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도 안 되는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게 한 주인공이 유종하(71·사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위원장이다. 2005년 4월 유치위원장에 위촉된 그는 이후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지구를 네 바퀴 가까이 돌며 20개국의 집행이사들을 접촉해 큰일을 해냈다.
“솔직히 힘들었다. 대구시는 혼신을 다해 뛰는데 정부는 안 도와주고 스폰서도 나서지 않고…. 그렇다고 우리가 포기할 사람들인가. 솔직히 뚝심 하나로 이룬 성공이다. 250만 대구시민의 열정적인 성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 위원장은 외교관 출신답게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인맥을 골고루 활용해 유치에 성공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유 위원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미주국장, 주UN 대사,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외무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쳐 국제 인맥이 많았다.
물론 IAAF 집행이사로 16년간 재직한 박정기(72) 전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의 지원 사격도 큰 힘이 됐다. 외무부 근무 시절 자신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김중재 대사를 실무 총책임자인 사무총장으로 발탁한 것도 주효했다. 김 사무총장은 ‘화끈한 현장감독’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내 유 위원장의 기대에 부응했다. 유 위원장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육상 중흥의 발판은 마련했다. 하지만 대구 혼자서는 못한다. 육상은 다른 스포츠로 전이할 수 있는 기초종목이다. 달리고 뛰고 던지고 하다 보면 스포츠 저변은 자연스레 넓어진다. 국민이 건강해지면 의료비도 줄어 나라의 힘을 키울 수 있다. 이제부터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