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본 적은 없지만, 서른 중반 나이인 ‘주간동아’ 한상진 기자는 아버지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을 것 같다. 미혼인 그가 골치 아픈(?) 이 역할을 가슴에 담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북창동에서, 청담동에서 한화 김승연 회장의 ‘활극’을 취재하고 온 그가 이번 사태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부성애를 꼽았다. 어딘지 모르게 생경했다. 하지만 한 기자는 애지중지하던 아들이 ‘근본도 없는’ 웨이터들한테 구타당한 것에 분노한 김 회장이 직접 연장을 들고 ‘작업’에 나선 상황을 비디오처럼 재연했다.

그가 묘사한 김 회장은 ‘확신범’에 가까웠다. 마치 자식의 조기유학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히는 조폭 이야기를 담은 영화 ‘우아한 세계’와 흡사했다.

한 기자는 현장에서 북창동의 밤문화에 묻혀 있는 반대편도 놓치지 않았다. 막강한 돈의 힘 앞에서 50여 일 동안 철저하게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인권문제도 그중 하나다. 육신의 상처보다 가슴속 한(恨)이 더 크고 아픈 법이다.

억울함에 치를 떨던 한 피해자는 고향에 가 술을 마시고 울분을 토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하지만 뒷골목 문화에 익숙한 그들이 이런 울분을 토했음에도 경찰은 이를 외면했다. 한화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가 사정기관에 전화를 걸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그 사이 피해자들의 서러움은 갈수록 커져갔을 것이다. ‘장사를 망친다’며 피해자들에게 눈을 흘기던 북창동 상인들도 가려진 50일에 대해 서서히 공분(公憤)하는 눈치다. 여론이 분분해지고야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경찰이 북창동의 분노를 위로해줄 수는 없을까. ‘근본 없는’ 피해자들도 따지고 보면 다 누군가의 귀한 자식들일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