부에 합격했다. 부모님은 여기저기서 부러움 섞인 축하인사를 받았다. 나도 ‘연세대 97학번’이라는 명찰 하나로 우쭐해졌다. 그때는 어느 누구도 “인문학 전공해서 취직이나 제대로 하겠니”라고 말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마음껏 놀며 1학년을 보내고 C행렬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즈음 외환위기가 터졌다. 선배들의 ‘취업 성적표’는 초라했다. 끼리끼리 모여 “학교 간판이 쓸모없어졌다”고 탄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내 또래의 90년대 학번이나 10년 위인 80년대 학번과 전혀 다른 세대다. 이들은 화염병도, 마르크스도, ‘바위처럼 살아보자’도 모른다. 그 대신 와이브로 노트북과 개인 블로그로 무장했다. 서울대생도 취업 걱정을 하고, 1학년 때부터 학점을 잘 따기 위해 밤낮으로 애쓴다.

    이런 요즘 대학생들을 두고 어른들은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애들’ ‘낭만도 사회의식도 없는 세대’라며 탄식한다. 하지만 그게 그들만의 잘못일까.

    올해 대학에 입학한 07학번은 한국 경제가 ‘3저 호황’으로 비상했던 1988년에 태어나 여느 세대보다 풍족함을 누리며 자랐다. 그러나 초등학생 때 외환위기와 아버지의 실직을 목격했다. 이들은 현재 누리고 있는 풍요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아는 세대다. 어느 정도 대학간판만 있으면 괜찮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기에 ‘지적 허영’을 누릴 수 있었던 80, 90년대 학번과는 사정이 다르다.



    80년대 학생운동을 벌이다 20년 후인 현재 한국 사회를 주도하는 386세대처럼 07학번도 20년 후에 한국 사회를 이끌 것이다. 그렇기에 07학번을 그저 ‘이상한 나라의’ 젊은이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20년 후 대한민국 코드를 읽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능력 위주로 개편될 뿐 아니라 좀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년 후 우리는 07학번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해야 할지 모른다. 이는 07학번 바로 알기의 실용적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07학번을 만났다. 학점 따기에 충실한 것도 맞고, 사회문제에 관심 없는 것도 맞다. 하지만 10년 전 내가 그랬듯, 그리고 여러분이 그랬듯 하고 싶은 것도, 호기심도 많은 봄꽃 같은 스무 살이었다. 이번 커버스토리가 ‘21세기 대학생’을 좀더 잘 이해하고 자신의 스무 살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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