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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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사두면 대박이야” … 땅 사기 판친다

가짜 지적도에 뻥튀기 개발계획 … 시가 몇 배에 사고도 회수 불가 ‘허다’

  • 성종수 ㈜알젠 미디어 대표

    입력2007-04-04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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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화성시 김모 씨는 아파트 대지로 개발될 것이라는 한 기획부동산 업체의 말을 듣고 올해 초 충남 당진 내의 토지 200여 평을 샀다. 그 기획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해당 토지와 인근 3000여 평이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계획이므로 1년 안에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구체적인 개발계획에 대한 연락이 없자 토지 전문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아니나 다를까, 컨설팅 결과 평당 25만원을 주고 산 땅은 평당 5만원에도 매매가 쉽지 않았다. 지적도상 도로가 접해 있지 않은 맹지로, 등기부등본상 1년 내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어 단타매매가 이뤄진 땅이었다. 현재 김씨를 포함해 4명 소유로 지분 등기되어 있는 상태인데, 별다른 개발 재료가 없어 투자가치가 거의 없었다.

    김씨는 원금 보장에 대한 이행각서까지 받았지만 효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토지의 지번이 ‘○○번지’에서 ‘산 △ △번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비 회수도 쉽지 않은 처지가 됐다.

    땅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가 잇따르고, 신도시 추가 조성 등 개발 재료가 쏟아지는 틈을 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토지 사기는 과거보다 전문화, 다양화되어 일반인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형편이다.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획부동산이란 땅을 대규모로 사들인 뒤 이를 잘게 쪼개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사설 부동산회사로, 수백 명의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전화로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온천 개발, 공원 조성, 도로 확장, 도청 이전, 전철 신설, 신도시 건설 등의 근거 없는 개발계획을 총동원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반인들의 대박심리를 노려 그럴듯한 도면까지 만들어 제시한다.

    개발계획 부풀리고, 가짜 도면까지 만들어

    기획부동산에서는 위조된 지적도나 도시계획확인원 같은 허위 공문서도 제시한다. 요즘 일부 지역에서는 ‘경전철이 들어선다’ ‘인근에 신도시가 건설될 예정이다’라는 선전 문구를 내세워 미리 매집한 땅을 두세 배 부풀려 파는 사기가 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일반인들의 대박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것이다.

    초안만 마련됐다가 폐기된 개발계획이나 검토 수준에 머문 정보를 제시해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한 건설사 용지담당 임원은 “전문가들도 속을 정도로 교묘하고 치밀하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녹지를 주거지역으로 형질 변경해주겠다며 허위 공문서를 만든 뒤 사업추진비 등으로 수십억원을 받아내려 한 토지사기단이 구속된 사례도 있다.

    경전철 사업 계획이 발표된 지역에서도 땅 사기가 자주 발생한다. 서울에 사는 이모 씨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전철 사업이 시작되므로 곧 땅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획부동산의 말만 믿고 경기 이천시 관리지역 땅을 평당 70만원에 샀다. 그러나 뒤늦게 경전철 사업 예상지와 너무 멀고 개발하기 어려운 입지라는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시세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땅을 샀다.

    현장을 방문한다 해도 지적도 등 관련 서류를 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기획부동산 관계자가 인근 아무 땅이나 보여줘도 잘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쓸모없는 땅 속여 팔아

    수도권의 보전녹지지역 내 땅에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속여 외지인에게 비싸게 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최모 씨는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경기 파주시 300평 땅을 평당 80만원에 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보전녹지지역 내 땅으로, 무주택 농민이 거주하는 농가주택만 지을 수 있었다. 쓸모없는 땅을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주고 산 것이다.

    땅 사기가 성행하는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곳이 많다. 투자자들에게 접근하기 쉬워 기획부동산의 주요 타깃이 된다. 이런 지역은 개발계획의 구체적인 개발 시기를 알 수 없다. 일정이 나왔다 해도 정부 예산,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인구 유입 등에 따라 추진이 상당 기간 연기될 수 있어 실제로 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게다가 허위 또는 과장된 개발계획인지를 확인하기에 앞서 갖가지 수법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도록 하기 일쑤여서,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투자비 회수가 물 건너간 상태가 대부분이다. 잘 모르는 곳에 투자 권유를 받았을 때는 관할 행정관청에 개발계획을 확인하고 현장에 나가 주민들을 만나본 뒤 결정해야 한다.

    너무 싸면 일단 의심부터

    매매가가 주변보다 터무니없이 싸다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싼 데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에 사는 홍모 씨는 정년퇴직 후 노후대책용으로 펜션사업을 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 매물란에 올라온 충주호 상류지역의 땅 500평을 매입했다. 언뜻 보기엔 중앙고속도로 인근에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등 최적의 펜션 입지를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값이 인근지역보다 50% 이상 저렴했다.

    땅 매입 절차를 끝낸 홍씨는 펜션을 짓기 위한 전용허가를 신청한 뒤 허가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는데, 해당 지자체의 최종 통보는 ‘허가 불가’였다. 사유를 알아보니, 해당 대지는 지자체 내규에 따라 각종 개발행위가 금지되어 있었다. 문화재 소재지나 수원(水源)지 인근지역에 주로 지정되어 있는 조례나 규칙 내규는 규제로 등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지어 토지이용계획확인서 등 공부서류에서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를 확인한 홍씨는 곧바로 해당 토지를 매물로 올린 업자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나는 땅만 중개했을 뿐 용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잡아뗐다. 결국 홍씨는 쓸모없는 땅에 소중한 재산을 날린 셈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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