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

상처 건드리고 가려운 곳 긁어주고, 무릎팍도사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5-02 18:1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상처 건드리고 가려운 곳 긁어주고, 무릎팍도사
    MBC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의 한 코너인 ‘무릎팍 도사’가 장안의 화제다. 기존 토크쇼와 차별화된 방식을 추구하는 ‘무릎팍 도사’는 강호동 유세윤, 생뚱맞은 신인 우승민으로 결합된 3인조 토크쇼 형식을 구축하고 있다. 강호동이 고민해결사 무릎팍 도사로 분했고, 나머지 두 명은 각자 까칠한 질문과 일반인 시각의 다소 생소하면서도 허점을 짚는 질문을 담당한다. 고민을 하소연하기 위해 점집을 찾은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포맷.

    지난 4개월간 이 코너에는 비중 높은 톱스타들이 초대됐다. 가수 비를 키워낸 가수 겸 음악 프로듀서 박진영, 가수 싸이 신해철 태진아, 영화배우 최민수, 개그맨 이경규 이영자 등이 출연해 한바탕 자신의 고민을 풀어놨다.

    박진영의 경우 가수 시절 이후 처음으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비와의 인연 등을 솔직히 털어놔 화제가 됐다. 박진영은 비와의 전속계약이 끝나면 홀연히 결별할 수 있고 발전적 해체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방송 후에도 회자됐다. 박진영을 떼놓고는 비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방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므로 그의 입장 표명이 갖는 의미는 더욱 컸다.

    싸이는 과거 대마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점을 시인하고 반성했다. 이어 자신의 대중적 인기와 음악인으로서의 고민을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순수 예술문화 진흥의 상징이랄 수 있는 예술의전당이 자신에게 공연을 허가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은 것. 그의 이 발언은 방송 이후 대중 예술인과 순수 예술인의 수준에 대한 논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대중 연예인에게 과연 예술의전당이 그렇게 고압적으로 선을 그어 보수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영자는 한창 잘나가다 다이어트 과장 허위광고 문제로 지상파 방송에서 몇 년간 퇴출됐던 과거를 뉘우치며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도 아닌, 일주일에 한 번 방영하는 예능프로그램의 한 코너가 2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가 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먼저 시청자들은 강호동 패밀리가 공격적으로 던지는 게스트의 아픈 과거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게스트도 날카로운 질문에 응수하는 과정에서 자기반성을 하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처럼 솔직한 의견을 나타냄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마디로 웃음 속에 눈물이 배어 있는 질문과 대답이 줄줄이 이어진다.

    진행자 3인방은 대중문화 담당기자도 쉽게 하지 못하는 질문들을 대스타에게 진지하게, 또는 가볍게 던지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제작진의 게스트에 대한 집중분석과 강호동의 15년 방송진행 내공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측면들은 ‘무릎팍 도사’를 단순히 즐기고 웃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 여타 예능프로그램들과 확실히 구분하게 한다.

    차별화된 토크쇼로 인기 돌풍…톱스타 삼고초려 섭외도 화제

    정상급 연예인들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코너이다 보니 섭외는 여느 프로그램보다 힘들다. 프로그램 총책임자인 여운혁 PD는 출연자 섭외에 삼고초려 방식을 쓴다. 다음은 그중 한 사례.

    최근 여 PD는 탤런트 최진실을 모시기 위한 삼고초려에 여념이 없다. 최진실의 녹화장에까지 따라다니며 식사시간의 공백을 틈타 설득하는 일종의 게릴라식 섭외가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처음엔 여 PD 혼자 최진실을 찾아가 안부만 묻고 돌아왔다. 두 번째는 프로그램 방영분을 CD로 구워 최진실이 여유시간에 볼 수 있게 전달했다. 그리고 며칠 후 ‘무릎팍 도사’의 두 번째 패널인 개그맨 유세윤과 함께 가 최진실이 평소 잘 마시는 커피 상품권을 선물하며 분위기를 살폈다. 과연 최진실이 무릎팍 도사 앞에 무릎을 꿇고 지난날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을지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관심이 높은 만큼 ‘무릎팍 도사’에는 따가운 지적도 쏟아진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사고친 연예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코너 아니냐’는 것.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스타들이 지난날을 반성하지만 결국 이러한 방식을 통해 다시 방송활동을 시작하는 데 명분만 얻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여 PD는 “방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만큼 방송을 통해 공인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예능프로그램 경쟁에서 ‘무릎팍 도사’가 갖는 장점이 아직은 강하다. 차별화와 솔직함이 가장 큰 경쟁력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손색이 없다는 데 방송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어디에나 부족함은 있는 법. 제작진은 시청자와 방송가의 작은 지적도 놓치지 않고 변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