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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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택 개인전: 삶의 피부

낯선 코드로 바뀐 일상, 살아 있는 혼돈

  • 김준기 미술비평가 www.gimjungi.net

    입력2007-04-04 2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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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근택 개인전: 삶의 피부

    ‘두 대화’

    ‘회화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탄성을 지를 정도로 시공간을 압축해 한 화면에 담아낸 유근택의 그림은 시각서사(visual narrative)의 규범이라 부를 만하다.

    그러나 그의 규범은 전통을 답습하는 규범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동시대의, 즉 컨템포러리한 규범’이라는 점에서 유난히 큰 변별점을 이룬다. 그의 회화는 평범한 풍경을 대상으로 삼을지라도 그것의 보편성에서 미세한 특수성을 찾아낸다. 무심코 지나치는 장면과 풍경에서 각별함을 이끌어내는 유근택의 회화는 서사의 구성 자체에도 기인하는 바 크지만, 궁극적으로는 그의 스타일 자체가 지니는 매력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그의 내러티브는 어쩌면 그의 스타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유근택은 스타일의 독자성으로 스스로 일어선 작가다. 이제 그는 회화를 매체의 종류에 따라 나누던 장르의 경계를 넘어 회화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래 일상의 정치학을 견인해온 청년작가에서 중견작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도 여전히 도전적인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먹과 호분을 중심으로 흑백 화면을 구사했던 이전의 화면들과 달리, 유근택 근작의 특징은 색채가 많이 가미되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표현하고 싶은 대상을 향해 시선과 감각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파라솔이 있는 풍경 ‘두 대화’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유근택의 그림 가운데 가장 밝고 화려한 작품이다. 일상의 바다에 ‘풍덩’ 빠진 자연과 인공의 사물들은 홍수의 장면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내재한 무질서를 여실히 드러낸다.

    유근택 개인전: 삶의 피부

    ‘밤-빛’

    솔직한 붓터치와 색채 가미 도전적 실험 계속



    이번 전시의 주요한 설정은 지루한 일상을 낯선 장면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두 개의 장면이나 화면이 겹치면서 나타나는 대상의 혼란과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아파트와 나무, 숲 속 풍경과 인물 등의 중첩구조가 그것이다. 빠른 붓질로 쓱쓱 지나간 호분의 질감이 만들어내는 흐릿한 윤곽들은 이러한 혼란과 무질서의 움직임을 더욱 부추긴다. 4월10일까지, 동산방화랑, 02-733-5877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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